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암 10대 발병자도 있다”

[인터뷰]‘석면·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 앞장서 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2022-12-12     김현지·조해수·공성윤 기자

※시사저널은 전국 6000여개 '석면 학교'를 공개합니다(< [단독]전국 석면 학교 명단 공개> 기사 참조).

  “전국 1만1946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석면 학교는 45.7%(5454개)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시민센터)가 올 상반기 발표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시민센터는 석면을 비롯해 가습기살균제 등 생활 안전·환경 문제에 앞장서왔다. 과거부터 학교 석면에 중점을 뒀고, 최근에는 ‘전국 석면 학교 현황’ 자료를 냈다. ‘무(無)석면 사회’를 위한 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 중심에는 최예용 소장(환경보건학 박사)이 있다. 최 소장은 공해추방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에서 활동을 이어온 ‘환경통’이다. 시사저널은 12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최 소장을 만났다.
ⓒ시사저널 이종현

석면 학교 현황 보고서를 지자체별로 냈다. 석면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평가한다면.

“2027년까지 ‘전국 무석면 학교’ 정책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학교 석면 철거에 대한 안전 모니터링 체계가 느슨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가령, 철거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학기 중 철거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감시 필요성도 못 느끼는 것 같다. 석면은 철거 과정에서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주의를 환기시켜야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그래서 석면 학교 현황을 취합해 자료를 냈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육 당국은 학교 석면 철거를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공사 중 하나’라고 인식한다. 석면 문제에 둔감하다. 한 번 공사를 잘못하면, 교실과 복도가 오염된다. 교직원과 아이들이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된다. 석면 때문에 생기는 암은 잠복기가 길다. 치유도 쉽게 되지 않는다. 악성중피종, 석면폐암 등에 걸렸을 때 평균적으로 살 수 있는 남은 수명은 2~3년밖에 안 된다. 더구나 과거 지어진 건물을 허무는 재개발·재건축이 확산하면 석면 문제는 커질 수 있다.”

석면은 악성중피종, 석면폐증 등을 야기한다고 알려졌다. 10·20대에 이러한 질환이 발병한 사례도 있나.

“꽤 많다. 현재 32세 남성인 A씨가 그랬다. 그는 19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다음 해 석면암인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이에 왼쪽 폐를 완전히 잘라냈다. 정말 다행히도 무사히 살아있다. 조사해 보니, A씨가 다닌 초등학교와 학원 건물은 석면 건물이었다. 어렸을 때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를 가지고 놀았다더라. 샘플링을 해보니 노출된 백석면 양이 3% 정도라는 증거까지 확보했다. 문제는 이 친구만 해당하느냐다. 많은 이가 석면 질환, 그리고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학교 석면 문제 해결’ 그 이후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안전한 건물로 바꾸는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공공건물과 학교, 그다음은 농어촌에 있는 슬레이트 건물이다. 슬레이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유산과도 같다.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이에 책임져야 한다. 슬레이트에 대한 석면 해체·제거 등이 이뤄지고, 일반 건축물로도 그 범위를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