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내 돈은 어떻게 될까?
北발사체 ‘해프닝’에도 자산시장 ‘무덤덤’ ‘위기의 일상화’에 ‘패닉셀’ 관측 안 돼
2023-05-31 조문희 기자
이번에도 ‘진짜’ 아니었다…北 도발에도 잠잠한 자산 시장
이날 코스피 시장은 오전 11시15분 현재 2585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0.51포인트(0.02%) 높은 2586.03으로 출발한 뒤 지난해 6월10일(2602.8) 이후 최고치인 2596.31까지 올라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홀로 168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AI 붐’을 탄 대형 반도체주의 신고가 경신 랠리가 상승세를 주도한 흐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엔 차익실현 물량으로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전날까지 신고가를 경신하며 각각 심리적 저지선으로 통하는 7만원과 10만원 선을 훌쩍 넘겼다. 이밖에 운수장비, 철강 및 금속, 의료정밀, 전기전자, 금융업, 증권 등도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가산자산 시장의 경우 국내 거래소 업비트를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3691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31분 서울시의 대피 경보 발령 직후 3683만원까지 떨어졌으나, 해당 경보가 ‘오발령’으로 정정된 이후인 오전 7시30분께엔 다시 3700만원 선까지 올랐다. 이밖에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은 대피 경보 직후 3~5% 가량 하락이 관측됐으나, 현재는 0%대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자산 시장이 예상 밖 안정 흐름을 보인 것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가 ‘예상 가능한 도발’이었기 때문이란 게 주된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 29일 이날부터 다음달 11일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쏜 발사체가 전술 무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또 서울에 내린 대피 경보도 ‘오발령’으로 정정된 데다, 주식시장 개장 전에 도발이 이뤄져 충격에 대비할 시간도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실제 전쟁이면 ‘폭락’ 불가피…회복 시점엔 ‘물음표’
만약 이번 경보가 ‘오발령’이 아닌 실제 대피 경보였다면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주식과 가상자산이 동시에 급락하면서 연쇄 폭락장을 방불케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난해 2월22일 하루 동안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10% 이상 큰 낙폭을 보였고 코스피도 27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전쟁 속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쟁 중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게 일종의 불문율로 여겨지는 터라, 불안에 빠진 예금 고객들이 돈을 찾으러 몰려들 수 있다. 러시아에서도 세계 각국의 제재가 강화되자 곳곳에서 뱅크런 조짐을 보였다. 뱅크런은 주요 은행들의 ‘릴레이 파산’으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지금은 주요 자산시장이 일상 수준을 회복한 모습이다. 전쟁 발발 당시인 지난해 2월과 비교해보면, 러시아의 대표 주가 지수인 RTS는 600 선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1000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도 하락분을 반납하고 27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쟁을 앞두고 현금성 자산을 비축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한 경고도 나온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쟁 중에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다. 큰 전쟁에선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증시는 세계대전 중에도 올랐다. 주식투자를 하는 게 현금을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전쟁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마련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구체적인 계획의 내용은 대외비에 부쳐진 상태지만, 위기단계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정부 개입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또 현재 금융기관 파산에 대비한 예금자보호제도는 1인당 5000만원 한도인데, 금융권에선 이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