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이 비구니와…” 천년고찰 해인사 뒤흔든 성추문

현응 스님 성추문 이어 폭력 사태까지…조계종, 조사 착수

2023-01-18     이혜영 기자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2021년 6월10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 장경판전 법보전에서 팔만대장경을 공개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천년고찰 해인사가 주지스님 성추문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휩싸였다. 사찰이 주지스님을 내보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폭력 사건으로까지 비화하면서 불교계 전체로 충격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조계종은 성추문과 폭력 사건을 둘러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8일 해인사 주지인 현응 스님을 둘러싼 성추문과 차기 주지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 사건을 조사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은 본격 조사를 위해 현응 스님과 폭력 사태에 연루돼 범계(犯戒·계율을 어김) 행위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해 호법부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현응 스님은 각종 추문에 휩싸인 상태다.  앞서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응 스님이 최근 한 비구니 스님과 속복 착용으로 여법(불교 법에 합당)하지 못한 장소에서 노출되는 등 문제가 확산되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종단 차원의 조사를 요구했다. 현응 스님 관련 논란은 수 년에 걸쳐 계속돼왔다. 앞서 MBC 《PD수첩》은 당시 조계종 교육원장으로 있던 현응 스님이 신자를 상습 성추행하고 유흥업소에 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제보자는 "러브샷을 하고 난 후 스님이 '이거는 안주다' 이러면서 입에 키스를 했다" 등 충격적인 폭로를 내놨다.   그러나 현응 스님은 '성추행이 사실이면 승복을 벗겠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해당 의혹을 제기한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법정 대응에 돌입했다.   이후 잦아드는가 싶었던 현응 스님 논란은 최근 들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인사 비대위가 제기한 비구니와의 부적절한 만남 의혹에 이어 교계지를 통해 현응 스님이 사복을 입고 골프를 쳤다는 폭로도 터져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현응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유감을 표하며 종단에 사의를 표명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현응 스님의 주지 임기는 올해 8월까지다.  이에 해인사는 차기 주지 추천을 위해 지난 16일 해인총림 임회를 열었지만 폭력 사태로 얼룩지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해인총림 임회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결국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단 해인총림 임회에서는 현응 스님에 대한 '산문출송'(山門黜送)을 결정했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계율을 위반했을 경우에 절에서 내쫓는 것이다. 일종의 관습적 조치로 종헌이나 종법에 따른 정식 절차가 아니라서 종단 전체에 대한 효력은 없다. 조계종 총무원은 현응 스님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그가 제출한 사표 처리를 보류키로 했다. 만일 조사를 통해 범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할 방침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현응 스님 논란에 대해 "현재로서는 소문만 무성하므로 조사해서 범계 행위가 드러나면 징계할 계획"이며 "폭행도 강력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