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김기현과 ‘불편한 동행’의 속사정

9일 대통령실에서 직접 김기현‧나경원 보수단체 ‘동시 초청’ ‘김나연대’ 행보 이면에…나경원 측 “말 못할 사정 有”

2023-02-09     박성의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새로운 민심 새민연 전국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고! 오셨어요!” 9일 오후 3시경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 사단법인 새로운 민심(새민)이 주최하는 한 행사에 나경원 전 의원이 등장하자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반갑게 맞았다. 나 전 의원이 지난 7일 김 후보와 회동한 이후 함께한 첫 공개 행사다. 이날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 장면으로 정치권에선 ‘김나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가 공식화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다만 여권 내에선 ‘김나연대’의 배경, 연대의 진정성을 둔 의심어린 시선이 여전하다. 실제 나 전 의원을 돕던 상당수 인사들은 김기현 캠프로 이동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 전 의원을 ‘반윤(反尹)’으로 몰며 난타했던 김 후보 캠프와 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에선 대통령실과의 반목을 원치 않는 나 전 의원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의식해 안철수 후보가 아닌 김 후보를 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이 사단법인 새민 행사에 조우한 배경에는 대통령실의 간곡한 초청이 있었다고 한다. 김대남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이 직접 나 전 의원 측과 김 후보, 또 안철수 후보 측에게 참석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중 안 후보는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나 전 의원 측에선 ‘불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안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나 전 의원과 김 후보가 행사장에서 나란히 앉을 시 ‘김나연대’의 공식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에서다. 즉, 나 전 의원 측은 여전히 김 후보와의 ‘강력한 연대’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 전 의원 측 한 관계자는 “9일 오전까지도 (새민 행사 참석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그래도 꼭 참석해줬으면 한다’는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상당수 인사들이 나 전 의원에게 연락해 행사 참석을 만류했다. ‘용산’이 원하는 그림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고심 끝 행사 참석을 결정했고, 김 후보와 악수를 나눴다. 이로써 ‘김나연대’는 ‘사실상의 지지’를 넘어 ‘공식화된 연대’가 된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대남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이 참석해 축사했다. 안 후보 측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안 후보 측 한 관계자는 “(김 후보 측이) ‘윤심’을 팔더니 이번에는 ‘나심’을 팔고 있다”며 “대통령을 언급하지 말라더니 가만 보면 누군가의 힘을 가장 빌리고 싶어하는 건 김기현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전당대회 관련 입장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추측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이 김 후보를 미는 친윤계, 대통령실의 압박에 못 이겨 출마의 꿈을 접은 탓이다.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김 후보를 지지하기에는 쌓인 앙금이 여전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나 전 의원 옆에서 전당대회 준비를 도왔던 박종희 전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 후보에 서운함이 있었다”면서도 “안 후보를 지지하긴 어렵다는 게 나 전 의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캠프 측에선 나 전 의원을 도왔던 박종희 전 의원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을 캠프로 불러들이기 위해 삼고초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일부 관계자들은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나 전 의원의 핵심 참모들은 김 후보 지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 전 의원을 거칠게 몰아세웠던 당내 친윤계에 대한 원망, 대통령실 압박과 회유에 대한 유감(遺憾)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말 못할 사정이 많지만, 나 전 의원이라고 갑자기 김 후보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겠나”라며 “그러나 나 전 의원도 한 정당에 소속된 당원이고 버틸 힘이 크지 않다. 그게(김 후보 지지)가 곧 ‘윤심’이고, ‘당심’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캠프에서 활동하던 주요 참모들은 (김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가운데서 전당대회를 지켜보겠단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