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먹는데, 살이 빠지는 건 왜?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체중 조절이 당뇨 치료의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

2023-08-21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약 36.3%(남자 46.2%, 여자 27.3%)다. 대한당뇨병학회 자료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의 11%(남자 13.4%, 여자 11.0%), 65세 이상 성인의 경우에는 무려 29%가 당뇨병이다. 바야흐로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비만 환자이고, 65세 이상의 경우는 3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체중 관리는 제1형 당뇨나 자가면역성 당뇨가 아닌 이상 질병 예후나 합병증, 치료 반응 등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최근 주요 학회의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 당뇨병 환자의 비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는데, 당뇨병 약의 체중 조절 효과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체중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약은 대표적으로 비만 치료제로도 활용되는 주사제인 GLP-1 수용체 작용제(리라글루타이드·엑세나타이드), 소변으로 당을 내보내는 SGLT2 억제제(엠파글리플로진·카나글리플로진·다파글리플로진)가 해당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위 배출을 늦추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며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체중을 감소시킨다. SGLT2 억제제의 체중 감소 효과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차단해 소변으로 당을 내보내는 기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혈당 수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60~100g의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SGLT2 억제제는 근육량은 유지하면서 체지방량과 과도하게 축적된 수분을 감소시킨다. 약품명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45건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한 결과에서 1.39~1.8kg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유익한 효과가 있지만 요로 감염, 생식기 진균 감염, 아주 드물게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부작용 위험에는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면 안전하게 혈당 조절과 함께 체중 감량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일부 당뇨약은 체중을 증가시키기도

체중을 감소시키는 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약물은 오히려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설포닐우레아)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효과적으로 혈당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혈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켜 지방과 글리코겐 등으로 저장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종종 저혈당이 생길 수도 있다. 저혈당은 허기를 유발하고 과식을 촉진할 수 있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약물(티아졸리딘디온)은 지방세포의 분화와 성장을 촉진하고 부종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의 수분 분포와 염분 균형이 바뀌어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 약은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켜 혈당 수치를 낮추는데, 혈당 조절에는 효과적이지만 식후 당이 더 효과적으로 몸에 저장돼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물론 체중 증가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오히려 지방을 재분배해 건강에 해로운 복부지방(특히 간의 지방)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엉덩이나 허벅지의 피하지방으로 옮기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이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적응증과 체중 증가 가능성에 대해 의사와 상의하고 적절한 체중 관리 계획에 따라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당뇨약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기전으로 체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혈당 조절과 합병증 예방, 이에 따른 수명 연장과 삶의 질 개선이 당뇨병 치료의 가장 중요한 핵심 목표이며 체중 조절은 그 세부 목표 중 하나다. 당뇨병의 약물 치료에는 주치의의 역할이 크지만, 자신이 복용하는 약제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의료진과의 적절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적정 진료가 더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