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월세 12배’ 롯데타워 입성한 “빗썸 브로커” 中 청년의 수상한 행적
“빗썸 상장 도와주겠다”며 암호화폐 업체 접근한 사업가 우씨…빗썸은 관련성 부인 학력·직함 가짜, 이름·국적 변경…신림동 단칸방에서 청담동 ‘한강뷰 아파트’로 집 옮겨
2022-12-16 공성윤·김현지 기자
망했던 회사 자본금이 1억→9.9억원 폭증
이후 S사는 2021년 4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전용면적 222.3㎡)을 옮겼다. 사무실 중개플랫폼 오피스파인드에 따르면 해당 면적의 예상 월세는 약 1800만원, 관리비는 680만원이다. 매달 고정비만 2480만원이다. Y 사무소가 폐업한 기간을 빼면 불과 3년 만에 면적은 두 배, 고정비는 12배가 넘는 ‘강남 3구’ 사무실로 진출한 것이다. 자본금은 기존 1억원에서 9억90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등기상 발행주식 상한선인 10억원에 달한다. 그사이 우씨의 자택은 점점 고급화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우씨의 외국인 등록증에 따르면, 그는 2016년 1월 국내에 들어왔다. 당시 거주지는 서울 신림동의 단독주택이었다. 월세는 50만~60만원 선이다. 그런데 1년 뒤 S사를 설립한 2017년 1월에는 등기상 주소가 잠실동 아파트로 돼있었다. 당시 임대료 평균 시세는 전세 8억원, 월세 180만~200만원이다. 2019년 1월에는 청담동 아파트로 주소가 바뀌었다. 전세 7억6500만원, 월세 225만~245만원 수준이다. 모두 한강변 고급 아파트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살았다. 우씨는 최근 신분까지 바꿨다. 2021년 5월 이름은 영어로, 국적은 바누아투로 변경했다.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는 국적 세탁에 주로 이용된다.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내면 현지에 가지 않고도 한 달 안에 시민권을 딸 수 있다. 또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등이 없는 조세회피처로 유명하다. 이후 우씨는 지난 5월 또 한 차례 이름을 바꿨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씨가 작성한 이력서의 학력사항에는 ‘2012~16년 지린대(四平市大) 학사’로 적혀 있다. 반면 그가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에 기재한 학력은 ‘2010~14년 칭화대(淸華大) 학사’ ‘2014~16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였다. 시기를 대조해 보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우씨는 여러 직함이 찍힌 명함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그중에는 ‘넷마블F&C 고문’과 ‘S갤러리 이사’ 직함이 포함돼 있었다. 넷마블과 S갤러리 측은 “우씨가 사업 제안을 하면서 ‘성사를 위해 명함이 필요하다’고 해 명함을 파줬을 뿐,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우씨와의 관계도 끊겼다”는 공통된 입장을 전해 왔다.진짜 직업은 브로커?…근거없는 4억원 상당 코인 요구
우씨는 2019년 10월 “상장을 도와주겠다”며 퀸비컴퍼니와 접촉했다고 한다. 퀸비컴퍼니가 제공한 상장 계약서와 문자메시지·자금 이체내역 등에 따르면, 퀸비컴퍼니는 당초 상장피 명목으로 75만 USDT를 요구받았다. USDT는 미국 달러와 1대1 교환가치를 지닌 스테이블 코인으로 75만 USDT는 75만 달러(약 9억7000만원)와 맞먹는다. 반면 계약서에 기재된 비용은 45만 USDT였다. 나머지 30만 USDT는 지급 근거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씨는 “30만 USDT(약 3억9000만원)를 여기로 보내 달라”며 소유주 불명의 지갑(암호화폐 보관 계정) 주소를 건넸다. 그 밖에 우씨는 수고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이후 퀸비코인은 2020년 2월 빗썸에 상장했다. 그러나 빗썸은 “사업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1년 7월9일 퀸비코인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그러자 우씨는 7월27일 “빗썸이 곧 퀸비코인 출금도 막을 텐데 빗썸에 5억원을 주면 이를 철회시킬 수 있다”며 그에 상응하는 암호화폐를 요구했다. 퀸비컴퍼니 관계자는 “돌이켜보니 5억원을 가져가려 한 사람도, 30만 USDT를 받아간 사람도 우씨 본인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