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김의겸, 尹대통령과 추미애…탄력 받는 ‘평행이론’
‘한동훈 저격수’ 자처한 김의겸에 내부서도 ‘자충수’ 지적 ‘윤석열 킹메이커’ 소리 들은 추미애 전철 밟나
2022-10-26 조문희 기자
“김의겸, 한동훈 잡으려다 자충수 빠졌다”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의 칼날은 한 장관을 향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선 한 장관의 7월 미국 출장을 문제 삼으며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했고, 24일 법사위 국감에선 청담동 유흥주점에서의 단체 음주가무 의혹을 제기했다. 빅데이터상으로도 김 의원의 공세 타깃은 확인된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월26일부터 10월25일까지 4주간 SNS에서 ‘김의겸’과 함께 언급된 키워드로는 ‘한동훈’이 2만여 건으로 압도적이다. 김 의원의 공세는 먹혀들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두 가지 의혹 모두에 대해 야권 내부에서도 “의욕이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표적 수사 의혹의 경우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북 코인 게이트’를 스스로 언급해 “내부고발자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 청담동 유흥 의혹의 경우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기자 출신인데도 크로스 체킹을 제대로 하지 않아 김 의원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내부에서도 김 의원에 대한 우려가 읽힌다. 친이재명계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한겨레에서 에이스 소리를 들었던 김 의원인데 청담동 의혹 제기는 기본적 사실 관계도 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이다. 한 장관을 잡고 가겠다는 김 의원의 의욕이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도 “어설픈 의혹 제기는 안 하느니만 못한데, 역공당할 여지를 줬다”고 비판했다. 민심의 반응도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의겸’에 대한 SNS상 감성어를 분석해보면 ‘개망신’(1237건), ‘허위사실’(794건), ‘부끄럽다’(730건)가 상위권이다. ‘잘하다’(563건) 등 긍정어는 하위권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김 의원의 말 대로면 ‘대북 코인 게이트’ 자체가 어마어마한 사건이 된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김 의원의 입을 통해 뚜렷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김 의원이) 도대체 왜 이렇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김의겸은 ‘남자 추미애’…한동훈 킹메이커 될라”
정치권 일각에서 김 의원은 ‘남자 추미애’ 또는 ‘제2의 추미애’라고도 불린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당시 총장과 검찰개혁 문제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인사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선 추 전 장관에 행보가 호응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윤 총장에게 ‘희생자’ 프레임을 씌웠다는 평가도 받았다.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을 반정권 인사의 아이콘으로 키워준 당사자라는 비판이다. 추 전 장관은 ‘국민의힘의 복덩이’ ‘윤석열 킹메이커’라고도 불렸다. 김 의원의 별명은 그와 한 장관의 관계가 추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와 닮아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김 의원이 ‘제2의 추미애’로 불리면서도 한 장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쥐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야권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게 주효한 분석이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기 위한 사전 포석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과거 전북 군산 지역구 출마를 타진한 바 있다. 진보 색채가 강한 곳인 만큼, 사전에 당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김 의원에 대한 지지층의 평가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추 전 장관도 당시에는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투사’로 불렸지만, 윤 대통령 집권 이후엔 스피커로서의 존재감까지 잃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월 정철승 변호사에게 “민주당은 나를 검찰개혁 지뢰밭에 보내놓고 옆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더라”라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역시 한 장관이 대권 후보로서 존재감을 굳힌다면 정치적 입지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미 한 장관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한 장관을 때릴수록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김 의원의 인기는 높아지겠지만 그럴수록 한 장관의 몸값만 올라가게 되어 있다. 자살골 넣는 짓을 왜 하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