“손만 보고 다닌다” 대낮 너클 끼고 성폭행…충격 빠진 시민들
신림동 공원 인근 등산로서 여성 때리고 성폭행…피해자 중태 체포된 30대 피의자 “강간하고 싶어 그랬다” 진술, 약물·병력 조사
대낮 서울 신림동의 한 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발생했다. 흉기난동 살해범 조선(33)의 충격적 범행 이후 신림동에서 또 강력 범죄가 발생하며 해당 지역 거주 주민들은 물론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관악구 신림동의 한 야산 등산로 인근에서 산을 오르던 피해자 A씨를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로 최아무개(30)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오전 11시44분께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은 등산객의 신고로 출동해 낮 12시10분 범행 현장에서 최씨를 체포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산 중턱 등산로로, 공원과 야산을 잇는 둘레길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이다.
최씨의 폭행으로 중상을 입은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손가락에 끼우는 금속 재질의 너클(손가락에 반지처럼 끼우는 금속 재질의 둔기) 2개를 발견했다. 최씨가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 등을 가격해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에서 최씨와 피해자는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체포 당시 "나뭇가지가 떨어져 A씨가 넘어졌다"며 횡설수설하다 결국 "강간하고 싶어 접근했다"고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음주측정과 간이시약 검사 범행 당시 술을 마셨거나 마약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등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하는 대상자 역시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최씨는 오전 9시55분께 서울 금천구 독산동 집을 나와 신림동의 공원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경찰은 최씨가 오전 11시1분께 공원 둘레길 입구에 도착한 후 대상을 물색하고 범행한 것으로 본다.
경찰은 최씨가 너클을 준비하고 자택에서 신림동 공원으로 이동하는 등 계획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구체적인 동선 및 정확한 범행 시각을 분석 중이다.
최씨는 성범죄 등으로 인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는 아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최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의료기록과 인터넷 검색 기록 등도 확보해 범행 동기와 사전 계획 여부도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조선의 흉기난동이 발생했던 신림에서 대낮에 강력범죄가 또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조선의 흉기난동이 있었던 신림역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이다. 범행 장소가 등산로긴 했지만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고 주민들도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인근 지역 주민은 "백주 대낮에 사람도 많이 다니는 거기서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느냐"며 "밥 먹고 산책하러 자주 가는 곳인데 이젠 못 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사당역에서 환승해 2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30대 한 직장인은 "사람이 많은 곳, 붐비는 곳, 낮 시간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너무 무섭다"며 "신림역과 서현역 사건 이후 혹시라도 흉기를 든 건 아닐까 사람 손만 보고 다닌다"고 일상이 공포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내에서 작은 소리, 움직임에도 소스라치게 되고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니깐 길을 다니는 것 자체로 너무 지친다"고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시민은 SNS에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아 호신용품으로 산 게 너클인데, 이번에 범인이 그걸 이용해 범행한 걸 보니 더 무섭다"며 "호신용품을 아무리 많이 갖고 다니더라도 작정하고 덤벼들면 과연 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