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결과는 과연 어떨까.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참고할 자료는 있다. 바로 선거 흐름을 말해주는 지표다. 정권 유지를 원하는지, 정권교체를 원하는지에 대한 여론 추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총선 이틀 전에 실시한 조사(2020년 4월13~14일)에서 ‘정권안정론’은 49%, ‘정권교체론’은 39%였다. 이런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당시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41%)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25%)을 압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에 “잘하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무려 59%(잘못하고 있다 33%)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은 어떨까. 갤럽은 올해 6월1~3일 내년 대선과 관련해 여론 추이를 조사(가장 최신 결과)했는데, ‘정권안정론’은 36%, ‘정권교체론’은 50%로 파악됐다. 갤럽의 6월22~24일 정당 지지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32%)과 국민의힘(30%)의 차이는 거의 없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평가에 대한 긍정론은 40%(부정론 51%)였다. 여론이 작년과는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은 감지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월21~23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정권안정론’은 41%, ‘정권교체론’은 47%로 파악됐다. 한 달 전 조사에서 ‘정권안정론’은 45%, ‘정권교체론’은 43%였다. 정권교체론이 좀 더 힘을 받고 있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정권교체론’이 힘을 받는 지금의 추세는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
윤 전 총장이 6월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선언문 대부분을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성토하고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한 것은 이런 여론 추이를 반영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지지층을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로 설정하고 ‘맞춤형 메시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윤 전 총장이 야권 지지자들과의 일체감에 대해 불확실성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자신의 지지층이 누군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정치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2:1’의 싸움…문재인-이재명과 싸워야 하는 尹
지지율 면에서 윤 전 총장에게 가장 위협적 변수는 문 대통령의 지지도라는 분석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아직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반사체’에 불과하고,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는 논란을 충분히 넘어서지 못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주목할 만한 국정 성과를 내고, 그사이 윤 전 총장이 국민들에게 소구력을 가질 구체적인 국정·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지율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윤 전 총장에게 굉장한 부담이자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권교체론’에 대한 강한 여론만큼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점도 윤 전 총장에게는 과제가 될 수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예년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임기 말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결코 낮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문 대통령은 최근 35~45% 정도의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도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집권 5년 차 1분기 문 대통령의 평균 지지도는 35%인데, 이는 같은 기간 이명박(25%), 노무현(16%), 김대중(33%), 김영삼(14%) 등 전직 대통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준수한 편이다.
동시에 윤 전 총장은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도 경쟁해야 한다. 확실한 정권교체의 적임자라는 걸 계속 보여줘야만 야권 주자들과의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다. 게임은 이제 시작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