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을 대하는 정부의 바람직한 자세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5월까지 세수 전년 대비 18.5%나 감소 성장에 영향 미치지 않도록 지출 우선순위 따져야
2023-07-10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경기 부진·3고·유류세 인하 여파
소득세는 10조원 감소했다. 소득세 감소의 대부분은 양도소득세가 줄어들어 생긴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부동산 거래가 감소한 여파다.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기준시가를 2020년 이전으로 낮춰 종합부동산세가 약 40% 줄었다.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 연장에 따른 세수 감소도 있다. 사실은 세수를 잡을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실제 세수를 기준으로 2023년 국세 수입을 예상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초과 세수는 무려 118조6000억원이었다. 그러나 경기 부진과 정부의 감세 정책에도 올해도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말까지 세입은 집행해야 할 예산보다 크게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세수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할 때다. 사실 세수 부족은 가끔 발생하는 일이다. 올해 세수결손이 난다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수입이 부족할 때 해결 방법은 일반 가계나 정부 살림이나 같다. 소비를 줄이지 않으려면 빚을 얻어 써야 한다. 정부는 세입 감소분에 맞춰 지출을 줄이거나, 지출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세수 부족분을 증세 아니면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한다. 국채 발행은 수입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동안 정부가 문제를 푸는 방법은 주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아홉 번의 세수 부족 사태 가운데 여섯 번을 정부는 국채를 더 발행하는 추경을 통해 해결했다. 세출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국채 추가 발행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 5년 동안 국가부채를 늘리기만 했다고 비난해온 현 정부인 만큼 다시 빚을 늘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출을 줄이기 위한 이른바 ‘감액 추경’을 추진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원래 지출을 줄이겠다고 하면 부족한 세수에 맞게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한다. 당국이 사업 예산 자체를 아예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감액을 위한 추경이든 국채 발행을 위한 추경이든 정부가 추경안을 내놓는 순간, 국회는 다수당인 야당의 무대가 된다. 정부나 여당이 선택하고 싶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추경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방법이 별로 없다. 우선 기금의 여유자금이나 한국은행 잉여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쓸 수 있는 돈은 다 바닥까지 긁어 써야 한다. 그러고 나면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이른바 예산불용(豫算只用)이다. 예산불용은 보통 편성된 사업이 중지되거나 해당 연도에 집행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할 때 활용된다. 물론 부족한 세입 때문에 세출을 인위적으로 줄여야 할 때 쓰이기도 한다. 연속으로 세수결손이 발생했던 박근혜 정부 초반에도 활용된 적이 있다. 2013년에는 국세 수입이 201조9000억원으로 세입예산 210조4000억원 대비 8조5000억원 부족했고, 2014년에는 국세 수입이 205조5000억원으로 예산보다 10조9000억원 부족했다. 당시 예산불용액은 해마다 17조원에서 18조원에 달했다. 올해 추경 없이 넘기려면 예산불용이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회 답변을 통해 강제적인 예산불용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강제로 시행할 필요가 없다. 예산이 잡혀 있는데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종종 발생한다.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다. 원래 정부 예산은 엄격히 정해진 요건을 만족해야 쓸 수 있다. 요건에 맞지 않으면 집행하기 어렵다. 사업 진행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설계 지연이나 민원, 공사비 증액 이유로 지연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산을 아끼려면 그저 규정만 조금 더 까다롭게 적용하면 된다. 실제로 예산불용은 각 부처에 예산을 엄격한 조건에 따라 집행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이 경우 경기도 어려운데 재정이 필요한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불황에 정부마저 지출을 줄여 사업을 축소하면 경기 대응 수단으로서 재정의 기능이 약해진다. 건전재정도 중요하지만, 경기 상황의 관리는 더 중요하다. 2014년에도 정부의 예산불용으로 당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절반으로 낮아졌다. 성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출을 줄일 수는 없다. 재정 지출의 경제적 효율성을 기준으로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 상황을 생각하면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항목부터 예산 집행에 손을 댈 가능성이 크다. 통일·외교 예산, 남북 협력 사업 등이 그렇다. 숫자로 보면 아직 예산 집행률이 낮은 사업들이 우선적인 후보가 될 수 있겠다. 상반기 내 65%의 재정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원래 예산 집행 기조를 생각하면 6월까지 예산 집행률이 40% 미만이었다면 자연스럽게 ‘예산불용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감세와 건전재정은 양립하기 어려워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추경을 편성해 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이미 제안해 놓았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감액 추경을 포함해 어떤 내용의 추경안이든 국회의 동의를 받으려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버틸 수 있는 만큼은 버티면서 하반기 경제 환경의 변화를 기대하자는 것이 세수 부족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도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징수유예분을 서둘러 걷는다거나 이곳저곳 세무조사로 털어서 부족한 세수를 조금 채울 수 있겠다. 문제는 올해는 어떻게 넘긴다고 해도 내년 이후다. 현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감세 역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감세와 건전재정이 양립하기는 쉽지 않다. 세수 부족은 결국 국가채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빚을 늘리지 않으려면 증세하거나 지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부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공약도 재검토할지는 알 수 없다. 내년에는 4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현 정부도 출범 직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원의 추경을 했다.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원에서 지난해 1068조원으로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