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尹 전쟁] (下) 여권의 ‘윤석열 쳐내기’ 그 후폭풍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주력...강공 입장 뚜렷 尹, 정권 수사 명분 쌓기도 맞대결 與, 해임 강행시 尹 정치 도전 파장에 정치권 촉각

2020-12-07     송창섭 기자

※앞선 ☞[秋-尹 전쟁] (上) ‘기·승·전·檢’ 두 칼잡이에 여권 ‘치명상’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11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에 대한 비공개 심문을 마치고 윤 총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위쪽)와 법무부 측 추미애 장관의 법률 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아래쪽)가 각각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전 (轉): 秋, 어설픈 대응으로 尹 내성만 키워

여권의 윤 총장 때리기가 계속될수록 윤 총장의 주가는 오르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빅3’를 형성하고 있다. 야권 주자로선 부동의 원톱이다. ‘저러다 말겠지’라고 봤던 윤 총장의 지지율이 꺾이지 않고 오르자 여권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여권 내 일각에서 추 장관·윤 총장 두 사람의 동반 퇴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강성 친문들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았지만 충청권 중진인 이상민 의원의 추-윤 동반 퇴진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윤석열 카드는 실패다. 애초부터 잘못된 카드였다. 윤석열은 예리한 칼이 맞긴 맞지만 손잡이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수개월째 진행 중인 추-윤 갈등을 바라보는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윤석열’이라는 검사는 상대의 힘이 거셀수록 ‘좌고우면’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애초부터 칼날이 우리 쪽을 향하지 않을 거라 자신한 게 패착이다. 박근혜 정부 때 같은 특수통인 채동욱 총장을 단칼에 날린 걸 참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짧고 정밀하지 못했던 여권은 시간이 갈수록 검찰과의 여론전에 밀리는 형국이다. 과거 정권 때처럼 윤 총장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원칙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그간 검찰권을 정권의 뜻대로 마음대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추-윤 갈등의 장기화는 여권 전체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장 내년 4월로 예고된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갤럽이 11월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를 찍었다. 이는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6%)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0%로 취임 후 최저치(39%)에 근접했다. 민주당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논란을 무릅쓰고 가덕도신공항을 꺼내 부산시장 선거판까지 뒤흔들어봤자 뭐 하나. 추 장관 발언 하나로 다 흐지부지됐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결 (結): 여권의 尹 공격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레임덕 가속

현재 여론의 흐름은 추 장관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윤 총장의 직무 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사법부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며 윤 총장 손을 들어줬다. 검찰 내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던 조남관 대검 차장과 고기영 전 법무차관은 정권이 아닌 조직을 선택했다.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던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승진’보다 ‘조직 보호’라는 실리를 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다고 판단했다. 법조계·학계·언론계 등의 인사로 구성된 장관 자문기구인 감찰위도 일찌감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 나온 검사들도 윤 총장을 향한 법무부의 징계가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무리한 것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윤 총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여권의 기류는 강경하다. 문제는 여론의 흐름이다. 현재 여권은 ‘무리한 해임 조치’라는 대중의 인식을 바꿀 만한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정세균 국무총리가 총대를 메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반 퇴진을 건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고민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선공후사’다. 이는 검찰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고기영 전 차관 대신 판사 출신 이용구 변호사를 새 차관으로 선임한 것에서 아직까지 검찰 개혁 의지가 강함을 읽을 수 있다. 추 장관 자신도 동반 퇴진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동반 퇴진보다는 ‘선(先) 윤석열 - 후(後) 추미애’ 사퇴가 더 정확하다”며 선을 그었다. 여권에서도 추미애 장관 사퇴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지만, 자칫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정권 말기 권력누수 현상)을 조기에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란 위기감이 있다. 그만큼 여권의 고민도 깊다. 전남에 지역구를 둔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을 대신할 강단 있는 대체자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윤 총장이 해임된 뒤 뽑힌 새 검찰총장은 조직 안정과 리더십 회복 차원에서도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 죌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 사퇴로 지금의 법-검 갈등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만약 갈등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며, 경우에 따라선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내후년 대선도 안심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 및 문 대통령의 여권 내 구심력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秋-尹 갈등에 개혁입법 올스톱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결로 여권의 개혁입법 처리에도 불똥이 튀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골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현 정국 상황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2월1일 당원 게시판을 통해 “공수처법 개정은 이번 주(12월 첫째 주)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를 시작해, 정기국회(12월9일 회기 만료) 안에 매듭을 짓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결사항전 의지도 생각보다 강하다. 여권 내부는 추-윤 갈등의 장기화로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마저 흔들릴까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개혁입법인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 정보위를 통과했고, 경찰법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