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악마, 도깨비를 만나다 [스토리 오브 와인]
악마 마케팅으로 명성 얻은 ‘디아블로’ 도깨비 에디션
세콤, 에스원 등 보안기업의 서비스는 어느새 기업을 넘어 개인의 이용이 증가할 만큼 보편화했다. 첨단기기와 빠른 출동 시스템을 갖춘 보안기업들처럼 도난을 막는 특별함으로 명성을 얻은 와인이 있다. 바로 칠레 대표 와이너리인 콘차이토로사의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다.
‘Casillero del Diablo’는 스페인어로 ‘악마의 와인창고’(Devil’s Cellar)라는 의미를 지녔다. 지금은 각종 도난경보 시스템과 보안기업이 많이 등장했지만 100년 전만 해도 카브(동굴이나 지하창고)에서 숙성하는 와인들은 사람이 보초를 서는 것 외에는 도난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24시간 카브를 지킬 인력도 부족하거니와 와이너리가 위치한 지역들이 대부분 포토밭이 있는 외진 곳인 것도 도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장기 숙성되는 와인들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도둑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콘차이토로 역시 와인 도난으로 골머리를 썩었음은 물론이다. 콘차이토로의 설립자인 돈 멜초 경은 와인의 도난을 막기 위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카브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도록 한 후 ‘악마가 나오는 카브’라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직접 카브를 방문한 도둑들의 경험담까지 더해지며 악마의 와이너리는 도둑들이 기피하는 장소인 동시에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도난을 막는 특별한 방법으로 명성
2000년대 들어 콘차이토로는 악마의 와인을 콘셉트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악마 마케팅은 디아블로에 대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동영상과 광고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에 나서면서 디아블로는 수많은 칠레 와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존재로 성장했다.
당시 돈 멜초 경이 만든 카브는 현재 관광지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대표 와인인 디아블로는 전 세계 140개국에 수출되는 칠레 1위 수출 와인으로 부상했다. 지금도 디아블로는 전 세계에서 1초에 2병씩 팔려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디아블로를 유통하는 아영FBC는 올 초 특별한 와인을 내놨다. 콘차이토로와 손잡고 선보인 ‘디아블로 도깨비 에디션’(Diablo Dokkaebi Edition)이다. 이 와인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만 출시되는 한정판이다.
도깨비는 여러 이미지가 있지만 수호신이라는 의미도 지녔다. 과거 조상들은 기왓장에 도깨비를 새겼다. 잡귀로부터 집안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함이었다. 디아블로 도깨비 에디션은 와인을 지키는 악마가 한국의 수호신인 도깨비를 만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벌써 2년째 기승이다. 올해가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원년이 되기를 모두가 희망한다. 수호신 도깨비가 역병과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디아블로 도깨비 에디션을 함께 나누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