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막 지났는데 ‘엔데믹’?…경계 푸는 이유 봤더니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치명률 뒷받침, 엔데믹 전환 첫 사례”…해외 언론도 관심

2022-04-04     박나영 기자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사적 모임은 최대 10명, 영업제한 시간은 자정까지로 늘렸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끝으로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오미크론 유행 정점을 막 지난 가운데 정부가 경계 태세를 점차 낮추는 이유는 뭘까.  방역당국은 우선 확진 규모가 축소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12만7190명으로 전날(23만4301명)에 비해 10만7111명 감소했다. 지난 2월22일(9만9562) 이후 41일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통상 월요일은 검사 수 감소 영향으로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감소 폭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규모는 아직 안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다음 주부터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20명 감소한 110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218명으로 전날에 비해 88명 줄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규모가 이번 주 또는 다음 주부터 꺾이기 시작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전염 확산세가 꺾인 데다, 오미트론 특성상 전파력이 너무 높아 거리두기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으로 거리두기의 효과가 델타 변이 유행 당시보다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더라도 확진자 수는 10∼20% 정도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방역당국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으로의 전환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난 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다음번에는 (거리두기 조치를) 과감히 개편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했다. 권 장관 또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고는 영업시간, 사적모임, 대규모 행사 등 모든 방역규제를 해제하고 일상에 가까운 체계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키웠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 24시까지 영업을 알리는 간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서도 한국의 엔데믹 전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치명률 등을 뒷받침으로 한국 정부가 새로운 보건체계와 인구집단에 대한 시험을 시작한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를 가장 위험한 전염병으로 분류해 엄격한 방역 규제를 적용했다가, 풍토병 수준의 감염병 관리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세계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이르기 전부터 낮은 중증화율, 치명률 등 지표를 근거로 거리두기의 단계적 완화 가능성을 내비춰왔다. 한국의 누적 확진자는 1200만3054명(지난달 28일 기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데 반해, 누적 치명률은 0.13%로 OECD 회원 38개국 중 세 번째로 낮다.  한국과 누적 확진자 수가 비슷한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터키(1478만9483명)는 0.66%로 한국의 약 5배에 이르고, 스페인(1145만1676명)은 0.89%로 약 7배에 가깝다. 누적 치명률이 가장 높은 미국은 1.22%로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중증화율도 높지 않은 편이다. 이날 기준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전날(64.5%)보다 2.8%포인트 오른 67.3%(2825개 중 1902개 사용)로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높은 백신률이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낮췄다고 판단한다. 미국 CNN은 한국이 높은 확진자 수에도 백신 덕분에 비교적 낮은 사망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18세 이상 성인 중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비율은 96.4%(4일 기준)에 이른다. 부스터샷(3차 접종)은 전 국민의 63.9%가 맞았다. 미국은 3차 접종률이 29.1%, 일본은 33.5%, 영국은 56.7% 등 한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모니카 간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대 교수는 "한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 공중 보건시스템에 대한 신뢰 등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수단들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