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류현진, 탈출구는 ‘새 구종’
주무기 체인지업 간파당해…지난해부터 피안타율 나빠져 “일시적 부진” vs “하락세 본격화” 평가 엇갈려
2022-05-10 이창섭 SPOTV MLB 해설위원
부진 징조, 지난해 6월부터 나타나…평균자책점 5점대
우려는 현실이 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첫 등판 경기인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3.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5일 휴식 후 나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도 4이닝 5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두 경기 도합 7.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고, 11실점을 하면서 피안타 11개, 피홈런 2개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데, 오히려 최악의 출발을 하게 됐다. 찰리 몬토요 감독도 류현진의 투구에 매우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빨리 제구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류현진은 왼쪽 팔뚝 부상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류현진이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현지 언론은 옥신각신했다. 아직 몸 상태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던 반면, 지난 시즌 후반부터 지속된 난조를 언급하면서 하락세가 찾아왔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후자는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류현진의 성적은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쳤다. 6월 이후 21경기 평균자책점이 5.29였다. 특히 시즌 마지막 10경기 평균자책점은 7.43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아메리칸리그에서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이 나빴던 투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댈러스 카이클(ERA 7.65)뿐이었다. 참고로 카이클은 류현진과 비슷한 유형으로 언급되는 투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시즌 중반 투수들에 대한 이물질 검사가 강화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과거에도 투수들은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이물질을 사용해 왔다. 규정상 부정 투구였지만, 암묵적으로 허용된 관행이었다. 하지만 점점 이물질의 성질이 상식을 벗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끄러움 방지를 넘어 공의 회전수를 늘리는 이물질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이물질은 금지약물과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무국도 리그가 극단적인 투고타저 경향을 보이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다만 시즌 중 갑작스럽게 규정을 신설하면서 투수들의 반발이 있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투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리그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해진 가운데 류현진도 영향을 받았다. 올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뛸 수 있게 해준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2019년, 류현진은 빠른공보다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졌다(체인지업 27.5%, 빠른공 27.3%). 피안타율이 0.190에 그쳤던 체인지업은 류현진을 지켜준 구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상대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0.256으로 나빠졌고, 올해 첫 두 경기도 체인지업 성적은 10타수 3안타(0.300)였다. 체인지업을 대신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를 찾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대체할 수 있는 구종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지난 시즌 비중을 높인 커터는 제구가 조금만 흔들려도 매우 위험한 결과를 불러왔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류현진은 일단 트리플A에서 재활 등판을 한다. 등판 결과에 따라 5월 중순경 메이저리그에 돌아올 수도 있다.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등판일에 선발 요원 두 명을 함께 쓰는 피기백(piggyback)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위기에 직면한 류현진은 반전을 연출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