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벼락거지” 공포감에…‘광기’ 뒤집어쓴 K-증시
‘2차전지’ 씌었다 하면 급등락…FOMO 타고 ‘개미’ 귀환 2차전지주에만 쏠리는 거래대금…‘과열 후폭풍’ 경고등도
2023-07-26 조문희 기자
“너무 올랐다” 경고음에도 2차전지로 쏠리는 투심
증권가에선 2차전지주 과열에 대한 경고음을 꾸준히 울려왔다. 각 종목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주가의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PER 지표를 보면, 에코프로는 90배, 에코프로비엠 170배, POSCO홀딩스 26배, 포스코퓨처엠 380배 수준에 달한다. 특히 에코프로의 경우 일부 증권사가 지난 4월 40만원대 목표 주가로 ‘매도’ 의견을 제시한 이후 현재까지 관련 리포트조차 나오지 않는 상태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2차전지 투자 열기는 달아올랐다. 앞선 4종목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무려 180조원에 가깝다. ‘제2의 에코프로 찾기’ 움직임에 LS그룹주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엘앤에프 등 2차전지 테마주가 줄줄이 상한가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털어내는 물량을 개인이 소화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 종목 역시 이날 고가 대비 저점 가격이 20~40% 가까이 빠질 만큼 출렁였다. 그 이면엔 ‘FOMO(Fear of Missing Out)’가 있다는 분석이다. FOMO 증후군이란 주식 장세에서 나만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행동을 말한다. 마치 ‘로또’와 같은 수익률을 가져다 준 에코프로를 보며 부러워하고, 그 심리가 ‘나도 투자에 뛰어들기’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에코프로 주가는 18배 폭등했다. 온라인 종목 방에선 에코프로에 올라타지 않은 것을 두고 ‘벼락 거지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져 있다. FOMO 증후군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개된 ‘동학개미운동’을 설명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폭락한 주가를 저점에서 잡은 투자자들이 반등장에서 큰 수익률을 거두자, 이들을 따라해 뒤늦게 증시에 뛰어들어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을 끌어올렸다.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 탓에 주식 시장이 주춤하다 최근 2차전지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자, 다시 FOMO 심리를 자극해 투심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하루아침에 ‘폭락’, 불가능한 일 아니다
그러나 실적보다 군중심리에 기댄 투자는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FOMO로 인한 투자가 확산되면 오를 대로 오른 종목이 더 치솟는 ‘오버슈팅(overshooting)’ 현상을 부추겨 주가에 거품을 씌운다. 셀트리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셀트리온은 2018년 바이오주 붐을 타고 PER이 100배 넘을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이다, 현재는 고점 대비 주가가 절반 넘게 떨어진 15만원 안팎에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바람을 타고 크게 성장했던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 관련주도 실적 악화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차전지도 하반기 주요 산업군으로 평가받지만, 실적과는 별개로 현재의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오른 상태라 추가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2차전지주에만 과도하게 자본이 쏠리는 것도 긍정적 신호는 아니다. 2차전지주의 과열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2차전지 특정주를 제외하면 오히려 하락세다. 사실상 ‘2차전지 블랙홀’에 가까운 셈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에 빈익빈 부익부 흐름이 이어져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다. 2000년 IT 버블 이후 (코스닥지수가) 평가가치 기준 역사적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올해 들어 2차전지 강세로 관련 대형주의 비중이 급증했다”며 “높은 변동성 환경에서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 증가가 지속가능한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