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아닌 ‘위험 코로나’ 되나

섣부른 일상 회복에 확진자 1만 명 나올 수도 전문가 “위드 코로나 시점은 12월 이후가 바람직”

2021-10-13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정부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학적 대비가 명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을 전환하면 하루 감염자가 1만 명까지 발생해 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경고한다.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12월쯤 위드 코로나로 진입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만 접촉하고, 감염병 전문가의 말은 듣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9월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위드 코로나 시행을 언급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시점에 대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고령층 90%, 성인 80%가 2차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나는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 방역체계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월 전까지 백신 접종 완료율을 80%로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10월6일 현재 국내 백신 접종 완료율은 53%다. 약 한 달 만에 백신 접종 완료율을 기대치까지 올릴 수 있을까.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백신 수급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는데, 백신 접종 완료율을 11월 이전까지 최소 70%로 끌어올리는 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12월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 시행 시점을 12월 이후로 늦추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9월30일 기준 백신 미접종자는 약 583만 명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유하고 있으나, 접종 예약률은 8.9%에 그친 상태다. 정부는 이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백신 패스’를 검토 중이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보건 증명서인데, 프랑스나 독일 등 해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접종 완료자에게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보장하지만 미접종자에게는 여러 제약을 부과해 백신 접종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백신 접종률만 강조하는데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 이상인 싱가포르에서 하루 3000명의 감염자가 나온다. 이를 우리나라 인구에 대입하면 약 2만 명이 된다. 우리의 백신 접종률은 겨우 50%대인 데다 방역으로 인한 피로감이 쌓이고 경각심이 줄어들고 돌파감염이 발생하는 상태에서 11월초 위드 코로나 시행은 이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 연천의 한 군부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이틀간 46명이 무더기 확진됐고, 이 가운데 74%(34명)는 이미 권장 횟수대로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감염된 돌파감염 사례로 확인됐다. 
7월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 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경증 환자 방치로 감염자 폭증 우려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검토하는 근거 중 하나는 치명률이다. 실제 코로나19 치명률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크게 떨어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9월29일 정례 브리핑에서 “3차 유행 시기인 작년 12월의 경우 치명률은 2.70%로 한 달간 약 716명이 사망했다. 반면 올해 8월의 경우 확진자 수는 더 많지만 치명률은 0.35%, 한 달간 184명이 사망했다. 중증화율도 같은 기간 4.72%에서 2.17%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명률은 독감 치명률(약 0.1%)보다 높지만 중증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면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게 되면 병원은 위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 코로나19 감염자의 80%를 차지하는 경증 환자는 집에서 격리하는 이른바 재택치료 대상이 된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무증상·경증 확진자 재택치료를 앞으로 비수도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증 환자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경증 환자가 최소한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경증이라고 해도 전파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므로 지역사회 전파가 빨라질 수 있다. 정부는 하루 감염자 3500명까지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도와 일본 등의 경우 사실상 경증 환자를 방치하다시피 해서 감염자가 폭증했다. 이런 대비 없이 위드 코로나를 진행하면 감염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관리하며 중증으로 발전하는 환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했다. 경증 환자를 집에 격리하면 이런 모니터링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 격리가 제대로 되겠나. 마트도 가고 아이들과 접촉도 할 것이다. 사실상 경증 환자를 방치하는 셈이다. 그러면 코로나19 감염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 온다”고 지적했다.   

“올겨울은 가장 혹독한 겨울 될 것”

또 정부는 매일 발표하던 하루 감염자 수 공개를 중단한다. 다만 주간 단위 또는 일정 수준을 넘을 때 감염자 수를 발표하게 된다. 정부는 그 대신 위중증률(병상 가동률)과 치명률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감염자가 얼마나 발생하느냐에서 위중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로 방역 지표를 변경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도 그대로 유지한다는데 이는 사실상 위드 코로나라기보다는 방역을 느슨하게 하는 정책일 뿐이다. 지난해 하루 100~200명 감염자가 발생할 때 정부는 방역을 완화했고, 연말에 1200명까지 증가했다. 다시 방역을 강화해 봄에 감염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때 또 방역을 느슨하게 해서 8월 3000명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말만 위드 코로나일 뿐, 이런 식의 방역을 되풀이하면 돌파감염,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할 때 하루 1만 명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올겨울은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또한 위중증 환자의 입원치료 기간도 기존 10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박향 중앙재난안전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9월27일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확진자의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전담병원 권장 재원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7~9일 사이에 바이러스가 사라지므로 격리 기간을 최소 10일로 잡은 것이다. 그런데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입원 기간을 줄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결국 재택치료 확대와 입원 기간 단축은 모두 병상이 부족해 내놓은 대안일 뿐이다. 지금은 위드 코로나보다는 새로운 거리 두기 방역이 필요하다. 강하거나 약한 방역이 아니라 자영업자 보상과 중환자 발생 증가 등 지금까지 돌출된 문제점을 고려해 방역을 새로 짜야 한다. 예를 들어 호흡기전담클리닉도 만들어놓지 않았나. 이를 정비해서라도 감염자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년 여름쯤 일상 회복 가능할 것으로 전망

우리는 언제쯤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내년 여름쯤을 그 시기로 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르면 내년 여름쯤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듯하다. 전제 조건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사용했던 타미플루와 같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나와야 한다. 백신이 게임체인저가 될 줄 알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를 치료제가 채워줘야 한다. 그러면 재택치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구용 치료제는 머크·화이자·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머크의 항바이러스제(몰누피라비르)는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고, 연말께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머크는 9월29일 몰누피라비르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치료제는 2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은 “희망은 경구용 치료제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가 신종플루 당시 사용했던 경구용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 결과는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듯한데,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 빨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을 맞으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과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90%다. 이는 2~3개월까지다. 6개월을 넘으면 이런 효과가 떨어진다. 이미 고령자 사망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고령자에 대한 부스터샷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부분도 정부가 고려할 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 10명 중 9명 “코로나19 감염될까 걱정”

국립중앙의료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8월18~23일 성인 15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91%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91.5%로 집계됐다. 국민의 방역 참여도 마스크 착용(96.8%),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87.6%), 두 팔 간격 거리 두기(77.9%) 이행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