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으로 임신, ‘강간치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생활법률 Q&A]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강민구의 사건분석] 강간치상죄에서 ‘상해’의 의미

2021-02-02     강민구 변호사

Q. 강간치상죄는 일반 강간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간으로 피해 여성이 임신을 했을 경우, 강간치상죄가 성립될 수 있나요?

A. 강간치상죄는 강간 등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다(형법 301조).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간치상죄는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죄에서는 ‘상해’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강간으로 인해 피해 여성이 임신을 한 경우에는 이것이 상해에 해당되는가가 관건이다. 대법원에서는 이를 부인해 강간치상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에 큰 변화와 불편이 생기지만, 이는 임신이라는 생리적 기능의 정상적 발현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기 어렵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가 모호할 뿐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수반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상해 또는 과실치상으로 처벌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에서 임신을 특별 가중요소로 규정했음에도,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았다. 대법원은 성범죄로 인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가중 처벌하는 새로운 입법적 조치는 따로 얘기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판결) 그렇다면 수면제를 몰래 탄 커피를 건네 상대방 의식을 잃게 한 뒤 강간을 했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이 경우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피해자를 잠이 들게 한 것은 신체기능의 일시적 장애를 초래한 것으로, 강간치상죄의 구성요건인 ‘상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수면제 등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경우는 상해에 해당한다. 약물로 인해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나쁘게 바뀌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자연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거나, 후유증 또는 외부에 드러난 상처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다만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는지는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인 상태와 약물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종류·용량·효과 등)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며 “약물 투약으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의식장애나 기억장애 등 신체·정신상 변화의 내용이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도3939 판결)  

■ 강민구 변호사는 누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을 졸업했다.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를 지냈다. 2001년 법무부 장관 최우수 검사상을 수상했다. 검찰을 떠난 뒤 형사와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가동산 사건을 다룬 소설 《뽕나무와 돼지똥》을 비롯해 《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형사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