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강하다” 33.7% 한국, OECD 최하위 

한눈에 보는 한국 의료 수준⋯국민 15% “내 건강 나쁘다”  의료비는 만족, 진료 시간은 불만족…병상 수는 만족, 의사·간호사 수는 부족

2021-12-25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월9일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nce) 2021’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OECD 회원국의 건강과 보건의료제도 성과에 대한 주요 지표를 비교해 2년마다 발간하는 간행물이다. 한국 의료 수준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이 보고서 내용 중 6개(건강 상태, 위험요인, 의료 접근성, 의료의 질, 보건의료 자원, 코로나19) 핵심 부문의 32개 항목을 살펴봤다. 각국이 보고한 시기가 달라, 각 항목의 수치는 대부분 2019년 또는 2020년을 기준으로 하며 한국과 OECD 평균치 외에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한 국가도 표기했다.

위험요인 Risk factors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흡연, 음주, 비만, 공기 오염 등이다. 한국인의 흡연율은 16.4%로 OECD 평균 16.5%와 비슷하다. 한 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술의 양은 8.3리터로 OECD 평균 8.7리터보다 적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과체중·비만 비율은 33.7%로 OECD 평균 56.4%보다 낮다. 그러나 공기 오염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10만 명당 43명으로 OECD 평균 29명보다 많다. 

의료 접근성 Access to care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접근성 부문에서 한국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질환에 꼭 필요한 핵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은 100%로 OECD 평균 98%를 상회한다. 그렇지만 의료에 대한 만족도는 OECD 평균과 같은 71%에 머물렀다. 입원 기간은 18일로 OECD 평균 7.6일의 2배를 넘는다. 10년 전인 2009년 일본의 입원 기간이 18일 이상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었고, 한국은 약 16일이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입원 기간이 3차 병원에서 6~7일이고, 2차 병원에서는 10일 정도다. 요양병원에서는 한 달씩도 입원한다. 그만큼 입원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상태 Health status

각국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수명과 질병 발생률 등으로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3년으로 OECD 평균 81년보다 높다. 예방이나 치료 등으로 회피 가능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39명으로 OECD 평균 199명보다 낮다. 회피 가능 사망률은 예방과 적절한 치료로 막을 수 있는 사망 비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 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치매 발병률은 인구 1000명당 41.2명으로 OECD 평균 29.4명보다 높다. 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243명으로 OECD 평균 294명보다 낮다. 암 사망률도 152명으로 OECD 평균 191명보다 낮다. 예컨대 자궁경부암과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각각 77.3%와 31.3%로 OECD 평균(65.5%와 16.4%)보다 높다. 5년 생존율은 암 환자가 진단 후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을 의미한다.  만성질환 발병률은 당뇨병 기준 6.9%로 OECD 평균 6.7%보다 다소 높다. 또 당뇨병 입원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224명으로 OECD 평균 127명보다 많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은 당뇨병에 강박적인 관심을 가지며 진료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당뇨병 발병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많은 것은 당뇨 치료를 못 해서가 아니라 입원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15.2%로 OECD 평균 8.5%보다 높으며,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33.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도 OECD 평균 11명을 훌쩍 넘는 24.6명으로 최하위다. 이는 10년 전인 2009년 자살률(21.5명)보다 상승한 수치다. 

의료의 질 Quality of care

일차 의료의 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료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152명으로 OECD 평균 171명보다 적다. 급성기 진료 수준은 급성 심근경색증과 허혈성 뇌졸중의 30일 치명률(입원 시점을 기준으로 30일 내 사망한 비율)로 살펴볼 수 있다. 급성기란 갑작스럽게 질환이 발생해 즉각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말한다. 급성 심근경색증 30일 치명률은 8.9%로 과거보다 좋아졌으나, OECD 평균 6.8%보다 여전히 높다. 허혈성 뇌졸중의 30일 치명률은 3.5%로 OECD 평균 치명률 7.7%보다 낮다. 특히 코스타리카(2.8%)와 일본(3.0%)에 이어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강 교수는 “사실 COPD는 크게 악화하기 전에는 별로 치료할 부분이 없다. OECD 국가들은 1차 의료가 발달했고 환자가 힘들다고 하면 무엇이든 하므로 진료 자체가 많다. 서양은 심근경색을 50년 넘게 치료해 왔고 우리는 그 기간이 20~30년 정도다. 반대로 허혈성 뇌졸중은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관심이 많고 진료도 적극적으로 해서 치명률이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방 진료의 질은 50~69세 여성이 지난 2년간 유방암 검사를 받은 비율로 평가한다. 한국의 유방암 검사 비율은 70.2%로 OECD 평균 61.7%보다 높다. 2020년 기준 의사의 설명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는 91%로 OECD 평균 91.1%와 비슷하다. 그러나 진료시간에 대한 만족도는 75%로 OECD 평균 81.7%보다 낮다. 의료비 중 건강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율은 61%로 OECD 평균 74%를 밑돈다. 항생제 처방량은 인구 1000명당 23.7회분으로 OECD 평균 17회분보다 많다. 강 교수는 “감기만 걸려도 환자가 항생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외국보다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환자가 요구해도 항생제 처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자원 Health care resources

2019년 1인당 의료비는 3406달러로 OECD 평균 4087달러보다 적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4개로 OECD 평균 4.4개보다 많다. 그렇지만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 3.6명보다 적고, 간호사 수도 7.9명으로 OECD 평균 8.8명보다 적다. 강 교수는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의료인력이 적은데도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Covid-19

코로나19 유행 부문은 현재 진행 중이어서 OECD는 2021년 10월 초순까지의 결과만 취합했다. 국내 코로나19 관리는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편이다. 예컨대 코로나19 유행기 초과 사망률은 인구 100만 명당 51.9명으로 OECD 평균 1498.6명보다 훨씬 적다. 초과 사망은 ‘일정 기간 통상 수준을 초과한 사망’을 의미한다. 소수의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유행기 사망자가 이전 수년간보다 적은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도 인구 100만 명당 39.6명으로 OECD 평균 1285.1명보다 낮다. 코로나19 감염률은 인구 10만 명당 623.7명으로 OECD 평균 8392.3명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