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입건된 공인중개사만 400명…“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조직적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 가담 ‘충격’ 중개인 책임 강화 움직임에도 실효성엔 ‘물음표’
2023-04-25 조문희 기자
거래 절벽에 실적압박…‘도덕적 해이’ 내몰리는 공인중개사
공인중개사는 공인된 자격증(공인중개사자격증)을 취득해 토지나 건축물을 매매‧임대하는 일 등을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 부동산 거래 자체는 개인끼리 해도 무방하나, 대출을 받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를 해야 한다. 중개인을 낀 거래가 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법상 중개인은 중개 물건의 위치, 주변 환경, 종류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주어야 하며,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인중개사와 중개인, 중개법인을 합한 개업 공인중개사의 수는 11만7745명이다. 공인중개사는 매매나 전월세 계약을 중개했을 때 거래금액의 0.3~0.7% 상당의 보수료를 챙긴다. 중개수수료는 계약의 종류와 거래 금액대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2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맺을 경우 중개보수 상한요율은 0.3%로, 임대인과 임차인 각각에 60만원씩 받아 총 120만원을 벌 수 있다. 중개한 매물의 금액대가 올라갈수록 수수료율은 올라간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부동산 가격 상승기엔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에 중개인들도 덩달아 많은 수익을 거뒀지만, 현재와 같은 부동산 침체기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업을 운영하는 A씨는 “부동산 시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요즘 입에 풀칠을 하고 산다. 집 보겠다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통상 집주인은 여러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다보니 중개사 사이에서도 계약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이 이뤄진다. 이 같은 중개인 사이의 실적 압박이 무리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믿었던 중개인의 배신…전세사기 도운 중개사 처벌 어떻게?
공인중개법상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중개인이 오히려 사기에 가담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전세사기로 입건된 피의자 2188명 중 414명(18.9%)이 공인중개사였다. ‘가짜 임대인’ 1000명(45.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중개인이 전세 사기에 가담하는 범행은 주로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깡통전세 위험이 큰 줄 알면서도 성과보수 등을 노리고 불법 중개행위에 가담하는 식이다.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에서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공인중개사만 6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선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6월 공인중개사가 신용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임대인의 세금체납 정보나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또 집행유예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