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찻집 논란의 실상은 ‘이효리 때리기’

싸이·이효리 때린 황당한 논란들…대의명분 내세운 ‘연예인 몰아세우기’ 관행에 우려

2022-07-09     하재근 문화 평론가
장마 직전에 황당한 논란이 터졌다. 바로 싸이 ‘흠뻑쇼’ 논란이다. 싸이 공연에서 물 300톤이 뿌려진다는 말이 돌았다. 마침 그때가 가뭄이었다. ‘이 가뭄에 물 300톤을 뿌려대다니!’라는 반발이 터졌다.  이게 황당했던 이유는 공연 시점이 그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흠뻑쇼는 7월9일에 시작된다. 장마가 막 끝났거나 장마 도중일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에 집중되는 만큼, 여름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물놀이, 물난리일 때가 많다. 여름엔 보통 홍수 걱정을 한다. 여름이 되면 물놀이철이라고 뉴스에서 수영장을 많이 비추는데, 물 낭비 논란은 없었다. 
가수 싸이가 2018년 8월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8 싸이 흠뻑쇼 섬머 스웨그’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뉴스1

싸이 흠뻑쇼에 ‘물 낭비’ 지적, 대체 왜? 

그럼에도 7월9일 싸이 공연을 두고 ‘이 가뭄에~’라며 물 낭비 논란을 벌인 것이다. 이 사태가 무려 한 달여를 끌었다. 초기에 보도가 집중적으로 나왔고, 어느 연예인이 ‘이 가뭄에~’라며 글을 올려 또 보도가 대량으로 이어졌다. 6월 중순에 싸이 공연의 표 판매가 시작되자 재차 ‘이 가뭄에~’ 반발이 거세지고 또다시 보도가 잇따랐다.  이렇게 장기간 ‘이 가뭄에~’ 논란과 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놀랍게도 공연 날짜를 확인해 알린 매체가 거의 없었다. 현재의 가뭄과 미래의 공연을 뒤섞어 비판만 했을 뿐이다. 처음에는 가뭄 와중에 재미로 물을 뿌린다는 말이 들려오니까 별생각 없이 1차적으로 반발했을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장기화하면서는 공연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다. 이걸 확인하는 이가 드물었다는 점이 너무나 놀랍다. 애초에 사실관계 자체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비판할 구실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일부 언론이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공연 표 판매가 시작되면서 논란이 재차 이어졌는데, 표 판매 사이트를 취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연 일시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 판매 보도는 ‘언제 어디에서 열리는 공연의 표를 언제 어디에서 판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번 싸이 공연 표 판매는 일부 매체가 공연 일시를 빼고 표 판매 시점만 알렸다. 표 판매가 공연보다 훨씬 일찍 이뤄지기 때문에 표 판매 시점은 가뭄과 맞물렸다. 표 판매 시점만 알리면서 ‘이 가뭄에~’ 논란에 언론이 기름을 부은 셈이다.  그래서 싸이 공연은 졸지에 가뭄 와중에 물 낭비 행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어떻게 한 달 정도나 미래의 행사를 지금 당장 하는 것으로 오인하면서 비판과 보도가 이어질 수 있었을까?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실관계 따위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비판할 구실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연예인에 대해 대의명분을 내세워 비판하는 경우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 그 대의명분과 해당 연예인 사이에 연관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실마리라도 연결된다 싶으면 대의명분을 적용하고, 일단 적용되면 대의명분 그 자체의 힘으로 비판이 확대된다. 이럴 때 그 연예인을 옹호하면 대의명분에 반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싸이 공연 논란도 그렇다. 가뭄의 고통이 극심했기 때문에 ‘이 가뭄에 어찌 물을 낭비하는가’라는 대의명분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공연 시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가뭄에~’라는 공분만 이어졌다. 연예인 비판엔 상당한 쾌감이 따른다. 하지만 별 이유 없이, 또는 사적인 일 정도로 비판하려면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럴 때 확실한 대의명분은 모든 혼란스러움과 죄책감 등을 씻어주면서 시원하게 때리기의 쾌감을 즐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래서 대의명분을 내세운 연예인 때리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대의명분 적용 후엔 과연 그것이 적절하게 적용됐는지를 자연스럽게 잘 따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일부러 확인하지 않는다는 의심까지 생기게 된다. 어쩌다 사실관계를 알리는 보도가 일각에서 나온 걸 확인했어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계속 대의명분에 입각한 비판만 이어가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싸이 공연 논란에서도 초기에 ‘해당 공연은 7월초에 열리는 것으로, 그때는 장마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일각에서 나왔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향이 없었고 그 후부터는 그런 보도가 자취를 감춘 채 ‘이 가뭄에~’만 반복됐다.  이러니 시원하게 때리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소극적으로 안 찾거나, 제기된 반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무시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알게 된 사실까지 뇌리에서 삭제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언론까지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논란은 언론 입장에서 장이 서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공분을 키워 비판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이효리 부부의 제주도 찻집 논란도 황당했다. 그들이 어떤 마을에 찻집을 냈는데 사람들이 몰려 예약제로 바꾼다고 했다. 상업지구 또는 아예 외딴 곳이 아닌 일반 마을에 찻집을 냈다면 부주의한 것이 맞다. 마을 주민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비판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갑자기 연예인 업소 부적절설로 흘렀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명 연예인은 재벌 자제 이상의 존재, 이 시대의 왕족으로 그들이 커피숍을 내면 주변 업소가 초토화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고 놀랍게도 많은 이가 여기에 호응했다. 
ⓒJTBC
이효리와 이상순이 7월1일 제주 구좌읍 동복리에 작은 카페를 개업했다. 카페를 방문한 손님과 사진을 찍어주는 이효리와 커피를 내리는 이상순의 모습이 삽시간에 퍼 지면서 제주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로 카페 측은 업을 일시 중단했고, 결국 예약제로 운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인스타그램 캡쳐 

대중도 언론도 사실관계 확인은 ‘뒷전’ 

대형 업소의 골목상권 파괴라는 식의 대의명분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의명분으로 이효리 찻집을 비판한 이들이 정말 평소에 골목상권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골목상권 파괴는 보통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형 대형 업소, 재벌 자본 등과 연관된 이슈다. 제주도에도 프랜차이즈 찻집들이 진입했다. 지금 이효리 찻집을 비판하는 이들이 거기에 목소리를 냈을까?  정작 이효리 찻집은 20석 정도의 개인 찻집으로, 우리 사회가 평소에 이런 업장 하나 정도로 논란을 벌인 적이 없다. 제주도를 비롯해 수많은 곳에서 연예인들이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었다. 홍석천이 이태원 상권을 살렸다고 칭송받는데, 홍석천이 한 일은 이태원에서 장사를 한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논란은 없었다. 그런데 이효리 찻집만 논란이 된 것은, 골목상권 염려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사실은 이효리 때리기에 집중한 것이 아닐까? 이효리로 인해 제주도 열풍이 불면서 제주 도민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부분도 무시하고 마치 이효리가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는 것처럼 과장하면서 말이다. 우리 사회가 과도하게 연예인 때리기에 탐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