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려대학교 후배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후배의 편지에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29일 고려대 재학생과 동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한 이용자가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답장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작성자는 이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내용을 적고 받은 답장을 사진 찍어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답장에서 “이 모든 것은 저 자신 부족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실만은 꼭 밝혀지리라고 믿는다”며 “무엇보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되었는지 너무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작성자는 자신을 2002년에 고려대에 입학해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선배님 시절에 대한 기억은 사람들이 미친 소를 수입한다며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던 기억 정도”라며 “이제 인터넷에 댓글을 달며 나이 많은 이들에게 ‘틀딱’ 소리를 듣고 접속도 해본 적 없는 ‘일배충’ 소리를 듣게 돼 헛웃음이 난다”고 적었다. 이어 “내세울 업적이 없는 이들이 북쪽의 그 부자들처럼 큰 동상, 큰 기념관을 만들어 놓고 낯부끄러운 미화와 왜곡을 한다”며 “선배님(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지우고 싶어 수해와 가뭄을 막고자 애써 만든 보를 부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봉한 고려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글에서 보이듯 많은 사람들이 선배님의 진실한 업적을 알게 됐다”며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중앙차로제로 편리해진 버스를 타고 지하철 환승을 하며 출퇴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선배님이 대통령이던 시절을 그리워 한다”며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 간 줄 알았습니다’ ‘각하, 그립읍니다’라는 문장은 선배님 관련 게시물에 유행처럼 따라 다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이 확정됐고 지금은 기결수로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