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6월 오염수 방류 예고…정부, 방류 차단보다 사후 대책에 몰두
5~6월 G7‧기시다 방한 이후 日 수산물 수입도 허용될까 우려
총선 앞두고 한‧일 관계냐 여론이냐, 딜레마 빠질 거란 전망도
2023-03-24 구민주 기자
일본이 오는 6월 무렵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고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안심할 만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일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까지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면서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 줄곧 오염수를 배출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오염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아 이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도쿄전력이 오염수 정화 농도를 체크하기 위해 물을 모아놓은 탱크에 다른 물이 섞여 들어오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와 불안감이 더해진 상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을 방도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적 조치는 늦었고, 주변국들과 공조해 일본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방안이 유일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우리 정부가 우리 영해 내 방사능 조사를 확대하는 등 사실상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하고 사후 대응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오히려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제사회를 향해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오는 5월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회의 공동성명에 “오염수 방출을 향한 투명성이 있는 프로세스를 환영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경우 G7 회의 참석이 예고된 윤석열 대통령도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는 셈이 돼 국내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 시점에 맞춰 우리 정부에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까지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르면 오염수 방류 무렵인 6월 전후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이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오는 만큼, 이 때 우리 측에 본격적으로 수산물 수입에 대해 거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요구를 거부할 경우 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한‧일 관계 정상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일본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국내 여론은 정부의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 이상으로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무렵이 되면 차기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게 돼, “여론이 반대해도 추진한다”는 윤 대통령의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일본 수산물 수입에 있어 “국민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여론의 불안감을 달랬다. 지난 2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수산물 관련 이슈가 논의됐는지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수산물 수입에 있어 ‘과학적 증명’과 ‘국민 정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파동’을 거론한 뒤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국산 쇠고기를 불매했지만 자연스럽게 의혹이 해소됐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일본 수산물 역시 시간이 지나면 국민 여론이 자연히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