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이 빨리 찾아올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방역 당국이 26일 동절기 개량백신 예방접종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7차 유행을 이끌 새 변이가 무엇이 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량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이날 동절기 개량백신 접종 대상을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서 18세 이상 성인으로 전면 확대하고, 오미크론 BA.5 변이에 대항해 개발된 화이자 2가 백신도 접종에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동절기 추가접종에 활용되는 모더나 BA.1 2가 백신 1종에서 3종으로 늘린다. 화이자 BA.1 백신, BA.4·BA.5에 대응해 개발된 화이자 2가 백신도 활용하게 된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차장 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접종력에 따라 중증 진행 위험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국민들은 제때 접종을 끝마쳐달라"며 "아직은 방역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때가 아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주기적 환기와 같은 기본 방역수칙은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7차 유행을 이끌 새 변이가 무엇이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량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300종을 넘을 만큼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XBB의 면역 회피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정 변이가 우세화해 유행을 주도했던 이전 양상과 달리 새로운 변이들이 매우 빠르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새 변이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여서 어떤 변이가 우세종이 될지 알 수 없고, 우세종이 되어도 면역회피를 할 것이기 때문에 개량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예방효과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7차 유행이 지나고 내년 봄이 오면 또 새 변이가 나와 유행할 것이고, 유행이 된다는 것은 면역기피와 전파력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달라진 코로나19 환경에서 백신 위주의 대응은 더이상 과학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오미크론에 한번 감염된 이들은 중증도 확률이 낮고, 획득한 면역력으로 새 하위변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인들이도 코로나19 치료제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시스템을 개선하고, 소아응급실 등에 대한 지원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2가 백신 접종률을 매우 저조한 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25일 기준 2가 백신 접종자는 68만8619명으로, 전체 인구의 1.3%에 그친다. 18세 이상 성인 중에서는 1.5%이며, 예약자 수 또한 총 104만793명으로 인구 대비 2.3%에 수준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률은 4.6%, 59세 이하 성인의 경우 0.1% 수준이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12일 연속 증가하면서 이미 7차 유행의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준 주간 확진자 수는 17만2236명으로, 전주(14만5943명) 대비 18.0% 증가했다. 일평균 확진자 수는 전주 2만849명에서 2만4605명으로 늘었다. 7차 유행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는 있지만 지난 여름 6차 유행 규모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 교수는 "이미 오미크론에 감염돼 면역력이 생긴 비율이 커서 여름 재유행 규모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