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북한에 거액 송금한 쌍방울과 경기도 대가성 거래 관계 의심
이화영 전 부지사 “몰랐다”, 이재명 “검찰의 신작 소설” 반발
2023-02-06 이혜영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쏟아내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한층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 방북을 명목으로 북한에 총 8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김 전 회장 진술과 북측 확인이 담긴 영수증 등을 고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을 상대로 '800만 달러' 대북송금 경위와 목적 등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회장 '1차 기소' 관문을 넘은 검찰은 2라운드에선 쌍방울그룹과 경기도 간 대가관계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북한에 세 차례에 걸쳐 전달한 800만 달러에 주목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 200만 달러, 4월 300만 달러, 11∼12월 300만 달러 등 총 3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1·4월 송금의 경우 '경기도가 북한에 주기로 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억원을 대신 내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추가로 건너간 300만 달러는 경기도가 추진했던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 비용이었다는 게 김 전 회장 측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송명철 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 등이 작성해준 '800만 달러 영수증(확인서)'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800만 달러 외에도 최소 50만 달러를 북한에 추가 송금한 것으로 보고, 이를 입증할 자료나 진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왜 거액의 돈을 북한에 보냈는지를 집중 살펴보고 있다. 관건은 경기도와 쌍방울 간에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다. 검찰은 경기도가 쌍방울에 각종 사업권을 보장하거나 대북협력 사업 추진에 있어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는지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전기오토바이 사업, 폐차장 및 폐기물 사업, 안산 쓰레기 매립지 공원 조성 사업(안산에코에너지파크) 등을 제안했고 실제 쌍방울이 이들 사업 추진을 검토하거나 계획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은 2019년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원산 갈마지구 리조트 건립 사업, 희토류 탐사 및 채굴 등 개발사업, 전력 공급 사업 참여 등을 쌍방울 계열사 3곳에 보장한다는 협약서를 작성했다. 동시에 북한 측에 사업이행금으로 1억 달러 지급을 약속했다.
검찰은 관광이나 건설 등 경험 없는 국가기간산업 추진에 부담을 느낀 쌍방울이 경기도의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위해 북한에 자금을 송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걱정하지 말라'며 대북경협 협약을 종용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등을 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 간 쌍방울그룹의 자금 성격에 따라 이 대표에 '제3자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 130조(제3자뇌물제공)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이를 요구, 약속하는 것을 금지한다. 금품이 오가는 과정에서 위법·부당함이 없더라도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존재한다면 성립하는 범죄다.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내줬다고 진술함에 따라 '직접 뇌물수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과 경기도 간 대가성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쌍방울과 대북경제협력 사업을 논의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 전 부지사는 옥중 서신을 통해 "경기도는 안부수(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구속 기소)와 쌍방울의 대북 접촉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특히 대북 송금은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물론 경기도와 이 대표는 쌍방울이 북한과 거액의 자금을 주고 받는 행위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이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자신과 김 전 회장이 통화했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의 신작 소설이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며 구체적인 알리바이까지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
이 대표는 자신과 김 전 회장이 통화한 날짜로 지목된 2019년 1월17일에 대해 "검찰이 주장하는, 혹은 흘린 취재 자료에 의하면 그날 저녁 만찬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 줘서 통화를 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 만찬이 오후 6시부터 8시경까지였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 이 전 부지사가 그날 (중국으로) 출발했는데, 명색이 부지사가 그날 제가 재판받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전화를 바꿔줄 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통화 날짜로 지목된 당일은 이른바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발언'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은 날이다. 그는 이어 "(검찰이) 대장동 시리즈물·성남FC 시리즈물에 이어 신작을 내놓았는데, 그 이전의 시리즈물도 형편없는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최소한의 개연성도 찾기 어렵다"며 "소설이 재미가 없다.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