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속 잊혀져간 ‘미얀마 군부 쿠데타’ 1년

국제앰네스티 “미얀마 군부 인권 유린… 사망자만 2000명 이상” ‘50주년’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미얀마 사태·캠페인 관심 촉구

2022-08-29     김현지 기자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이 지난 8월26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미얀마 사태를 비롯한 여러 현안과 관련한 단체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의 이름을 지웠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전쟁범죄는 진행 중이다. 군부의 민간인 집단 살상과 같은 악랄한 행태는 세계인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러나 러시아산 석유 수·출입을 금지하는 금수조치도, 국제기구의 규탄도 전쟁을 멈추지 못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사이, 아시아 국가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은 기억 속에서 잊혔다. 지난해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 이야기다. 군부는 현재도 평화시위를 벌인 수많은 민주 인사, 민간인들을 억압하고 있다. 

앰네스티 “미얀마 쿠데타 이후 사망자만 2000명 이상”

최대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미얀마 사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앰네스티는 ‘초헌법적 국가기관’으로 군림한 미얀마 군부에 국제인권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시민활동가들과의 인터뷰, 보고서를 통해 실상을 알렸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AAPP)에 따르면 지난해 2월1일부터 올해 7월 말까지 평화적인 시위 참여자, 관련자들 중 사망자만 2000명이 넘는다”며 “체포된 사람은 1만5000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윤 처장은 지난 8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미얀마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위기가 발생한 곳”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미얀마 사태 초반, 앰네스티는 다각도로 군부를 압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기였다. 군부는 시위대를 향해 살상 무기를 사용해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윤 처장은 “시위대에 전쟁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제적으로 (미얀마 군부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활동을 해왔다”며 “이를 위해 미얀마 군부와 관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군부와의 트레이드(거래)를 끊으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러 대기업과 단체 등은 군부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철강기업 포스코도 그 중 하나다. 포스코는 지난해 미얀마 자회사가 보유한 군 소유의 대기업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yanma Economic Holdings Limited·MEHL)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군부는 만행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기본적으로 사형제에 반대하는 앰네스티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윤 처장은 “지난 7월 미얀마에서 또 사형이 집행됐는데, 이로써 1980년대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4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이라며 “사형된 분들 중 한 분은 한국에도 왔다 간 활동가였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군부가 사형을 집행한 근거는 계엄령을 발표해서 민간인을 심리할 수 있는 권한을 특수법원 또는 군사법원으로 이전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곧 미얀마에서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항소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항소권도 없는 피고인은 약식으로 심리를 받고, 그 다음 사형되는 식”이라고 했다. 고문은 예삿일이었다. 초헌법적 권한을 가진 군부가 국제인권규범을 준수할 리는 만무했다. 앰네스티는 지난 8월2일 구금시설에서 벌어지는 고문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구금자들을 때리는 폭행은 다반사였다. 구금자에게 살인 혹은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심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방식의 고문도 있었다. 이처럼 폭력은 만연해졌지만, 미얀마에서의 시위는 폭력이 없는 평화 시위였다. 주로 ‘플래시몹’ 방식이었다. 시민 활동가들이 군용 차량에 치이기 전까지 몇 분 동안 거리를 달린 뒤 해산하는 식이었다. 혹은 거리를 텅 비게 만드는 ‘침묵시위’를 하거나, 군부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팸플릿 등을 배포하기도 했다. 군부와 관련된 상품 등에 대한 불매운동도 이어졌다. 그런데도 군부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50주년’ 한국지부, 다양한 캠페인 활동… “인권활동 환영받았으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앰네스티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앰네스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다른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앞서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었다. 윤 처장은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전쟁 자체에 대해 논평을 하는 곳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례적으로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는데, 그만큼 민간인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게 명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집속탄을 사용한 무차별적 공격, 이로 인한 민간인 살상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앰네스티는 주변 국가의 난민 수용 등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전쟁 범죄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예정이다. 단체는 미얀마 사태와 러시아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급박한 국제상황 속에서 한국지부는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국내에서 군사정권 때 민주화운동에 힘을 보탰던 단체는 이제 기후위기, 온라인 젠더 폭력과 증오 범죄 등에 맞서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에게 북한인권증진, 온라인 젠더 폭력에서 자유로울 권리 보장, 기후정의 달성, 표현의 자유 권리 증진, 사형제 폐지, 성소수자 권리 보호, 차별 종식, 평화적 집회의 자유 권리 증진 등 7대 의제를 묻고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북한인권증진 외의 현안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았었다. 최근에는 50주년을 기념하는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초샵이다. 지난 8월5일 모습을 드러낸 초샵에는 앰네스티의 상징인 초를 꽂는 촛대 작품이 전시됐다. 편집샵을 연상케 하는 스토어는 시민들이 단체에 친숙함을 느끼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윤 처장은 “인권이라는 단어가 왜곡되거나, 시민들이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실제로 ‘기후’와 ‘인권’ 단어를 연동해 댓글 분석을 한 결과, 90% 이상의 시민들이 ‘인권’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과 함께하는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인권 활동이 환영받았으면 한다”며 “시민들 스스로 본인이 인권 옹호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인식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이 지난 8월26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미얀마 사태를 비롯한 여러 현안과 관련한 단체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