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3대 불청객 ‘알레르기·축농증·춘곤증’ 이렇게 물리쳐라
알레르기의 근본 해결은 면역치료…축농증에 의한 통증엔 약물치료 6개월 이상 춘곤증 계속되면 다른 원인 찾아봐야
2023-04-07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감기 후 치통, 축농증 때문일 수도
봄철에는 큰 일교차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지거나 감기에도 잘 걸린다. 이후 치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치과에 가봐도 별 이상이 없거나 치아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해도 계속 아픈 상황이라면 축농증(부비동염)을 의심할 수 있다. 사람의 얼굴과 머리뼈에는 동굴 형태의 공간(부비동)이 많다. 머리뼈의 무게를 줄일 뿐만 아니라 흡입하는 공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대표적인 부비동인 상악동에는 섬모가 있는데 이는 점액을 코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비염이나 감기로 콧속 점막이 부으면 점액이 잘 배출되지 않는다. 점액이 상악동에 고여 염증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축농증이다. 이 때문에 치통이 발생할 수 있다. 전미정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안와(안구가 있는 공간)와 위턱뼈 사이에 있는 상악동은 위쪽 치아와 거리가 0.8~1.5mm로 가깝다. 그래서 상악동염(축농증) 때문에 치통이 생기기도 하고, 치아 문제로 상악동염이 유발되기도 한다. 즉 위쪽 치아에 염증의 원인이 있는 경우 상악동으로 전파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치아 문제로 생긴 상악동염은 치성 상악동염이다. 치아 문제가 아닌 것은 비치성 상악동염이다. 치성과 비치성 상악동염을 구분하는 이유는 치료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치통 부위가 불명확하고 여러 치아가 아프며 음식물을 씹을 때 둔한 통증이 있다면 비치성 상악동염일 가능성이 크다. 즉 치아 문제가 아니어서 치아에 부분마취를 해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다. 치성 상악동염인 경우는 치과 치료가 상악동염 치료보다 먼저 이뤄진다. 그러나 비치성 상악동염이라면 치아에 통증이 있더라도 치아를 치료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급성 상악동염은 10~14일 항생제로 치료한다. 만성 상악동염은 항생제를 좀 더 오래 투여하고 수술도 고려한다.커피 타임은 오전 9시 반에서 11시 반 사이에
봄과 함께 춘곤증도 따라온다. 피곤하고 나른하고 졸리는 증상이 일반적이다. 때로는 입맛도 떨어지고 불면증·두통·무기력증도 경험한다. 춘곤증의 원인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일주기 변화 때문으로 추정한다. 겨울보다 봄에는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며 기온도 오른다. 이에 따라 사람의 생체리듬이 바뀌는데, 문제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 우리는 쉽게 피곤을 느낀다. 예컨대 낮이 길어지면서 특정 호르몬(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해 우리 몸에 활력을 주지만, 이 호르몬의 변동 폭이 커서 체내 스트레스로도 작용한다. 춘곤증 자체로는 병이 아니어서 1~3주 후에는 자연히 회복된다.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은 취침과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같은 시각에 자고 깨는 습관은 우리 몸의 항상성(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성질) 유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 음식을 골고루 먹어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면 더 좋다. 때로는 커피도 도움이 되는데, 커피를 마시기 좋은 시간은 오전 9시 반부터 11시 반 사이다. 이 시간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신진대사·면역체계·혈압을 조절해 주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코르티솔은 아침에 분비돼 우리 몸을 깨우는데, 너무 이른 시각에 커피를 마시면 코르티솔이 과하게 분비돼 오히려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춘곤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충분한 휴식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춘곤증이 아니라 계절성 정동장애(SAD)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반드시 특정 계절에 악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 변화가 많은 봄철에 빈도가 높다. 서인호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무기력한 증상이 춘곤증 때문만은 아니다. 계절성 정동장애의 한 종류인 봄철 우울증일 수 있다. 생체리듬의 변화뿐만 아니라 화려해지는 계절과 달리 자신만 초라한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 또는 진학·취업·승진과 같은 새로운 상황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심한 무기력증으로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SAD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만성피로증후군도 의심할 만하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매우 주관적인 증상이고 수치로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잘 발견하지 못한다. 의료진은 일상 수행 장애, 기억장애, 근육통, 인후통, 다발성 관절통 등 동반되는 다른 증상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을 확인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이라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질환(종양·심장질환·수면장애·류머티스 관절염·갑상선질환·당뇨병 등) 때문인지를 파악해 치료법을 선택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춘곤증 증상이 오래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계절 탓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갑상선·당뇨 등 여러 질환이 장기 피로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