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아닌 ‘위험 코로나’ 되나
섣부른 일상 회복에 확진자 1만 명 나올 수도 전문가 “위드 코로나 시점은 12월 이후가 바람직”
2021-10-13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경증 환자 방치로 감염자 폭증 우려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검토하는 근거 중 하나는 치명률이다. 실제 코로나19 치명률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크게 떨어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9월29일 정례 브리핑에서 “3차 유행 시기인 작년 12월의 경우 치명률은 2.70%로 한 달간 약 716명이 사망했다. 반면 올해 8월의 경우 확진자 수는 더 많지만 치명률은 0.35%, 한 달간 184명이 사망했다. 중증화율도 같은 기간 4.72%에서 2.17%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명률은 독감 치명률(약 0.1%)보다 높지만 중증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면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게 되면 병원은 위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 코로나19 감염자의 80%를 차지하는 경증 환자는 집에서 격리하는 이른바 재택치료 대상이 된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무증상·경증 확진자 재택치료를 앞으로 비수도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증 환자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경증 환자가 최소한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경증이라고 해도 전파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므로 지역사회 전파가 빨라질 수 있다. 정부는 하루 감염자 3500명까지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도와 일본 등의 경우 사실상 경증 환자를 방치하다시피 해서 감염자가 폭증했다. 이런 대비 없이 위드 코로나를 진행하면 감염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관리하며 중증으로 발전하는 환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했다. 경증 환자를 집에 격리하면 이런 모니터링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 격리가 제대로 되겠나. 마트도 가고 아이들과 접촉도 할 것이다. 사실상 경증 환자를 방치하는 셈이다. 그러면 코로나19 감염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 온다”고 지적했다.“올겨울은 가장 혹독한 겨울 될 것”
또 정부는 매일 발표하던 하루 감염자 수 공개를 중단한다. 다만 주간 단위 또는 일정 수준을 넘을 때 감염자 수를 발표하게 된다. 정부는 그 대신 위중증률(병상 가동률)과 치명률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감염자가 얼마나 발생하느냐에서 위중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로 방역 지표를 변경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도 그대로 유지한다는데 이는 사실상 위드 코로나라기보다는 방역을 느슨하게 하는 정책일 뿐이다. 지난해 하루 100~200명 감염자가 발생할 때 정부는 방역을 완화했고, 연말에 1200명까지 증가했다. 다시 방역을 강화해 봄에 감염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때 또 방역을 느슨하게 해서 8월 3000명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말만 위드 코로나일 뿐, 이런 식의 방역을 되풀이하면 돌파감염,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할 때 하루 1만 명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올겨울은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정부는 또한 위중증 환자의 입원치료 기간도 기존 10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박향 중앙재난안전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9월27일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확진자의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전담병원 권장 재원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7~9일 사이에 바이러스가 사라지므로 격리 기간을 최소 10일로 잡은 것이다. 그런데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입원 기간을 줄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결국 재택치료 확대와 입원 기간 단축은 모두 병상이 부족해 내놓은 대안일 뿐이다. 지금은 위드 코로나보다는 새로운 거리 두기 방역이 필요하다. 강하거나 약한 방역이 아니라 자영업자 보상과 중환자 발생 증가 등 지금까지 돌출된 문제점을 고려해 방역을 새로 짜야 한다. 예를 들어 호흡기전담클리닉도 만들어놓지 않았나. 이를 정비해서라도 감염자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년 여름쯤 일상 회복 가능할 것으로 전망
우리는 언제쯤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내년 여름쯤을 그 시기로 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르면 내년 여름쯤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듯하다. 전제 조건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사용했던 타미플루와 같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나와야 한다. 백신이 게임체인저가 될 줄 알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를 치료제가 채워줘야 한다. 그러면 재택치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구용 치료제는 머크·화이자·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머크의 항바이러스제(몰누피라비르)는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고, 연말께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머크는 9월29일 몰누피라비르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치료제는 2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은 “희망은 경구용 치료제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가 신종플루 당시 사용했던 경구용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 결과는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듯한데,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 빨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을 맞으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과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90%다. 이는 2~3개월까지다. 6개월을 넘으면 이런 효과가 떨어진다. 이미 고령자 사망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고령자에 대한 부스터샷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부분도 정부가 고려할 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국민 10명 중 9명 “코로나19 감염될까 걱정”
국립중앙의료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8월18~23일 성인 15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91%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91.5%로 집계됐다. 국민의 방역 참여도 마스크 착용(96.8%),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87.6%), 두 팔 간격 거리 두기(77.9%) 이행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