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윤석열의 험난한 대선 도전기
“사람에 충성 않는다”던 독립적 기질, 협력 중시하는 정당 내에선 과제로
2022-01-05 박성의 기자
‘별의 순간’을 잡았던 검사 윤석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2013년 10월21일 국정감사 자리, 윤 후보(당시 여주지청장)는 정갑윤 전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을 받자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사건을 지휘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당당히 소신을 밝힌 윤 후보의 행동은, 일약 그를 ‘강직한 검사’로 부각시켰다. 실제 윤 후보는 이후 권력자에 맹목적 충성을 거부하는 강직한 검사의 상징이 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윤 후보를 검찰총장에 앉혔다. 윤 후보가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물론 윤 후보의 ‘칼날’이 정부를 향하면서 문 대통령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그러나 문 정부와의 갈등 이후 윤 후보의 주가는 되레 올랐다. 마땅한 대선 후보감이 없던 보수 진영이 그를 ‘정권교체 적임자’로 추대한 것이다. 그렇게 윤 후보는 정치권에 깜짝 데뷔했다. 당시 재야에 머물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별의 순간을 잡은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 샀다. 정권 교체 여론이 득세한 상황인지라 윤 후보가 유리한 환경에서 대선을 치룰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입당 동시에 갈등 휘말린 정치인 윤석열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과 동시에 윤 후보는 갖은 갈등설에 휘말려야 했다. 당초 정치 신인인 윤 후보가 ‘백전노장 킹메이커’ 김 전 위원장과 ‘30대 당수’ 이준석 대표의 도움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입당 이후 윤 후보는 생각보다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의 지시 또는 조언이 자신의 판단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패싱’하기도 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후보가 겉으론 털털하고 소탈하지만, 사실 황소같은 면이 있다. 판단을 굳히면 그대로 밀고 가는 스타일이다. 타협과는 거리가 먼 지도자형”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과의 이견이 극에 달하자, 윤 후보는 5일 선대위 전면 개편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다. 대선을 두 달 여 앞둔 상황에서 선대위를 리셋한 것은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에 윤 후보의 ‘홀로서기’ 결정이 대선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는 직업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평생 검사였던 법조인이다. 과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윤 후보는 남들의 지시를 받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런 그의 성격이 정당에 들어가서도 바뀌지 않은 모습이다. 결국 주변이 아닌 후보 본인의 기질이 갖은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건 기본적으로 후보 본인의 문제”라며 “윤 후보가 정치 초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정당의 후보가 됐다면 어느 정도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위기관리 능력조차 보여주지 못하면서 많은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