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희망’ 밑줄 친 서이초…분노한 교사들에 “가만히 있으라”
20대 교사 극단 선택 파장 축소에 급급한 학교와 교육당국 추모 열기 속 ‘학부모 악성 민원’ 실재했다는 제보 계속돼
2023-07-21 이혜영 기자
'교사 명예' 위한다는 학교…고인 "소름끼친다" 고통 호소해
특히 전날 서이초 교장 명의로 나온 입장문은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서이초 측은 교사들과 여론을 향해 "사망한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무리한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극단 선택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언급을 삼가해달라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학교 측은 이번 사태 본질과 동 떨어진, 진상규명과 관계 없는 일방적 주장을 나열한 입장문을 내놓았다. 서이초는 '담임 학년은 본인 희망대로 배정' '학폭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었다' '해당 학급서 발생한 사안은 다음 날 마무리 됐다' 부분에 밑줄까지 쳐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학교 측 입장을 확인한 동료 교사들은 "예상했던 대로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고인의 동료 교사인 B씨는 서울교사노동조합에 구체적인 내용을 제보했다. 제보에 따르면, 고인의 학급에서 학생 간 연필로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고 이후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당시 고인은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며 "소름끼친다. 방학 후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해당 사안이 발생 다음 날 마무리 됐다고 했지만, 정작 교사는 학부모들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고 있던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고인은 학부모로부터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는 항의를 들어야 했고, 이 상황을 교무실 내 다수의 선생님이 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고인 학급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지르는 학생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고인은 '출근 때 그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교사노조가 접수한 동료 교사들의 제보 및 유족 입장을 종합하면, 고인 학급 내 4명 학생의 문제적 행동이 계속됐고 해당 학생의 학부모들로부터 과도한 요구 및 항의, 비난에 교사는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한 교사는 "(고인이 맡았던) 4세대 나이스 오류로 현장에서 얼마나 혼선이 컸나. 학부모 민원 속에 그 업무까지 저연차 교사가 쳐내며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지 정말 먹먹하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파장이 커지자 교사들에게 "함구하라"며 제보나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일부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대한 '복무감사'에 돌입하는 등 교육당국이 사태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