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한노총이 “주한미군 철수”는 왜? [쓴소리 곧은 소리]

“전쟁연습 반대” 구호가 노동조합의 본질과 무슨 관계 있나 MZ세대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족한 이유…회계 투명성 강화해야

2023-02-24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위원장
서울 시내 한복판,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남색 조끼를 입은 노동조합원들이 “전쟁 연습 반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한 시민이 “저것들 또 거리를 메우고 시끄럽게 떠드네”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현장에는 전쟁 연습 반대는 물론 노동환경 개악 저지 등 노동 문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팻말도 있다. 시끄러운 현장에서 빨간 띠를 두른 조합원들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일반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시위’란 어떤 단체가 단체행동권을 활용해 본인들이 겪는 불합리한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일이다. 굉장히 필요한 행위이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다. 하지만 이 단체행동에서 일반 국민이 그들의 메시지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해당 단체가 무엇을 하는지 겨우 알아본 사람들도 “노조가 왜 엉뚱하게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거야?”라는 의문을 갖는다. 정작 ‘노동조합’ 단체로서 내야 할 목소리는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 나이 서른이던 2021년 8월15일, 난생처음으로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창설했다. 내가 다니는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지난 정부 때 일어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문제를 넘어, 정규직의 공사 일반직 전환 문제가 가장 큰 갈등 요인이 되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소식은 여러 언론과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집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알게 되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민노총 조합원들이 2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ㆍ3조’ 개정 결의대회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른에 난생처음 노동조합 창설하며 느낀 점

어머니는 저녁식사를 하며 뉴스를 보시던 중 피켓을 들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 화를 내시며 ‘이게 무슨 짓이냐’며 역정을 내셨다. “아니, 우리 아들이 어쩌다 빨갱이가 된 거야? 그냥 회사 조용히 다니지”라고 하셨다. 또 친구들에게 연락 온 메시지 내용은 “뭐야, 너 이제 여의도로 가는 거야?”라는 것이었다. 이 순간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런 것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구나’ ‘노동조합 하나 만들었다고 별소리를 다 듣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이러하니 노동조합을 함께 운영할 간부들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조합을 운영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보지만 모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어느 날 한 조합원은 나에게 기프티콘과 함께 “위원장님, 내가 내는 돈(조합비)이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하게 공개해 주시니 정말 안심이 되고 늘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사실 조합이 노조원의 조합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일인가. “너무나도 당연한 행동이고 해야 할 의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조합원은 “그 전에 있었던 다른 노조에선 노조비 투명 공개를 본 적이 없었다. 김밥 한 줄에 1만원을 계상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아 회계 내역 공개를 요구했더니 ‘지회 사무실로 오면 보여주겠다’고 했다. 결국 내역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생각해 보니 나였어도 부담스러워 지회 사무실에 가지 못했을 것 같다. 보통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노동조합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에 비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노사관계법·노동조합관계법을 보면 거대 기득권 노조들이 지나칠 정도로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권을 독식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런 구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젊은 세대의 신생 노동조합들이 모여 노조 연합 ‘새로고침’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한창 ‘새로고침’을 만들기 위해 개별 노조 위원장들과 회의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내린 결론은 노동조합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 개선이었다. 젊은 위원장들이 정리한 기존 노조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①노동조합을 운영하니 주위에서 정치하는 거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점 ②대중적 인식이 부정적이니 조합을 운영할 간부들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 ③시위나 단체행동을 할 때, 일반 시민의 인식이 안 좋으니 시위 효과도 보장되는지 의문인 점 등이다.  

개별 사업장 특성 외면한 일률적인 기준 적용

새로고침은 우선 세 가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출발했고, 얼마 전에는 MZ세대 노조 모임으로 발대식도 열었다.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노동조합의 본질과 방향성, 상생, 투명성, 자율성, 상식, 공정을 강조해 세상에 알렸다. 우리가 생각하는 노동조합의 본질은 노동자들의 부당함을 대변하고, 열심히 일하며, 좋은 대우와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다른 정치적 구호가 필요한가? 현재 정부, 언론 등에서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의 모두발언에서 ‘노조의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을 재차 강조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회계 투명성은 확실히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조합비는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 받은 노동의 대가이자 가치다. 이 소중한 개별 노동자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노동자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노조협의회에 속한 개별 노조의 사업장은 공통점도 있지만, 사업장마다 상황과 환경이 모두 다르다. 개별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노동 현안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려는 방식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연대 노조는 사업장마다 상황과 환경에 맞춰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공공기관 대부분에서 신생 노조가 생긴 이유는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이른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문제 때문이다. 이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공정, 채용 비리가 발생했다. 내가 다니는 공사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닌, 정규직의 공사 일반직 전환이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채용 절차와 관련 법령이 완전히 무시되었다. 특히 공공기관의 채용 분야에서 공정성은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MZ세대 노조협의회 ‘새로고침’은 이 같은 부분들을 강조해 사회에 알렸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잘될지 안될지는 당사자인 우리조차도 모른다. 특별한 배경도, 자본도, 경험도, 지식도 부족하지만, 우리는 ‘노동조합의 본질’을 지키는 행동과 말을 할 것이며, 수고가 헛되이 되지 않도록 올바르게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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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