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건희·이준석 말고 뇌관 또 있다
“김종인의 선대위, 김한길의 새시대위와 충돌 가능성”… 새시대위 통제 안 돼, 정계개편·창당설도
2021-12-31 이원석 기자
“김건희 사과, 진심이지만 효과 있었는지 의문”
김씨 논란과 겹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도 윤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월3일 대화합이 이뤄졌던 울산 회동은 이미 빛이 바랬다. 공보단장이었던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 이후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문제에 대해 항의하며 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이 대표는 연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대위 내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직접적인 겨냥을 피했던 두 사람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 12월27일 선대위 회의에서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고 이 대표를 겨냥했고, 이 대표도 SNS에 글을 올려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받을 정도면 언로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부지런히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이 대표는 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12월31일 김 위원장과 회동한 후에도 “특기할 만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윤 후보와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여전히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란 시각도 있다. 이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복귀 안 한다’고 하고 있지만, 그 앞뒤론 계속 ‘윤핵관’ ‘매머드 선대위’ 등의 이유가 붙는다. 반대로 말하면 그 이유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면 복귀의 명분이 될 수 있단 얘기”라며 “당 대표가 선대위에서 빠진 채로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나. 대표는 반드시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결국 모든 게 윤 후보의 리더십 문제” 쓴소리도
뇌관은 또 있다. 김한길 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새시대위와 선대위의 충돌 가능성이다. 시사저널과 만난 선대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지금 상태라면 새시대위가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새시대위는 윤 후보 직속의 기구로 선대위에 속하지 않는 별도 기구다. 운영은 물론 홍보와 공보 등도 모두 선대위와는 따로다. 새시대위의 주 역할은 중도·진보 인사 영입을 비롯한 확장성 강화다. 새시대위는 최근 강성 페미니스트인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해 논란이 됐다. 신 대표 영입은 외부는 물론 선대위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상당했다. 여러 선대위 관계자가 “최악의 영입”이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선대위 청년본부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김한길 전 대표가 새시대위를 발판으로 정계개편 혹은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최근 윤 후보가 호남을 찾아 “정권교체를 위해 부득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고 말한 것도 새시대위에서 준비한 발언이란 이야기가 선대위 내부에서 나온다. 이로 인해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2월29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슨 정계개편이 있다는 되지도 않는 소리가 나오니까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며 “특히 최근 새시대위가 생기니 원외위원장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선거에 전념해야 할 사람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위치에 변화가 생기지 않나 두려워하니, 그런 말이 다신 나오지 않게 해달라 부탁했다”고 말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새시대위는 포지션을 강화하기 위해 신 대표 영입과 같은 인재 영입을 계속할 텐데, 국민의힘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이런 영입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신 대표 영입 논란 이후 아무런 대응과 대처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며 “정계개편 소문 등도 사실 여부를 떠나 두고두고 내분의 씨앗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갈등 유발의 화약고”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임재훈 새시대위 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계개편 등 새시대위를 둘러싼 오해는 모두 민주당의 이간계 때문”이라며 “새시대위는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선거 및 정치 공학을 상정하지 않는다. 김한길 위원장의 이런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리스크를 두고 윤 후보와 당을 향한 쓴소리들이 안팎에서 쏟아진다.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직과 정책이 모두 엉망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소리만 요란하고 혁신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가는 쇄신다운 쇄신을 해야 한다”며 “득표력이 있는 중진이나 능력 있는 사람들은 각자 하방해 실질적 선거운동을 하는 등의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후보 주변에 몰려다니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당 밖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고 조언해 왔던 한 원로급 인사도 “배우자 문제, 대표 문제, 새시대위 문제 등 결국엔 모두 윤 후보의 리더십 문제다. 윤 후보가 풀어야 한다. 주변 이야기를 듣고, 직접 나서야 한다. 뜻만 옳으면 국민들이 알아줄 거란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