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군인 조롱’ 여고생 위문편지 논란…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장병들, 현역 인증 릴레이로 반발…여고생들은 “학교서 위문편지 강요한 게 문제”

2022-01-12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논란이 된 여고생의 위문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저도 고3인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편안한 하루 되시길"

여고생들이 보낸 국군 장병 위문 편지가 논란에 휩싸였다. 국군 장병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이에 국군 장병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현역 군인' 인증 릴레이에 동참하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자 해당 여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위문 편지를 억지로 쓰게 했다"며 "반발의 의미로 저런 편지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역 군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전역 392일 남은 일병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아침부터 기분 X같이 하루를 시작하게 해줘 고맙다"며 "그럼 남은 눈 치우러 가보겠다"라고 전했다.

전역 1달가량 남았다고 밝힌 한 병장은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하고 내 20대 청춘을 군대에서 일했는데 지금까지 복무한 것이 이런 조롱이나 들으려고 한 것이냐"며 "자괴감이 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육군 장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슷한 글을 올렸다. 그는 "저런 위문편지를 제 병사들이 받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며 "복무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힘이 쫙 빠진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여고생의 해당 조롱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복무하겠다"며 "군인분들도 모두 힘내시고, 군인을 존중해주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여고생의 위문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앞서 지난 11일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여고생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위문편지 사진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본인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여고생은 위문편지에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라며 "저도 이제 고3인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위문편지에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어쩌고"라고 적었다가 지운 후 "그러니까 파이팅.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또 다른 위문편지 사진에는 "아름다운 계절이니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편안한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이 편지를 받는 분께 죄송하지만 집 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편지들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자, 해당 여고의 일부 학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당시 상황을 해명하고 나섰다. 모 학생은 "위문편지에 반발이 심했는데 학교에서 가이드 주며 시켰다. 애들이 반발한다고 단체로 저런 편지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은 "위문편지 작성이 봉사시간에 영향을 미쳐 학생별로 두 장씩 억지로 썼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고에 강요하는 위문편지를 금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글을 통해 "위문편지 주의점에 '개인정보 노출하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 적혀있는데, 편지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