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만 먹는다는 ‘코인 부자’ 청년 정치인…김남국 해명에도 왜 2030 분노 커지나
구멍 난 운동화·자전거·라면…‘검소한’ 정치인의 가상자산 논란 김남국은 ‘서민 코스프레’ 지적 반박…“젊은 층일수록 상실감 커”
2023-06-09 김현지 기자
17일간 잠적한 청년 정치인의 과거 발언 돌아보니…
김남국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반박과 해명을 이어왔다. 가상자산 투자로 이익을 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례까지 언급하면서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고 내가 하면 ‘논란’이냐”며 울분도 토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커진 결정타는 김 의원의 평소 모습과 가상자산 투자 행태가 정반대여서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김 의원이 특정 가상자산에 집중(몰빵) 투자한 것은 투기성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모든 자료를 제출한다고 공언했으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진상조사 직전 탈당한 행태 역시 논란을 키웠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 3월까지 민주당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을 맡는 등 명실상부 당 지도부로서 역할을 해왔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수행실장을 맡아 ‘친명계’로 분류됐다. 김남국 의원은 5월5일 가상자산 의혹이 불거진 후 “‘한동훈 검찰’의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중에도 가상자산을 거래했다는 추가 보도가 나오면서 도덕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5월12일 긴급 윤리감찰을 지시했고, 김 의원은 이틀 후 자진 탈당했다. 이때부터 지난 5월말까지 17일간 잠적했다. 국회 의정활동은 하지 않았다.“매일 라면만 먹는다.”(2019년)
“김남국 후보에게 100만원은 절박함이다.”(2020년)
“3만7000원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2021년)
“우리 사회가 물질적인 가치보다 생명, 안전 등 기본권을 우선하는 안전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2022년)
후원금 마련 ‘연애 비법’ 전수까지…2030세대 의원 중 재산↑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김남국 의원의 ‘연애 비법 전수’도 회자됐다. 2022년 11월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 갤러리’에는 김 의원 이름으로 ‘비법 전수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성과 오래 통화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20층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주된 내용이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는 모태솔로로 알려진 김 의원이 올린 글이기에 화제가 됐다. 글 말미에는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어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며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이 없다”면서 정말 아껴 후원금을 쓰겠다고도 호소했다. 그러면서 계좌번호를 글에 첨부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모금 현황에서 가장 많은 3억3014만원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라면만 먹는다”는 김남국 의원의 발언은 흥밋거리로 자주 등장했다. 김 의원은 2019년 소개팅을 콘셉트로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상대방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별로 집에 있을 때는 밥을 안 먹어가지고… 다 라면만 먹어요”라면서 “그렇게 먹은 지 7~8년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거의 하루에 한 끼 못 먹을 때가 많다”며 “안 먹는 경우가 많죠”라고 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김남국 의원의 21대 국회의원 후보 홍보용 영상에서도 드러난다. 김 의원은 영상에서 “여러분에게 100만원은 어떤 의미가 있는 돈인가요? 김남국 후보에게 100만원은 절박함”이라고 했다. 이어 “100만원은 변호사 김남국이 상경해 늘 했던 절박함의 기도였다. ‘다음 달에는 100만원만 벌게 해 주세요. 그래서 김남국은 ‘민생정치’를 우선으로 내세운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영상에는 김 의원을 “평소 메고 다니던 가방의 수선을 맡기자 그냥 새 가방을 보내준 일화가 있을 만큼 검소한 남자”라고 묘사하는 대목도 나온다. 21대 총선 후인 2020년 8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보면, 김남국 의원은 8억32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김 의원의 재산은 2021년 3월 공개된 자료에서는 이보다 3억5000여만원 늘어난 11억8100만원이다. 2022년에는 12억67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류호정·배현진·장경태·장혜영·전용기·용혜인·이소영 등 2030세대 의원들의 재산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잇단 반박에도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 져라”
일각에서는 김남국 의원의 과거 발언에 비춰 ‘서민 코스프레’를 한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김남국 의원은 5월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에서 조선일보와 함께 가상화폐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저를 향해 ‘서민 코스프레’ ‘약자 코스프레’ 한다는 비판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평생을 검소하게 절약하며 살았던 모습들이 결국은 위선이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민 코스프레 했다는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남국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산 안경을 20년 동안 썼고, 변호사 시절에도 아버지가 타시던 차를 물려받아 24만km까지 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마 전이나 출마 후나 달라지지 않고, 한평생을 이렇게 살았는데 어떻게 ‘서민 코스프레’라는 말이냐”며 “72억 자산가 김건희 여사가 3만원짜리 슬리퍼를 사면 ‘완판녀’가 되고, 민주당의 김남국이 3만원짜리 운동화를 신으면 ‘서민 코스프레’가 되고, 국민의힘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 되고 민주당 김남국이 하면 ‘논란’이 된다”고도 했다.“‘내 집 마련’ 힘든 젊은 층일수록 상실감 커”
‘정치 문외한’도 김남국 의원을 향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장아무개씨(여성·35)는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임에도 김남국 의원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정치인들이 자산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김 의원의 사건을 보니 ‘저 사람도 역시나 그렇구나’ 싶다”고 했다. 젊은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위믹스’ 보유량이 발행사 대표보다도 많고 국회 의정활동 중 가상자산 거래를 한 점 등을 꼬집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젊은 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5월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월 4주 차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2%포인트 떨어진 31%였다.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4%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20대와 30대 지지율은 각각 25%, 31%였다. 이는 4월 1~4주 민주당의 젊은 층 지지율(20대 24%, 30대 34%)과 비교하면 30대에서 3%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4월 기준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4%, 국민의힘 32%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4월 4주 차 37%에서 5월 1주 차 32%로 떨어진 후 줄곧 30%대 초반을 유지했다.(5월 4주 차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9.8%다. 이 외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일수록 이번 논란 이후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상자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한 젊은 층이 상당수다. 일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투자한다는 의미)’해 집을 장만했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평소 검소하고 민생을 외쳤던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터진 것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에서 민생정치를 말했던 분이 결국 투기자본에 몸을 실은 것”이라며 “민생정치를 믿은 이들에겐 배신감을 안길 수밖에 없었던 문제”라고 설명했다. 임운택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희망과 꿈이 없어 투기 대열에 끼어든 것 아닌가. 젊은이들은 10년 후 자신이 어디에 서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런데 관련 정책에는 손을 안 대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터지니 상실감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하에서 부동산값이 엄청 뛰었고,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가상자산에 투자했지만 상당수가 돈을 잃었다”며 “그런데 ‘문재인 키즈’라고 볼 수 있는 김남국 의원이 돈을 벌었다고 하니 박탈감이 당연히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김남국 의원의 검소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만큼 배신감도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