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제작비 투입해 20부작으로 제작…시각 효과 최대로 구현
부진에 빠진 디즈니플러스 구원할지 주목…가입자 유입이 과제
2023-07-20 조유빈 기자
대작이 온다. 출격을 예고한 작품은 오는 8월9일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무빙》이다. 제작비 500억원의 텐트폴 드라마이자 ‘한국형 히어로물’인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빙》은 그동안 부진했던 디즈니플러스의 성적을 끌어올릴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무빙》은 강풀 작가가 그린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 《무빙》은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카카오웹툰을 통해 연재된 작품으로, 누적 조회수가 2억 뷰에 달한다. 한국의 실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휴머니즘을 품은 다양한 신체 초능력자들을 그려낸 이 작품은 ‘K-히어로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했다.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 《무빙》의 대본을 썼고, 《킹덤》 시즌2의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무빙》은 총 20부작으로 구성됐다.
강풀 작가는 20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Creators Talk’에서 “드라마 협업 과정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선하고 신기했다. 감독, 제작진과 깊은 대화를 나눴고, 더 나은 결과로 이끌어주셨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다. 또 “처음에는 12~16부작으로 제안을 받았지만 20부작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등장인물의 서사와 만화를 그릴 때 보여주지 못했던 요소들을 충분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부작이라는 긴 호흡동안 관객들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매 화마다 노력을 기울였다”며 “강풀 작가의 만화를 봤던 세대들에게 20부작의 《무빙》은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드라마 사상 역대 최대 제작비…콘텐츠 제작 향방 가른다
《무빙》은 부진에 빠져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2021년 11월 한국에 상륙한 디즈니플러스는 마블과 픽사, 디즈니 등의 강력한 지식재산권(IP)를 바탕으로 넷플릭스의 최대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됐다. 이후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형사록》 《커넥트》 등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8개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지난해 말 공개된 최민식의 드라마 컴백작 《카지노》가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 이후 최고의 흥행을 이뤄내며 구독자를 유입시켰지만, 한국 OTT 시장에서 유의미한 순위 진입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무빙》은 넷플릭스는 물론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플랫폼에도 밀리면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디즈니플러스의 ‘필사의 카드’이기도 하다. 디즈니와 마블 등 글로벌 IP로도 점령하지 못한 한국시장을 뚫기 위해 디즈니플러스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무빙의 제작비는 500억원. 《카지노》에 베팅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고, 한국 드라마 사상 역대 최대 제작비다. 《무빙》의 흥행 결과에 따라 한국에서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
캐롤초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APAC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에 걸쳐 한국 드라마, 음악 다큐멘터리 등 수준 높은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 “현재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인 《무빙》은 훌륭한 스토리라인, 세계적인 출연진, 최고의 제작팀, 놀라운 포스트 프로덕션 효과가 어우러져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선사할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웹툰을 시각화하기 위해서도 공을 들였다. 이성규 VFX 총괄 슈퍼바이저는 “《무빙》은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의 3배 이상의 CG효과를 구현해낸 작품이다. 60여 개 제작사들의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며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도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요한 신을 구현하기 위해 ‘프리비주얼(pre-visualization‧사전 시각화 작업)’ 형태를 통해 내용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공유했고, 만들어진 실제 장면은 프리비주얼과 90%에 육박하는 싱크로율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20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 안에서 7000컷이 넘는 CG를 소화하기 위해 시퀀스마다 다양한 기법들이 사용됐다.
작품에 힘을 더하는 요소는 배우들이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라이징스타들도 작품에 힘을 보탰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도 《무빙》의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