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아스파탐’의 배신…‘제로’도 다 같은 ‘제로’가 아니다?

WHO 아스파탐 ‘발암물질’ 분류 예고에 식품업계 ‘비상’ “소량은 괜찮다” 반응 속 대체 감미료 찾기로

2023-07-03     조문희 기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예고에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스파탐은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낮아 무설탕 식품에 자주 쓰이는 만큼, 최근 유통가를 휩쓴 ‘제로’ 열풍에 제동이 걸리게 된 셈이다.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관련 논란은 식품업계에서 꾸준히 논의됐던 문제다. 현재까지도 아스파탐의 유해성 여부를 두고 적정량 이하로 섭취하면 괜찮다는 의견이 혼재돼있다. 업계에선 아스파탐 발암물질 분류와 관련한 소비자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분위기다.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된다는 소식에 ‘제로’ 열풍 특수를 노리던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 연합뉴스

“아스파탐 유해성 논란 과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물질(2B군)’로 지정할 예정이다. WHO 차원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다. 2B군은 인체 관련 자료나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분류되는 군으로, 담배나 석면(1군‧인체 발암물질), 고온의 튀김이나 우레탄(2A군‧인체 발암 추정물질) 등보다는 낮고 전자파 등과는 동급이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최대 200배의 단맛을 내는 식품첨가물로 1980년대부터 사용돼왔다.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어, 단가를 낮추고 당분과 칼로리를 내리는 데 활용돼왔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22종의 인공감미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내 제품 중엔 ‘펩시제로’ 등 각종 무설탕 식‧음료 제품에 많이 쓰여 왔고, 막걸리 제품 상당수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다.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아스파탐을 승인해 유통하고 있지만, 학계에선 유해성을 둘러싼 연구가 꾸준히 이뤄져왔다. 그러나 통일된 연구 결과는 없는 실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아스파탐을 포함한 저칼로리 감미료가 당뇨병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체중 감량이나 신진대사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암 사망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업계에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읽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설탕 대체재로서 인공감미료가 각광받다가 전 세계적으로 ‘제로’ 열풍이 확산하자 유해성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나오는 흐름”이라며 “과거에도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소량은 괜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어, ‘제로’ 제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확산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설탕의 대체재로서 1980년대부터 사용되어 온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은 국내 막걸리 제품 일부에도 포함돼있다. ⓒ 연합뉴스

“소량은 괜찮다” vs “아스파탐 안 씁니다”…업계, 극과 극 반응

실제 아스파탐을 승인한 각국 식품 당국의 권고 사항을 보면, 제품 하나 당 사용량보다 일일 섭취허용량 기준이 훨씬 높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아스파탐이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35㎏ 어린이가 다이어트 콜라를 매일 55캔 이상 마셔야 하며 60 성인은 막걸리를 매일 33병 마셔야 한다. 국내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은 당 40㎎이다. 또 같은 인공감미료이지만 스테비아나 에리스리톨 등은 발암물질 분류 소식이 없다. ‘제로’ 식품이라고 해서 다 유해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인공감미료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WHO의 아스파탐 관련 발암물질 분류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 주가는 3일 줄줄이 하락했다.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펩시제로’를 생산‧판매하는 롯데칠성 주가는 지난달 30일 장중 12만2600원으로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아스파탐을 사용하진 않지만 ‘코카콜라 제로’를 제조‧판매하는 LG생활건강도 이날 장중 한 때 45만60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 같은 시장 반응을 고려해,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을 중심으로 ‘적극 해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사 제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식이다.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업체들은 극소량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에리스리톨 등 대체 원료를 사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