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알박기 인사’가 망가트린 윤석열 정부의 전력수급계획 [쓴소리 곧은 소리]

尹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文 시대의 8, 9차 작성자들이 만들어 탈핵 정부의 망국적 지침 그대로 관철…‘원전 최강국 건설’ 물거품 될 수도

2023-01-27     박상덕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윤석열 정부가 최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겉으로는 전력수급계획의 정상화를 추구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문재인 정권이 작성한 8차, 9차 계획의 흐름을 그대로 연장한 망국적 계획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8차, 9차 계획을 작성했던 자들이 그대로 10차 계획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런데 과거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으로 에너지 계획 전체를 망가뜨렸던 전문가, 공직자에게 다시 맡겼으니 새 술은커녕 새 부대도 만들지 못했다.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대로 원전 최강국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려니 생각하고 있으리라.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이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과거 이들이 만든 계획을 살펴보면 드러난다. 전문가의 양심을 저버리고 정권과 야합해 전력수급계획을 만들었다. 망국적 계획이 된 것은 필연이었다. 에너지 국정농단의 시발점은 2017년의 8차 계획이다. 이 계획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관련 상임위 회의에서 제10차 전력수급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급증할 전력소요량 의도적으로 무시

첫째,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계획을 수립했다. 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 원칙에 따라 하위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데 상위 계획이 아닌 문재인 정권이 만든 탈원전 로드맵에 맞추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들었다. 탈원전 로드맵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은 물론이고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도 심의한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계획이다. 유일한 뿌리를 찾는다면 문재인의 대선 공약인데 공약이 법이 되는 비민주적 국가로 추락시킨 계획일 뿐이다. 둘째, 향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늘어나는 전력소요량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 결과 수요가 과소 예측돼 발표 직후 한 달도 안 돼 예측이 3GW나 틀리는 봉변을 당했다. 창피한 일이지만 창피한 줄도 몰랐고 당연히 사과도 없었다. 셋째, 원전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무작정 늘렸지만 재원 부담이나 전력망 안정성 확보 대책이 전혀 없었다. 이것이 나쁜 선례가 되어 문재인 정권에서는 재원 확보 방안 없이 에너지 계획을 만드는 일이 일상화되었고 2030 NDC, 2050 탄소중립계획 등에서 지속적으로 양심을 속이는 일이 자행되었다. 재원 분석 없이 경제 계획을 세우기로 한다면 하루아침에 우리나라의 GDP를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는 계획도 작성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기가 찰 노릇이다. 마지막 문제점으로는 위와 같은 일을 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는 범죄도 저질렀다. 전력 수요 실측 데이터를 감추고 수요가 낮았던 해만 뽑아 마치 그 당시 몇 년 동안 전반적으로 전력 수요가 낮았던 것처럼 국민을 속였다. 위와 같은 원인으로 문재인 정권의 모든 에너지 계획은 뒤틀어져 있다. 그 결과가 적나라하게 한전 적자로 나타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비리까지 발생해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이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자. 당연히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 GIGO(Garbage In, Garbage Out)다. 일단 최대 전력 수요 예측이 비정상적이다. 8차 계획에서도 지적했지만 기후변화에 대비해 에너지 소비, 특히 열 분야에 청정 전력을 더 많이 공급해야만 한다. 해외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1.5~2배의 청정 전기 증가를 예측한다. 그런데 2022년 우리나라 최대 전력 수요가 이미 94.5GW였는데 10차 계획에서는 2036년 118GW로 예측하고 있으니 황당함에 입을 다물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다른 경쟁국과 달리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에 이를 청정화하려면 경쟁국과 비교해 2배 정도는 더 광범위하게 청정 전기화해야 하는 운명이다. 최대 수요를 걱정하는 이유는 순환 정전 또는 대규모 정전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량이 날씨 등으로 극히 적어진 어느 날 갑자기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싫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추진 중이던 신한울 3, 4호기만 계획에 반영했다. 신한울 3, 4호기는 문재인 정권도 취소하지 않고 보류했던 원전이다. 탈원전을 폐기한 결과가 이것인지 의심된다. 최소한 원전 후속 1호기, 2호기는 반영했어야 한다. 원전 최강국이 되려면 신규 원전 건설로 공급망을 유지·강화해야 가능한데 어디에도 그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10차 계획에서는 연간 6GW 이상을 공급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서 연간 3~4GW를 증설했다. 그것도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 입지가 좋은 곳부터 보급이 시작되는 에너지 사업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경제성이 좋은 곳은 이미 포화되어 가는 상태다. 앞으로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곳에 더 많은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정말로 문재인 정권보다 더 많은 양을 보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해상풍력의 경우 인허가 시스템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보급계획만 발표하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그냥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모양만 갖춘다고 해서 당국자의 계획처럼 보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로 산업 공급망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은 전무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최대 이슈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다. 2023년 1월 현재 재생에너지는 보조금과 SMP 때문에 원자력의 3배 이상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그 부담이 한전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의 국제 경쟁력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는 심각한 열세에 있고 다른 분야도 약세에 있다. 재생에너지는 사업 확장보다는 경쟁력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보조금을 주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업 자체에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더 절실하고 현명한 방안이다. 인사가 만사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을 위해 양심을 저버렸던 자들이 새 정부의 에너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제2의 에너지 국정농단이다. 탈원전 부역자들이 활개 치는 한 우리나라 전력 산업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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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