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큰 그림…‘이재명 입’ 통해 위믹스 띄웠나
이재명이 P2E 옹호할 때 김남국은 P2E 코인으로 돈 벌었다 개미인가 세력인가…해명에도 안 풀린 김남국의 ‘돈 복사’ 비결
2023-05-15 공성윤 기자
의문① 10억원이 어떻게 60억원으로 불어났나?
김 의원은 5월8일 입장문을 통해 “가상화폐(암호화폐) 초기 투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매각대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1년 1월13일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 주문해 9억8574만1515원의 예수금이 발생했고, 해당 금액을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약 1500만원을 보탠 10억원을 한 달여 후인 2021년 2월9~12일 세 번에 걸쳐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 계좌로 보냈다. 또 그 전액을 다시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계정으로 옮겼다. 금융 당국의 ‘1거래소 1은행’ 원칙에 따라 업비트에서 거래하려는 투자자는 케이뱅크의 실명 계좌만 쓸 수 있다. 김 의원은 증권사-은행 간 자금 이체 내역을 첨부했다. 즉 ‘초기 암호화폐 투자금 10억원’은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2년 1~2월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첫 투자 시기인 2021년 2월과 비교해 11개월 이상 차이가 난다. 그사이에 무슨 코인을 샀는지, 투자금 추가 유입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김 의원은 밝히지 않았다. 김 의원이 위믹스를 보유했을 때 코인의 최고 가치는 60억원대였다고 한다. 11개월의 행적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10억원을 60억원대로 불린 ‘마법’은 줄곧 대중의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바로 위믹스를 산 것은 아니다. 김 의원이 초기 투자금 10억원을 업비트에 넣어둔 건 2021년 2월이고, 위믹스가 업비트에 상장된 건 11개월 후인 2022년 1월이기 때문이다. 즉 초기 투자처는 업비트에 상장돼 있던 다른 코인이었다. 해당 코인이 무엇인지 김 의원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암호화폐 전문매체 디지털애셋과의 인터뷰에서 “(거래한 코인들이) 여러 가지 있어서 그걸 다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위믹스 구매 내역 공개를 거부하며 “공개하면 위믹스 말고 다른 코인도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고, 그러면 또 다른 코인도 공개하라고 할 것”이라며 “이는 거래를 다 공개하라는 것인데 논란을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믹스 매입 이전에 다수의 코인에 투자했음을 시사한다.의문② 그래서 얼마를 벌었나?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현재 보유한 가상화폐 가치는 9억1000여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초기 투자금 10억원에 비춰보면 약 9000만원 적다. 이를 근거로 김 의원이 손실을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사이에 현금화하거나 다른 종류의 자산으로 바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수익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수익에 관한 단서가 드러난 건 그 이후다. 김 의원은 5월9일 KBS에 “전세금 마련을 위해 보유 코인 중 8억원 상당을 현금화했다”며 “코인 투자 이후 전체 재산 증가액 역시 8억~9억원가량”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2020년 말 예금액은 약 1억4700만원, 2021년 말에는 11억1500만원이었다. 1년 사이 9억여원이 늘어났다. 또 2022년 재산 내역을 신고할 때 경기도 안산시 아파트와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 각각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6억원, 2억원씩 총 8억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재산 내역에 비추어보면 김 의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논란이 일자 현재 보유 중인 암호화폐 가치가 9억1000여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코인 투자로 번 수익금은 현금화한 8억원을 포함해 17억1000여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초기 투자금 10억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수익률은 약 71%다. 단 이는 전적으로 김 의원의 해명과 공개 재산 내역만을 근거로 집계한 수치다. 그가 재산 내역의 허점을 숨기기 위해 공개 금액에 맞춰 “8억원 상당을 현금화했다”고 주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상 암호화폐는 신고 대상이 아니다. 상당량의 코인을 갖고 있어도 현금화한 부분만 신고하면 된다는 뜻이다. 결국 김 의원의 정확한 수익금을 알기 위해선 암호화폐가 보관된 모든 지갑의 이동 내역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특성상 지갑 주소를 알면 외부에서 거래 내역을 모두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론 가능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업비트뿐만 아니라 빗썸과 클립(KLIP·카카오가 제공하는 코인 보관 서비스) 지갑 등을 바꿔가며 썼다.의문③ 무슨 자신감으로 한 코인에 ‘몰빵’했나?
김 의원의 투자 행태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위믹스 코인 하나만 80만 개 이상 샀기 때문이다. 그보다 훨씬 많은 130만 개를 보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암호화폐 탐사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를 운영하는 변창호씨가 김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클립 주소를 분석한 결과다. 김 의원이 매입 시점을 밝히지 않아 투자금액은 알 수 없지만, 위믹스 상장 시점 가격(300원)을 따져 계산해도 최소 2억4000만원어치에 해당한다. 위믹스 대량 매입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상장사 위메이드가 발행했기 때문에 신뢰했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위믹스는 어디까지나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다. 김 의원의 보유가 확인된 시점(2022년 1~2월) 직전인 2021년 12월에는 변동 폭이 최대 -56%였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내부자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변창호씨는 시사저널에 “코인판에서 내부 정보를 얻어 사전 매입하는 경우는 흔하다”며 “주식시장은 규제라도 있지만 코인은 그런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변씨는 위믹스가 상장폐지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상폐 사유인 ‘유통량 허위 공시’를 최초로 제기한 인물이다. 또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기술 전문가는 “코인 발행업체에 유무형의 도움을 주면 그 대가로 내부 정보나 코인을 받는 게 이 바닥의 섭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부인했다. 그는 5월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는 이미 한참 폭락하던 시점에 (위믹스를)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다면 고점에 팔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매매 내역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지난 대선 때 김 의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수행실장 겸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았다. 이 시기에 이재명 후보는 위믹스의 발행 이유이자 성장동력인 ‘P2E(Play to Earn·게임으로 돈 벌기)’ 주제를 선점했다. 이 후보는 2021년 12월20일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대선주자들 중 최초로 P2E를 공론화했다. 당시 그는 “P2E가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에서 이미 활발한 산업인데 무조건 금지하면 쇄국정책 하는 꼴”이라고 지지 발언을 했다. 해당 방송이 나가고 3일 후 위믹스는 45% 급등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학회는 5월10일 성명을 통해 “몇 년 전부터 P2E 업체와 협회, 단체가 국회에 로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위믹스를 둘러싼 이익공동체가 형성된 결과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시사저널에 “대선 기간인 2022년 1월 국회에서 P2E 규제 완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그 주최자가 김 의원”이라며 “이제 보니 김 의원이 P2E를 옹호한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위 학회장은 이재명 후보의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공동단장이었지만 P2E는 줄곧 반대해 왔다.의문④ 코인으로 돈 번 게 문제인가?
‘국회의원이 코인으로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의혹에는 근원적인 쟁점이 깔려 있다. 그게 설령 사실이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는 점이다. 김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후 줄곧 정당한 투자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월8일 입장문에서는 “저의 정치생명과 전 재산을 걸 만큼 가상화폐 투자 과정에서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거래했다”고 밝혔고, 9일 유튜브에선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라고 표현했다. 사정 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김 의원 지갑에서 이뤄진 위믹스 대량 이동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상 거래’로 판단했다. FIU는 이를 근거자료와 함께 검찰에 넘겼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관계자는 5월9일 언론에 “FIU가 범죄와 무관한데 수사기관에 이상 거래를 통보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말 김 의원 계좌에 대한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그 외에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의원이 과거 암호화폐 관련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게 이해충돌방지법에 걸리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5월9일 밝혔다. 김 의원은 2022년 12월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찬성했다. 해당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의원의 행동이 위법이 아니라고 해도 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여당은 이미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서민 코스프레가 비판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김 의원은 그간 “매일 라면만 먹는다” “3만7000원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 등 가난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년 정치인은 후원금 모금이 정말 쉽지 않다”며 후원금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의정활동은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수십억원 상당의 코인을 굴린 게 팩트로 밝혀진 이상, 수익을 위해 하루 종일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란 추측 때문이다. 익명의 한 전업 코인 투자자는 “코인 소득은 불로소득이 아니라 근로소득”이라며 “폐장도 없이 24시간 돌아가는 코인판에 일단 발을 들이면 잘 때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관한 입장을 듣고자 김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지만 답이 없었다.◎ ’김남국 코인’ 이전에 ‘P2E 코인’으로 이름 날린 위믹스의 정체
위믹스는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발행된 암호화폐다. 발행사는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의 P2E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킨 선구자다. 2020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미르4’는 P2E를 현실에 구현한 1세대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르4 내에서 유저들은 자원을 채굴해 ‘드레이코’라는 화폐로 바꿀 수 있다. 이 드레이코는 위믹스 코인으로 교환한 뒤 현금화할 수 있다. 단 국내 당국은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P2E를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미르4 국내 버전은 위믹스 교환 시스템이 없다. 최근 사태로 위믹스는 ‘김남국 코인’으로 불리며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선 훨씬 전부터 주목받는 암호화폐였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로 P2E 생태계를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수많은 게임 유저가 동조하면서 위믹스 가격은 치솟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20년 10월 빗썸에 최초 상장됐을 때 시세는 개당 300원 안팎이었다. 그러다 2021년 4월 1500원으로 약 5배 뛰었다. 당시 위메이드의 빗썸 인수설이 돌기도 했다. 이후 위믹스는 2021년 11월~2022년 1월 코빗, 코인원, 업비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 차례대로 상장됐다. 이 시기에 위믹스 시세가 한때 2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테라·루나 폭락’ ‘FTX 파산신청’ 등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거래소에 공지한 유통량보다 실제 유통량이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허위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이유로 위믹스 상장 거래소 4곳이 2022년 11월 일제히 상장폐지를 예고했다. 그러자 한 시간도 안 돼 시가총액 3000억원이 증발했다. 위메이드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돼 결국 그해 12월 퇴출됐다. 위믹스의 거래 중단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넥슨과 네오위즈를 거쳐 2014년 위메이드 대표로 선임됐다. 장 대표는 위믹스의 생태계 확장을 전폭 지지했다. 지난해 173억원의 보수를 받아 게임 업계 연봉 1위를 찍은 그는 “급여와 배당금 전액으로 위믹스를 매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대표는 위믹스의 상장폐지가 결정되자 ‘거래소의 갑질’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위기를 숨기고 투자자를 속였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매출 감소와 영업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위메이드는 올 1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