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천공 관저 개입’ 제기한 前국방대변인·언론사 고발
앞서 김건희 여사 추가 주가조작 의혹 브리핑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도 고발
의혹 해명보다 메신저 고발로 대응…“김건희·천공 건에 유독 예민해”
2023-02-03 구민주 기자
대통령실이 3일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최초 보도한 기자를 경찰에 고발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30일 김건희 여사의 추가 주가조작 의혹 보도를 인용해 브리핑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와 천공 관련 의혹을 제기한 ‘메신저’들을 연이어 고발 조치한 반면, 정작 이들이 제기한 의혹 내용 자체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대통령실이 ‘메시지’보다 ‘메신저’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신간을 인용해, 지난해 역술인 천공이 김용현 경호처장 등과 함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 방문하는 등 관저 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실 이전이 9개월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이전과 관련한 거짓 의혹 제기만 되풀이 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 제기는 공무원과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점 프레임”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썼다”며 부승찬 전 대변인을, 그리고 “객관적인 추가 사실 확인도 없이 최초 보도했다”며 두 매체 기자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천공 관련해 대통령실이 고발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대통령실은 대통령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 천공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이미 고발한 바 있다.
집권 후 천공 관련 의혹으로 용산은 여러 차례 곤욕을 치러왔다. 천공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의 친분을 꾸준히 드러내며 자신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러 자문과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지난해 10월엔 직접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를 통해 윤 총장을 알게 됐고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코칭했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당시 경쟁자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이렇게 황당한 사람이 헛소리를 하는데,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당시 윤 대통령은 “재미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천공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인물에 대해 빠르게 경고 또는 고발 조치를 단행하면서도 정작 당사자 천공에 대한 고발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천공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겠다며 벼르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대통령실이 고발해야 할 대상은 천공”이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관련 의혹에 대통령실 “악의적인 가짜뉴스” 반복
천공과 더불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미 김 여사 관련해 언급한 야당 의원 두 명을 직접 고발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말 캄보디아 순방 당시 김 여사의 조명 사용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과 이번 ‘우리기술’ 추가 주가조작 의혹을 브리핑한 김의겸 의원을 각각 형사고발했다.
하지만 이들을 고발하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규정할 뿐 관련 증거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왔다. 되레 메시지를 전한 메신저를 공격하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김의겸 의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 그가 “반복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과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점을 우회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통령실에서 천공과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빠르지만 구체적이지 않은’ 해명만 내놓으면서, 관련해 추가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SNS상에서도 천공 관련해 관저 CCTV 공개를 요구하거나 김 여사와 관련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