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이번엔 10대들 싸움이다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이어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가 뜨거운 이유 《스걸파》는 10대 댄서들의 성장 서사…‘리스펙 문화’ 왜 주목받나
2021-12-14 조유빈 기자
《스걸파》의 마스터가 된 댄서들…리액션도 볼거리
《스우파》가 없었다면 《스걸파》가 없었을 것이기에, 《스우파》는 기존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파생된 스핀오프 프로그램임은 확실하다. 다만 포맷은 달라졌다. 《스우파》는 여자 댄스 크루 팀들이 최고의 크루가 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형태였다. YGX, 라치카, 원트, 웨이비, 코카N버터, 프라우드먼, 홀리뱅, 훅 등 여덟 크루가 계급(리더, 서브, 어시스트 계급)별 미션과 1대1 지목 배틀, 미션 영상 등을 통해 경쟁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자신의 능력에 확신을 지닌 실력자들의 경쟁은 그들이 가감 없이 보여주는 승리에 대한 욕망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을 향한 관심은 SNS에도 투영됐다. 크루들의 과거 무대 영상과 배틀 영상, 각종 패러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고, 리더 계급 미션의 ‘헤이 마마’ 댄스는 ‘헤이 마마 챌린지’로 불리며 글로벌 댄스 열풍을 만들어냈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는 허니제이의 멘트는 일종의 ‘명언’으로 회자됐다. 이렇게 대중문화의 한 장면이 된 댄스 크루들을 엠넷은 놓지 않았다. 《스걸파》는 대한민국 댄스신의 미래를 이끌 여고생 원톱 댄스 크루를 찾는 배틀. 원톱 크루가 되기 위한 10대들의 과정에 《스우파》의 여덟 크루가 함께하는 방식을 취했다.SNS로 알려진 스타 부각시켜 Z세대 공략
그야말로 비주류를 메인 무대로 끌어오며 맨땅에서 시작한 《스우파》의 초반 시청률은 0.8%였다. 그러나 《스우파》 8회는 평균 시청률 3.9%, 순간 최고시청률 4.8%를 기록하며 케이블 및 종편을 포함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1539 남녀, 2049 남녀 타깃 시청률에서는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수도권 기준, 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2030세대 여성 댄서들을 주축으로 한 《스우파》는 30대 여성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는데, 순간 최고시청률이 8.4%까지 치솟기도 했다. 스마트미디어렙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방송 이후 등장한 《스우파》 클립 영상의 점유율은 20대, 30대 순으로 높았다. 《스우파》의 크루들을 출연시키면서 이미 형성된 팬덤을 가져왔기에 일부 2030세대 시청률은 담보됐다. 그렇다면 시청자층을 다른 연령대로 넓히기 위해 엠넷은 어떤 시도를 했을까. 물론 기본적으로 전제되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이다. 8개 심사위원 크루 중 4팀 이상의 ‘IN’ 버튼을 받아야 첫 번째 관문을 넘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홀리뱅의 허니제이가 버튼을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무대에 몰입하게 하는 기량과 실력이 ‘걸스 파이터’들에게는 존재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팀을 꾸린 크루의 무대 구성은 마스터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나보다 (안무를) 잘 짠다”는 마스터의 극찬을 받은 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강조된 것이 있으니, SNS와 화제성이다. 《스걸파》의 댄서들은 모두 10대다. 일명 Z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라는 자신들의 놀이터에서 활발하게 소통하고 춤춘다. 《스걸파》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이미 SNS에서 주목받고 있는 Z세대 스타들을 부각시키면서 10대들과의 접점을 생성시켰다. 15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이자 틱토커인 댄서 시몬(김수현)은 참가 소식만으로도 이슈를 만들어냈다. SNS에서 ‘과천꿀수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댄서 이서인은 인스타그램 광고까지 촬영한 준비된 스타다. YGX 리더 리정은 과천꿀수박에 대한 팬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박혜림처럼 인스타그램에서 3만이 넘는 팔로워를 지닌 댄서부터, 수백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장기자랑 영상에서 ‘센터 밀리터리 바지’로 불리며 덕후 몰이를 했던 조나인까지, SNS를 흔든 Z세대 스타들이 《스걸파》의 주축이 됐다. 여기에 SNS는 《스걸파》라는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확산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마스터들에게 극찬을 받은 크루들은 SNS에서 회자되며 존재감을 굳혔다. 《스우파》에서처럼 유튜브를 통한 대중 미션은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높였다. 모두 같은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스걸파》 8팀의 영상은 초반 시청률을 견인하는 장치가 됐다.댄서들을 ‘무대의 중심’으로 옮긴 《스우파》와 《스걸파》
《스우파》와 《스걸파》는 분명 지금까지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재질’이다. 그동안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아이돌을 주축으로 한 오디션에 주로 집중해 왔던 것과 달리, ‘무대의 저변’에 있던 댄서들을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왔다는 것만으로도 그 새로운 시도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댄스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고, 세분화된 댄스 장르에 대해 알아보는 이가 늘어났고, 실제로 춤을 추는 사람도 많아졌다. 《스우파》의 팬덤이 확장돼 댄스신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스걸파》의 과제도 남아있다. 《스우파》는 주목받지 못했을 때부터 댄스신을 이끌어왔던 강자들의 무대였다. 방송 전부터 존재했던 갈등의 서사, 방송 초반의 묘한 신경전은 ‘언니들의 배틀’로 승화됐고,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하고 연대를 강조하는 리더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스걸파》는 10대들의 성장 서사에 가깝다. 이들에게도 배틀 이후 서로를 인정하고 안아주는 댄서들의 리스펙 문화가 존재한다. 그것을 무너뜨리는 출연자들의 불화나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편집점의 존재는 우려될 수밖에 없는 요소다. 그간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수의 출연자가 ‘악마의 편집’에 내던져지고 질타당하는 것을 봐왔기에, 《스우파》로 시작된 댄스신의 팬덤들은 《스걸파》가 참가자들의 실력과 매력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으로 순항하기를 바란다. 《스우파》에 승패는 존재했지만, 아무도 자신이 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약자로 지목된 YGX 리정은 “약자? 나는 한 번도 약자였던 적이 없는데”라며 자신감을 보였고, 3위로 탈락한 라치카의 가비는 “우리가 제일 잘했고, 우리가 제일 멋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의 매력을 보여주는 출연자들에게 서바이벌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고, 이는 출연한 모든 크루가 주목받는 결과를 낳았다. 이 자신감은 《스걸파》를 통해 ‘춤추는 10대들’에게로 이어진다. ‘대선배’에게도 기죽지 않는 패기를 가진, 베테랑 댄서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역량을 지닌 10대 댄서들의 춤은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에 어떤 명장면을 그려낼까. 이제 본격적인 ‘10대들의 춤 싸움’이 무대의 중심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