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부고(訃告) 많다는 속설, 사실이었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12월 사망자 수, 7월보다 12%나 많아…심근경색·뇌졸중 사망도 증가

2022-01-10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12월 들어 부고가 많아진다고 느꼈는데 하루에만 지인 세 분의 가족 부고를 받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부고가 많아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과연 사실일까?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연령·성별·유전·생활습관·직업·의료 서비스 체계 외에도 기온·습도·일교차·대기오염 등 외부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촌 각국의 사망률은 연평균 기온에서는 가장 낮고 그보다 기온이 내려가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북반구 국가의 경우 12~2월 사망률이 연평균 사망률 대비 10% 이상 높으며, 같은 북반구 국가 중에도 위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 국가일수록 추운 겨울철 사망률이 더 높다. 이러한 경향은 춥고 건조한 시기에 인플루엔자 유행과 한파로 인해 심혈관질환과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시사저널 임준선
2020년 국내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12월 사망자 수는 같은 해 7월보다 12%나 많았다. 특히 당뇨병 등 내분비질환,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 순환기계 질환, 감염성 질환, 호흡기질환의 사망률이 겨울철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지난 10년간 월별 사망자 수를 조회해 봐도 1~2월 사망자 수가 따뜻한 계절에 비해 두드러지게 많은 경향을 보인다. 겨울철에 당뇨병 사망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과 같은 합병증으로 말단 조직의 괴사가 일어나기 쉽고, 고열량이나 고지방 음식을 더 자주 먹고, 추위로 운동량이 줄어 혈당 조절이 잘 안되며, 당뇨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돼 겨울철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와 폐렴 등 감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심근경색 사망이 10%, 뇌졸중 사망도 20%까지 증가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이 더 많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며 비타민D가 부족한 데 기인할 수도 있다.  더욱이 겨울철에는 신체활동량이 줄어들고, 송년회나 설날 등으로 과식과 음주를 한 후 갑자기 추운 날씨에 노출되는 것도 겨울철 심뇌혈관질환 사망 증가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파로 인해 호흡기가 찬 공기에 직접 노출되면 기관지 점막의 염증이 심해지고 기도 근육도 수축해 천식, 만성폐쇄성 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환자들의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  

땀 흘리는 고강도 운동은 피해야

노약자나 당뇨병,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환자는 일기예보를 잘 살펴 강추위 때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하게 외출할 땐 반드시 모자·목도리·장갑·부츠 등을 착용할 필요가 있다. 옷은 두꺼운 한두 개 옷보다 안에는 보온 소재 옷을 여러 겹 입고 겉옷은 바람을 잘 막을 수 있고 방수 기능이 있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운동은 되도록 실내운동으로 하며, 포근한 날씨에도 방한 복장을 잘 차려입고 운동하되 땀 흘릴 정도의 고강도 운동은 피해야 한다. 땀을 흘렸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체온이 떨어지는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따뜻한 음료는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오히려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혈관질환 등 기존 질환을 잘 관리하고 치료받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