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이 총선에서 무조건 집니다”
초당적 포럼 ‘새로운 질서’ 꾸린 신인규·하헌기·오현주 공동대표 “3040세대 중심의 ‘정치 안티에이징’ 필요…6070세대 물러나달라” “이대로라면 역대 최악의 총선…‘테이블 정치’ 복원해야”
의기투합해 ‘새로운 질서’ 포럼을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하헌기(이하 하) “원래 상대 정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비판적이었다. 국민 절반을 타도하자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신인규 대표가 초당적으로 모여 논의하다고 제안해 함께하게 되었다.”
오현주(이하 오) “기존에도 청년 정치인들이 모이는 경우는 있었다. 그런데 여긴 좀 다를 것 같았다. 그저 청년이라서 모이는 게 아니라 가치나 비전을 중심으로 더 폭 넓은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듯 했다. 특히 신인규 대표와 여러 대화를 나눠봤는데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신인규(이하 신) “문제를 만든 장본인인 기성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사망시대 속에서 보란 듯이 정치 복원 모델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치가 극단으로 갈려 싸우다보니 정말 중요한 어젠다는 후순위로 밀려 사장되고 있다. 이들을 꺼내어 함께 토론해보고 싶었고 두 분께 제안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셨다.”
소속 정당의 눈초리가 의식된다거나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나.
하 “서로 다른 이들끼리 싸우며 합의해 나가는 건 매우 당연한 과정이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런 모임을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보는 시각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일이 되게 하려면 다른 정당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게 필수다. 지금 국회가 못하는 걸 하자는 건데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오 “물론 약간의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신인규 대표와 만나 한 시간 넘게 여러 사안에 대해 생각을 나눴고 입장 차이를 있는 그대로 확인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좁힐 수 있는 여지가 보였다. 그런데 지금 정치는 왜 이걸 못하고 있을까 안타깝기도 했다. 우리라도 모여 일종의 ‘최저기준선’을 제안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점점 더 기대가 커졌다.”
하 “우리끼리 정말 많은 대화들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확인했다. 용산에서 장관을 뽑을 때도 이렇게 철저하게 물어보지 않을 거다.”
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하면서 하나의 안을 만들어보자는 게 취지다. 양곡관리법, 방송법, 오염수 문제 등 모두 상식적으로 논쟁하면 되는 일이다. 과학이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두고도 진영이 나뉘어 싸우고, 고속도로 하나도 제대로 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거대 양당의 대안으로 금태섭‧양향자 두 정치인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하 “거대 양당이 서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안티 형태로 출현한 것이다. 양당 사이 중간 어딘가에 머물며 무당층을 끌고 오자는 건데, 이건 정치가 아닌 ‘정치 공학’이다. 우리는 입장과 노선이 서로 다르지만 토론을 통해 절충하겠다는 건데, 신당들은 억지로 양당 사이 어딘가에 지점을 꽂고 ‘여기로 모여라’ 하고 있다.”
오 “제3지대 관련 논의는 긍정적이다. 그런데 순서가 잘못됐다. 서로 어떤 문제의식이 있고 어떤 지향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한 개인이 깃발부터 들고 일단 같이하자고 한다. 도전에 박수는 쳐드리고는 싶지만 납득하긴 어렵다.”
신 “메신저와 메시지로 나눠서 보자. 메신저로 봤을 때 양향자‧금태섭 둘 모두 정치를 5~10년 이상 해 오신 분들이다. 이들이 ‘70~80년생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얘기한다. 그냥 3040세대들이 직접 (정당을) 만들어 활동하도록 도와주시면 된다. ‘우리가 만들어줄게’라는 태도에서 기존 정당과의 차이를 잘 못 느끼겠다. 메시지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우리 포럼에서 앞으로 낼 메시지들이 더 선명하고 신선할 것이다. 국민들이 들었을 때 ‘이런 메시지 처음인데?’라는 차별화가 확 느껴질 것이다. 오랜 세월 정치 무능을 보여 온 6070세대는 이제 좀 물러나주셨으면 한다. 대신 3040세대가 주류로서 견인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 우리 정치를 30년 ‘안티에이징’해야 한다.”
하 “덧붙이자면 지금은 정당보다 ‘테이블’을 복원해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양당이 개판이니까 당을 새로 만든다? 어차피 정해진 지지층에 가서 어필하는 정치라면 신당 몇 개 더 생긴들 뭐가 달라지겠나. 테이블을 만들고 서로 다른 의견 가진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는 ‘정치 프로세스 복원’이 더 중요하다.”
포럼이 기성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 “어떤 일을 될 때만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안 될 걸 알면서도 일단 해야 누적이 되고, 기회가 오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족적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얘기 자체가 무책임하게 들린다.”
신 “물건이 가성비 좋다고 해서 무조건 사지 않는다. 필요하면 산다. 이 포럼도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여야 모두 청년들을 액세서리로 쓰고 버려왔다. 적당한 자리를 하나 받은 후 빠르게 소진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제 청년 정치인들도 셀럽 정치 말고 ‘세력 정치’해야 한다. 그동안 청년 정치인들이 제대로 연합하지 못하고 파편화돼 왔는데, 이번엔 다르게 해보고 싶다. 여기에서 모인 에너지가 각 당이든 혹은 다른 곳이든 어딘가에선 꼭 쓰일 거라고 생각한다.”
오 “저보다 유명한 정치인들은 많다. 하지만 신 대표님은 포럼 구성원을 모을 때 지위 고하를 떠나 이제까지 어떤 정치를 해왔나를 보더라. (포럼에선) 동료들의 인정과 조직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청년 정치인들의 협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포럼도 결국 하나의 신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신 “그동안 국민의힘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노력의 연장선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정치 복원을 위한 노력에 있어 이 포럼은 하나의 꼭지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내일 일을 알 순 없지만, 현재 기준에선 신당 의지를 갖고 모인 게 아니기에 포럼 그대로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하 “저는 (창당 생각이) 없다. 이곳에서 일종의 정치적 동력을 받아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신당 관련해선 합의한 것도 없고 당연히 강요도 없다.”
오 “이미 정의당 내에선 다양한 세력을 포함한 재창당 관련 얘길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와 이 포럼이 재창당 과정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길 바란다. 성장하는 바깥의 다양한 세력과 정의당의 연결 역할을 해보려 한다.”
정치 현안 이야기를 해보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논란에 대한 자당의 대응 어떻게 보았나.
오 “갑갑하다. 아주 선명한 사안인데, 사안 자체가 정치로 인해 오염됐다. 정부의 비정상적 대응은 물론이고 야당도 애초에 접근 자체를 정치적으로 하다 보니 실패한 것이다.”
하 “민주주의의 붕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의사결정 체계다. 정치는 국익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과학을 들이댔다. 여야 모두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닌 정치적 이익에 따라 얘기한 것이다. IAEA 최종 보고서가 나온 직후 민주당이 ‘깡통 보고서’라고 평가했는데 이 점도 많이 아쉬웠다. 며칠 더 검증해보겠다고 말했어야 한다. 바로 어제 나온 보고서를 아침에 깡통이라 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들리겠나. 신중해야 한다. 압도적인 오염수 반대 여론이 민주당 지지율로 안 붙고 있는 이유다.”
신 “웬만하면 윤석열 정부를 지지해주고 싶다. 그런데 오염수 사안은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인데 주권이 행사되고 있지 않다. 외교라는 건 이럴 때 작동돼야 하는데 외교 실종상태다. 일본 총리 만나서 당연히 항의해야 했다. 외교를 총동원해 미래세대에 죄를 짓지 말아야 했다. 무책임하고 무능했다. 정부와 여당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거듭 주장하는데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떠올려 보라. 그때 KC 인증마크 받았던 살균제들 때문에 몇 명이 사망했나.”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어땠다고 보나.
신 “이 사안은 명백한 직권남용, 권력의 사유화 문제다. 대장동 의혹처럼 이것 또한 수사의 영역으로 갈 것이다. 누가 봐도 이상한 정황들이 많지 않나. 의혹 제기 자체가 선동‧괴담이라면, 의혹을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하는 검사라는 직업은 선동꾼인가. 여기에 사업까지 백지화시키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물론 민주당 대응도 엉망이다. 김의겸 의원이 피켓 들고 나와 단군 이래 최악의 비리라고 과대 포장을 하니 국민들도 ‘민주당이 재미 보려는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나.”
하 “국민들은 ‘국정 운영을 이렇게 하면 되느냐’고 꾸짖고 있는데 정부는 ‘민주당이 물고 늘어진다’는 주장만 하며 백지화까지 선언해버렸다. 원희룡 장관은 장관을 하면 안 되는 인물이다. 장기적 복안을 갖고 진행된 사업을 저렇게 충동적으로 뒤집으면 국가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부처 전체가 너무 위험해진다.”
오 “앞서 김건희 여사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을 때, 솔직히 불필요한 공격도 많아 보여서 눈살이 찌푸려졌었다. 그런데 이 문제만큼은 정부‧여당에 큰 타격이 있을 것 같다. 이걸 어설프게 물타기 하려 하면 여론의 큰 반감을 낳을 것이다. 국민들이 벼르고 있다.”
여야 모두가 문제라면, 내년 총선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
오 “이 부분에 대해 최근에도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두 대표의 전망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 “지금 데이터로 보면 민주당이 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막나간다. 여당에 의석수를 몰아주면 나라가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라고 여론을 분석하며 민주당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도 하지만, 건조하게 데이터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보수가 과표집된 거라는 주장도 하는데, 그건 여론조사를 모르는 것이다. 이념 성향과 지지 정당을 직접 물어보는데 진보 응답률이 낮으니 계속 전화를 돌리고, 그러다보니 보수가 과표집되는 것이다. 야당은 총선을 준비할 때 ‘우리가 지겠어?’가 아니라, 저쪽이 최상의 상태로 임한다는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과연 이런 자세로 준비하고 있나. 너무 나이브(naive·순진)하다.“
신 “전 생각이 다르다. 국민의힘이 무조건 진다. 물론 민주당도 지금의 169석을 다 지키진 못할 것이다. 즉, 민주당은 내용상 패배하겠지만 결과적으론 승리할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 70%, 지지율 30%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약자임을 내세우고, 되든 안 되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과 여론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갔다. 과도하게 힘을 사용했다. 지금 정부가 전혀 약해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민은 ‘국민의힘이 한 석이라도 이기면 더 막나가겠네’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소위 ‘뭐 묻은 막대기’지만, 이거라도 들어 정부를 때려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 “이렇게 각자 자신들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만큼 당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어서다. 그런데 양당 중 어느 쪽이 이기든 우리 정치가 여기서 얼마나 달라지겠나. 너무 지긋지긋하다. 그렇다고 우리 정의당이 이들을 대신해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없어 더욱 슬프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기든 우리나라 정치는 한 발짝도 안 바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한 마디 한다면.
오 “지금의 정의당으로는 안 된다. 또 정의당만으로는 힘들다.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정치를 복원하고 재편하는데 나섰으면 좋겠다. 우린 가진 게 없다고들 말하는데, 갖고 있는 그 작은 기득권이라도 내려놓고 세력 재편에 나서야 한다.”
하 “대통령은 유권자를 존중하고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국민의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 아닌가.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차기에 대통령이 하고 싶다면 우리 당의 지지층을 넘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 사람들을 존중하고 믿었으면 한다. 자꾸 양쪽 다 언론 지형이 기울어졌다고 불평하는데, 이제 유권자들은 언론에 선동되지 않는다.”
신 “앞으로 3년 남은 임기 동안엔 대통령이 정치가 뭔지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검사 DNA가 잘 안 바뀌겠지만 이제는 정치인이 됐으니 성찰이 있었으면 한다.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조언한다고 바뀌겠나. 다만 본인들이 왜 정치를 하시는지 초심에 대해서 한 번 떠올려 보길 바란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겠다. 이재명 대표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빨리 무너져야 그나마 나아질 것이다. 정의당은 유의미한 정치 복원에 역할을 해주었음 좋겠다. 복원의 길에 힘을 모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