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초등학교서 잇달아 숨진 20대 교사 2명…“악성 민원 시달려”

2021년 6개월 간격 두고 극단 선택…유족 “학부모 민원 학교가 방관”

2023-08-08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지난 2021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초임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같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초임교사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MBC에 따르면,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두 명의 20대 초임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 측은 두 교사가 사망 직전까지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학교 측의 방관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아무개 교사는 지난 2016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부임했고 이듬해 김아무개 교사가 부임했다. 두 교사는 2021년 각각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맡았다가 김씨는 그 해 6월, 이씨는 12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씨의 부모는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서로 뺨을 때리고 싸우는 것을 보고 애가 충격을 먹었다”며 “그 뒤로 집에 오면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하며 중얼거렸다”고 말했다. 유족 측에 의하면 김씨가 사직서를 제출했음에도 학교 측이 이를 만류하고, 김씨를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고 한다. 실제 김씨가 생전 일기장에 작성한 문구를 보면 ‘애들이 내 머리 위에 있어’, ‘내 탓이 아니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는 등 학생들 간 폭력, 생활지도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담겨 있다. 이씨 유족 측도 이씨가 부임한 첫 해에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친은 “페트병을 자르다가 어떤 아이가 손을 다쳤는데 학부모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며 아들에게 보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듬해 이씨는 휴직하고 입대했지만 학부모의 악성민원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부친은 “학교에서 군대로 연락했다”며 “학교 측이 아들에게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안 오게 하거나 치료비를 주는 등 직접 해결하라’고 했다”고 학교 측의 방관 사실을 토로했다. 이씨가 사망한 2021년에도 학부모 민원은 계속됐다. 당시 교무부장은 인터뷰에서 “그 반에 장기 결석한 학생이 한 명 있었다”며 “그 학생의 부모와 수시로 통화하고 관리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가 해당 학생의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400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씨는 학생 따돌림 문제와 관련해서도 학부모와의 갈등을 겪었다. 따돌림을 당한 학생의 학부모는 당시 이씨에 “왜 내 아이만 당해야 하나. 선생님은 그걸 아시면서 왜 그렇게 처리하셨느냐”며 “가해 학생을 공개 사과시키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씨가 ‘학생에 공개 사과를 시키는 것은 힘들다’고 하자 학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고 했고, 이씨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새벽 이씨는 ‘이 일이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를 두고 이씨 유족 측은 “학교 측이 ‘담임과 해결하라’며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의정부교육지원청은 해당 학교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