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시 한 아파트가 비 오는 날 배달기사들의 지상출입을 막으려 덫을 설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아파트 측에서 기둥에 줄을 묶고 기다리다가 배달 오토바이가 진입하는 순간 줄을 당겨 넘어지게 했다는 의혹이다.
3일 배달기사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는 ‘방금 일어난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구리 한 아파트에서 지상 출입이 안 되게 라바콘 등 이것저것 설치해 놨더라”며 “비가 많이 와서 지상으로 천천히 진입하는 도중에 갑자기 하얀색 줄이 튀어나와서 목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막기 위해 아파트 측에서 기둥에 줄을 묶고 배달 오토바이가 진입하는 순간 경비가 당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해 넘어진 때 찍혔을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자 했더니, 그 부분만 삭제돼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경비아저씨가 재량으로 설치해서 그랬겠냐”며 “관리사무소랑 입주자대표 합작일 것”이라고 분개했다.
A씨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넘어진 배달 오토바이와 흰 줄이 함께 보였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 돼 있다.
이날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B씨가 같은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렸다. B씨는 “택배 차량 지상 진입 논란이 있던 아파트에서는 배달기사들도 조심하고 있다. 배달업체에서도 기사들에게 철저히 당부한다”며 “평소에는 기사들도 경비원들이 ‘지하로 진입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는데,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오토바이가 지하 주차장에 내려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B씨는 “해당 아파트는 원래 지상 진입으로 배달해왔던 단지라서 평소처럼 한 건데 황당한 사고가 벌어진 것”이라며 “사진 속 하얀 밧줄을 잡아당겨 의도적으로 오토바이가 걸리게 했다. 만약 기사가 넘어지다가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지상을 공원형으로 만든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지상으로의 택배 차량 진입이 금지된 아파트는 전국 179개다. 이들 아파트를 담당하는 택배 기사들은 손수레를 이용해 배달하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까지 금지된 아파트의 수는 집계된 바 없으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 중이다.
아파트 내 영업용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규칙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없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고용노동부, 택배노조, 물류협회 관계자 등과 공원형 아파트 단지 지상 출입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회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