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헤밍웨이가 사랑한 ‘데 스테파니’ [스토리 오브 와인]
천재 음악가의 영감이 된 와인
“와인을 따르라, 이 훌륭한 마르제미노 와인을(versa il vino! eccellente Marzemino).”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는 흥미로운 대사가 등장한다. 마르제미노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토착 포도 품종이다. 이탈리아에는 유독 많은 토착 품종이 존재한다. 세로로 긴 장화를 닮은 이탈리아 영토는 지역별로 다른 테루아를 지녔고 테루아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토착 품종을 재배한다.
천재 음악가로 유럽 각국의 초청을 받아 연주를 한 모차르트는 이탈리아 북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처음 마르제미노 와인을 맛본 모차르트는 이탈리아를 방문할 때마다 마르제미노 와인을 찾았다. 마르제미노 품종을 가장 잘 표현한 와인으로 실제 모차르트가 즐겨 마신 와인이 바로 ‘데 스테파니’다.
모차르트의 마르제미노 사랑을 익히 알던 《돈 조반니》의 오페라 대사 작가는 극 중 대사에 마르제미노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1787년 프라하에서 열린 《돈 조반니》 초연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덩달아 대사에 언급된 마르제미노 와인에도 유럽 귀족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돈 조반니》의 주인공은 배우가 아닌 데 스테파니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초연 이후 데 스테파니는 ‘모차르트의 와인’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귀족들은 앞다퉈 데 스테파니를 사들였고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와이너리는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와인너리 중 하나로 부상했다.
1차 세계대전 때 헤밍웨이와도 인연
세계적인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데 스테파니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1918년 헤밍웨이는 미국 군인 신분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당시 헤밍웨이는 이탈리아 포살타 디 피아베 지역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운 부상에 신음하던 헤밍웨이를 치료해준 곳이 바로 ‘데 스테파니’ 와이너리다. 헤밍웨이는 1929년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무기여 잘 있거라》를 출간했다. 이후 1950년 선보인 《강 건너 나무 속으로》도 이탈리아에서의 추억을 기반으로 했다.
세계적인 음악가, 소설가와 인연이 깊은 ‘데 스테파니’의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데 스테파니는 포도 재배에 화학비료나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인 동시에 비건 와인이다. 효모 역시 야생 효모만 사용해 전통 양조법으로만 발효한다. 내추럴 와인을 고집하기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데 스테파니’를 만나볼 수 없다. 우수한 빈티지의 와인 생산을 고집해서다.
예술가가 사랑한 와인인 데 스테파니는 자연을 사랑하는 와인이다. 동물성 비료나 원료를 배제하는 비건주의를 표방하는 데 스테파니는 자연이 선사하는 토양과 물, 바람만으로 와인을 빚어낸다. 데 스테파니의 자연 친화적인 행보는 1866년부터 4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모차르트와 헤밍웨이라는 예술계의 거장이 사랑한 데 스테파니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동시에 그들의 고집스러움을 닮은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