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했던 민심, 돌고 돌아 변화를 택하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에도 정권 교체 선택한 민심

2022-03-10     조문희 기자

결국 민심은 변화를 택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제20대 대선 레이스는 여야의 혈전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여권은 윤석열 후보의 짧은 정치 경력을 꼬집으며 ‘국정 안정’과 ‘정치 교체’를 키워드로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역부족이었다. 4419만여 명의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을 심판하고 거대 여당의 독주에 제동 거는 데 조금이나마 더 많은 표를 건넸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정부 출신 인사에게 정권을 빼앗기게 됐다. 문 대통령은 과거 박근혜 정권 때 ‘적폐수사’로 좌천됐던 윤석열 검사를 제 손으로 검찰총장 자리에 앉혔으나, ‘정부 교체’를 구호로 내세운 윤석열 후보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게 된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과거 정부 색채 지우기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3월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 공동취재

조국‧LH사태가 뿌린 ‘불공정’ 논란에 되치기 당한 與

사실 선거 레이스 초반까지만 해도 야권은 ‘정권 교체’ 구호를 통해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여당 인사들이 불공정 이슈에 휘말린 데다, 지난해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품던 민심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잇따른 성비위 의혹도 악재로 통했다.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이 그 가늠자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경쟁 상대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부동산 문제와 불공정 이슈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선거판은 더욱 야권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유권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이슈여서다. 가뜩이나 이 후보는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설, 조폭 연루설 등으로 부정적 인상을 줘 왔기에, 야권 입장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연루 의혹은 최적의 공격 포인트였다. 

그러나 예상 외로 선거판은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흘러갔다. 정권 교체 구호가 득세하는 만큼 정권유지 지지층도 빠르게 결집하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까지 40%선의 지지율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었다. 각 진영의 지지층들은 서로 “이재명은 안 된다”, “그래도 윤석열은 아니다”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역대 최고의 비호감도를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진영 결집이 중요한 선거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3월8일 서울광장에서 피날레 유세를 마치며 인사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윤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 정책본부장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이 X맨” 소리에도 결국엔 ‘정권 교체’

윤석열 후보 스스로도 선거판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조국 전 장관 사태 당시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는 ‘강골’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윤 후보는 인물난을 겪던 보수 진영에 혜성 같이 등장해 곧바로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선거 레이스가 전개될수록 윤 후보를 둘러싼 배우자 리스크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인한 리더십 부족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수차례 출렁거렸다.

급기야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약점으로 꼽혀 온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대장동 의혹 당사자들을 ‘봐주기 수사’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여권의 프레임 전환용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반박했으나, 윤 후보의 강골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엔 충분한 소재였다. 이에 더해 배우자 김건희씨의 무속 논란으로 보수 진영의 과거 ‘최순실 트라우마’를 소환하는가 하면, 후보 스스로도 연이은 말실수로 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모두 윤 후보의 자질 부족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대선 판도는 레이스 내내 ‘역대급 오리무중 판세’로 평가돼왔다. 본선 당일에도 출구조사 결과 0.6~0.7%포인트 차 초경합이 예상되면서, 개표가 끝날 때까지 당락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윤 후보의 승리였다. 윤 후보의 갖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심판하겠다는 유권자의 열망이 더 우세했던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결과로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게 된 국민의힘은 빠른 속도로 정계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선거 직전 손을 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협치가 최대 관심사다. 양당은 선거 이후 곧바로 합당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며 안 대표가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새롭게 꾸려질 ‘윤석열 정부’는 이제는 야권이 될 180석 상당의 민주당과의 협치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