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주 간 방역수칙 위반 255건·1971명 적발
성수기 노린 ‘배짱영업’ 늘면서 단속 골머리
2021-08-02 이혜영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방역 지침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노마스크 풀파티를 개최한 호텔, 단속을 피해 위장 영업을 벌인 유흥업소 등 휴가철을 맞아 곳곳에서 방역 일탈이 확인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영업정지나 벌금 처분을 감안하고서라도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업주들이 많아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와 방역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읍소·경고에도 전국서 '변칙영업' 기승
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4주간 1만3387명을 투입해 지자체와 합동 단속에 나서 전국에서 방역지침 위반 등 불법행위 391건·2383명을 단속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망라하고 전국에서 일탈 사례가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방역수칙 위반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255건(1971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방역당국은 불법 영업을 하다 확진자가 나올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고, 생활지원금이나 손실 보상 등 정부 지원을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영업정지와 벌금 등 처벌 수위가 약해 불법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를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30일 오후 11시5분께 서울 강남구 소재 일반음식점에서 유흥종사자 10명을 고용한 뒤 무허가 유흥주점 영업을 한 업주 등 52명이 적발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인천 서구 소재 유흥주점에서도 간판 불을 끄고 문을 잠근 뒤 몰래 영업하던 업주·손님 등 11명이 단속됐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지난달 25일 한 대형 유흥주점이 손님과 여성 종업원 24명이 비밀 대피공간에 숨어있던 것이 적발됐다. 이들은 단속반이 들이닥칠 것을 대비해 이중문을 만들고 이를 음료수 박스와 냉장고로 가려두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단속반은 이중문을 열고 들어가 어두운 내부 창고 안에 숨어있던 이들을 적발했다.
서울과 경기·인천은 유흥시설 영업이 전면 금지된 상태로 위반시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이에 아랑곳않는 '일탈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강원·부산·제주 휴가지도 '방역 일탈' 확산
휴가철 피서객이 몰리는 강원도에서는 최근 잇달아 방역 위반 사례가 나오면서 지역 전체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강원 강릉의 한 호텔에서는 지난달 31일 수십 명이 수영장에서 노마스크 상태로 파티를 벌이다 단속반에 적발됐다.
앞서 강릉시는 객실 230여 개 규모의 해당 호텔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세 차례 공연과 파티가 예정된 점을 파악하고 사전 단속에 들어갔다. 강릉시 관계자들은 30일 오전 호텔을 찾아가 숙박시설 주관 파티 등을 금지하라는 행정 명령을 통보했다. 호텔 측은 시에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호텔 측은 시의 경고를 무시하고 버젓이 풀파티를 개최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15분께 시 단속반이 호텔 15층의 수영장 점검을 요구하자, 호텔 측은 'VIP 고객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접근을 막았다. 결국 단속반이 경찰을 동원해 같은 날 오후 10시15분께 현장을 급습한 결과 수십 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미착용 한 채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강릉시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당 호텔에 10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일부 업주들이 성수기를 노린 불법 파티 등을 강행하면서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경고와 호소를 무색케 하고 있다. SNS에서도 강원도 숙박업소에서 야간 축제와 파티 등을 연다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앞서 강원도 양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풀 파티를 벌이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휴가철 인파가 몰리는 부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30일 경찰에 단속된 노래주점이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며 배짱 영업을 벌이다 닷새 만에 또 적발되는 사례가 나왔다.
경찰은 불법 영업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주로를 차단하고 출입문을 강제 개방해 현장을 확인했다. 주점 내부에서는 업주와 종업원 손님 15명 등 17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해당 주점은 지난달 25일에도 출입문을 잠근 채 손님 11명을 대상으로 몰래 심야 영업을 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경찰은 문이 잠겨있는 업소의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후 불법 현장을 단속했다.
제주도도 방역을 휘젓는 일탈 행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제주 전역에서 성업 중인 게스트하우스 가운데 저녁식사 자리를 가장한 파티를 벌이고 새벽까지 모여 술판을 벌인 사례가 적발되면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제주시가 거리두기 강화로 숙박시설 내 파티 등 집객 행사를 금지했지만, 일부 숙소에서는 식사 제공을 빌미로 이름만 바꿔 변칙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경우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기 때문에 한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일부 관광객과 업주들의 일탈 행위로 도내 주민들의 긴장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비수도권에서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조치로 유흥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일반음식점에서 접객원을 고용하는 불법 행위도 계속 나오고 있다. 경찰과 각 지자체는 주요 해수욕장과 대형 공원 등에서 야외 음주 행위를 벌이는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 단속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4차 대유행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며 "한시라도 빨리 유행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2주 후에는 광복절 연휴가 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휴가지를 중심으로 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점검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