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튀어나올 정도로 앙상, 온몸 보라색 멍” 사망 초등생 친모의 절규

친모 “친권·양육권 가져오려 법적 절차 밟던 중 아들 숨져” “치골이 살 뚫고 나올 정도로 피골 상접…얼굴엔 멍과 자상”

2023-02-09     이혜영 기자
온몸에 멍든 채 숨진 초등학생 A(12)군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현관 앞에 자전거들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아들아, 엄마를 용서하지 마라. 내가 살아있는 것조차 너무 미안하다." 온 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초등생 A(12)군의 친모가 아들의 죽음에 애통함을 표하며 학대 정황이 드러난 친부와 계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9일 연합뉴스는 A군의 친모 B씨가 가족을 통해 전달한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 곳곳에는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자책과 죄책감, 고통 속에 숨져간 어린 아이를 향한 비통함이 묻어났다.  B씨는 "아들아. 그동안 겪었을 너의 고통에 내가 살아있는 것조차 너무 미안하다"며 "할 수 있다면 우리 아들 대신 하늘로 가고 싶다. 엄마를 용서하지 말라"며 애끊는 심정을 토로했다.  B씨는 "피멍이 들어 주검이 된 너의 모습이 아닌 환하게 웃는 내 아들의 모습으로 머지않아 하늘에서 보자"며 숨진 아들을 향한 짙은 그리움을 전했다.  친모 B씨는 이혼으로 아들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A군을 다시 양육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던 도중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A군의 친부 C(40)씨는 B씨와 2011년 3월 결혼해 7년 만인 2018년 이혼했다. C씨는 이혼 후 계모 D(43)씨와 재혼했고 둘 사이에서 낳은 딸 2명과 A군을 키웠다. B씨는 C씨와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고, 이혼 과정에서 A군의 양육권을 친부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C씨의 상습적인 외도와 폭행으로 여러 차례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했고,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며 "결혼 생활을 이어갈 자신이 없어 이혼을 요청했으나 C씨가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아이 양육권을 넘기겠다는 합의 하에 이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혼 후 B씨는 아들과의 만남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되돌아 온 것은 친부 C씨의 욕설과 거절이었다.   친모는 지난해 A군이 다니던 학교 담임교사로부터 '아이가 등교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친부 C씨와 계모 D씨는 유학 준비 등으로 가정보육을 한다며 아이를 장기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 신호를 감지한 B씨는 아이를 찾아갔다. B씨는 "당시 전화를 받고 2박3일 동안 아이 집 주변에 숨어 아들을 보려고 했지만 나타나지 않아 지방에 있는 남편 시댁을 찾아갔다"며 "부모 없이 시댁에 방치된 아이를 발견했지만 다 떨어진 신발을 구겨 신고 또래보다 마른 아이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A군이 방임되고 있다고 판단한 친모는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B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친권·양육권 이전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양육권을 가져오려는 준비를 하던 중 경찰로부터 아이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B씨는 "경찰 연락을 받고서야 이 사건을 알게 됐다"며 "경찰서에 도착할 때까지도 '내 아이가 아니겠지'라며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았으나 내 아이가 맞았다"고 했다. B씨가 마주한 A군의 모습은 처참했다. 아이의 몸무게는 불과 30㎏가량으로 또래 초5 남학생들의 평균 몸무게인 46㎏보다 훨씬 말랐고, 온몸에는 보라색 피멍이 들어있었다. B씨는 "아이는 피골이 상접해 치골이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고 이마와 입술에는 멍과 자상이, 온몸에는 멍이 아닌 피멍이 들어 있었다"고 통탄했다.  친모는 "현재로선 가해자(친부·계모)들이 어떤 죄의 대가를 받게 될지도 알 수 없다"며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한편,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이날 친부 C씨와 계모 D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계모 D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친부에게는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됐다.  친부와 계모는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자택에서 아들 A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초기 조사에서 "몸에 있는 멍은 아이가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후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