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둔 가정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코로나19 전문의 “우선 고위험군 여부 체크하고, 신속히 PCR검사 받고, 양성이면 입원해야”
“고위험군으로 양성이면 어떻게든 입원해야”
그 첫 번째는 고위험군 자각이다. 아이든 부모든 가족 중 누가 코로나19 고위험군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고위험군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폐렴이나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60세 이상뿐만 아니라 60세 미만이라도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폐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암환자, 이식 환자, 면역억제제 복용자도 고위험군이다. 또 비만한 사람과 임신부 그리고 5세 이하 영유아는 기저질환이 없어도 면역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위험군이다. 대부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으니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이나 아이가 고위험군인지 잘 모르겠다면 자주 방문하는 병·의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해서라도 고위험군인지를 확인하고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신속한 PCR(유전자 증폭)검사다.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의심 증상은 인후통·기침·발열 등이다. 이런 의심 증상을 보이는 어린아이와 고위험군에겐 빠른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PCR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어린아이와 고위험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도 신속항원검사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먹는 치료제는 하루라도 빨리 먹을수록 더 효과가 크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감염자와 밀접 접촉했다면 PCR검사를 되도록 빨리 받을 것을 권한다. 60세 이상 감염자가 아니면 보건소에서 PCR검사를 해주지 않으므로 병·의원에서 돈을 지불하고라도 PCR검사를 받는 것이 신속항원검사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낫다. 자주 다니는 동네 의원에서 고위험군이라는 의사 소견서를 받아서라도 보건소에서 PCR검사를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입원이다. 고위험군인 어른이나 어린아이가 PCR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어떻게든 입원하는 편이 이롭다. 고위험군은 재택치료 도중 갑자기 증상이 악화할 수 있고 위급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증상이 나빠져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도 연결조차 힘든 현실이다. 김 교수는 “보건소에 가서 자신이나 어린아이가 고위험군이라고 알리든, 병원 응급실로 가든 어떻게 해서라도 생활치료센터와 병원에 입원하는 편이 안전하다. 적어도 생활치료센터와 병원에서는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재택치료 도중에는 의사와 접촉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또 먹는 치료제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므로 입원환자가 처방받기 쉽다. 며칠 전에도 40대 여성이 백신 1차 접종 후 부작용이 생겨 2차와 3차 접종을 하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려 병원 응급실에 실려올 정도로 설사와 복통 등으로 매우 고통스러워했지만 병실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해 의사의 진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가정이 감염의 교차로 또는 허브 될 것”
전문의가 ‘서바이벌 가이드’까지 제시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감염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4명 중 1명 이상은 18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월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만8993명이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고위험군은 1만9678명(14.2%)이며, 18세 이하는 3만5871명(25.8%)이다. 특히 0~9세 연령군에서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2월 4주 차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0~9세가 513.4명으로 10~19세(399.4명)보다 높다. 또 0~3세 영유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1월 4150명이던 0~3세 확진자는 2월 5만9071명으로 폭증했다. 0~3세 입원환자 수도 1월 482명에서 2월 974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코로나19에 걸린 영유아 사망 사례가 이미 발생했다. 경기 수원에서는 생후 4개월과 7개월 아이가 사망했고, 경북 예천에서는 7세 아이가 치료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월24일 0~9세 사망자는 총 5명이다. 김 교수는 “특히 영유아 부모는 대부분 20·30대이고 맞벌이를 한다. 엄마나 아빠가 걸렸을 때 영유아를 보호하는 것이 관건이다. 감염은 밀접하고 장시간 노출될 때 확률이 높아진다. 젊은 부모와 아기는 밀접 장시간 노출되는 관계다. 그래서 부모가 걸리면 아이도 걸린다고 봐야 한다. 가능하면 친정이나 외가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좋겠다. 소나기가 올 때는 일단 피하고 봐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손 씻기, 환기, 표면 소독 등을 신경 써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60세 이상만 고위험군으로 관리하다 보니 영유아, 어린이, 임신부, 백신 미접종자, 60세 미만 기저질환자나 면역저하자는 관리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린아이들 중에서 추가 확진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가정이 코로나19를 전파하는 허브가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 교수는 “5세 이하는 면역이 성숙하지 않아 코로나19에 취약하고 감염되면 중증으로 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영유아는 고위험군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오미크론이 크게 유행하는 상황에서 사적 모임을 6명으로 제한하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10시로 묶어놓는 정도로는 방역에 큰 의미가 없다. 또 3월1일부터 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도 풀어 거의 모든 방역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가정이 감염의 교차로 또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영유아를 둔 가정에서 맞벌이 부모가 직장·식당·카페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집에서 아이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5~11세용 백신’ 맞아야 하나
개학을 맞아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정부는 정상 등교를 원칙으로 하되, 실제 수업 방식은 각급 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에 맡긴 상태다. 학생들에게 주 2회 분량의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나눠주고 자가 검사를 유도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대신 정부는 아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추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월23일 한국화이자제약의 5~11세용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품목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5~11세의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미국 화이자사가 별도로 개발해 생산한 백신이다.사용허가가 난 만큼 질병관리청은 접종 여부 심의에 들어갔다. 질병관리청은 5~11세에 대한 구체적인 접종 여부와 계획을 3월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월23일 “5~11세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 백신 품목허가 사항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접종 계획 수립과 전문가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부 계획은 백신 도입 일정과 접종 시기를 조율해야 하는 만큼 3월 중으로 준비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5~11세 백신 접종이 당장 오미크론 유행을 꺾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다. 당장 3월에 접종을 시작해도 1~2차 접종을 완료하는 데 3주, 면역이 형성되는 데 추가로 2주 등 5주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빨라도 4월 중순 이후, 늦으면 5월께나 접종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12월1일 식약처에 5~11세용 백신에 대한 사전검토를 신청했고, 2월4일 수입 품목으로 허가를 신청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미국 등지에서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있는 소아·청소년의 감염이 느는 것을 보고 나는 국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때 선제적으로 백신 사용을 허가하고 질병관리청이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 이득과 위험을 따져 권고 결정을 냈어야 한다. 3월 중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5월쯤 돼야 나타난다. 그때는 이미 아이들이 피해를 본 후다. 정부의 조치는 사후약방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