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 등불 윤석열의 운명은?

秋, ‘尹 찍어내기’에 집착…여론 악화에 ‘검찰 개혁’ 명분 잃나

2020-11-27     이혜영 기자·김현 뉴스1 기자
전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진흙탕 싸움은 또다시 대한민국을 분열과 대립의 장으로 몰고 갔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한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는 충격을 안겼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추 장관을 상대로 직무 집행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른 한쪽은 승자가 되는 것일까. “결국 모두가 패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 장관은 왜 이렇듯 무리수를 두는 걸까. 추 장관 취임 후 1년째 이어져온 윤 총장과의 극한 대치는 결국 법원 판단에 따라 결정지어지게 됐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끝 모를 갈등으로 동토(凍土)가 돼 버린 서초대로에는 ‘근조’와 ‘응원’ 화환이 교차하며 극명하게 갈라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추 장관은 11월24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예정에 없던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관련 브리핑을 열고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전격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를 명령했다. 추 장관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측근 비호를 위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 위엄과 신망의 심각한 손상 등 윤 총장에 대한 6가지 비위 혐의를 제시했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조치에 더해 ‘재판부 사찰’ 의혹 관련 수사 의뢰까지 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장, 결코 물러서지 않겠단 의지 강해”

추 장관은 이튿날인 11월25일 대검찰청 감찰부가 ‘재판부 사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자 “총장의 수사정보정책관실을 통한 추가적 판사 불법사찰 여부, 그 밖에 총장의 사적 목적 업무나 위법·부당한 업무 수행 등 비위 여부를 감찰하라”고 추가 지시하며 윤 총장 징계 절차에 속도를 더했다. 윤 총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 발표 직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총장 소임을 다해 왔다”며 “위법·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조치 하루 만인 11월25일 밤 10시30분쯤 서울행정법원에 직무배제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26일엔 직무집행정지와 관련한 본안 소송도 제기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올해 1월초 임명된 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윤 총장과 충돌을 빚어왔다. 취임 직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인사안 작성 및 협의를 두고 윤 총장과 날 선 신경전을 폈다. 추 장관은 결국 윤 총장과 별다른 협의 없이 한동훈·박찬호 검사장 등 당시 대검에 포진해 있던 윤 총장의 측근들을 각각 부산고검과 제주지검으로 전보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반면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기용해 윤 총장을 견제했다. 이어진 중간 간부급 인사에선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초토화시켰고, 검찰 개혁 차원에서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직제개편안도 밀어붙였다. 추 장관은 당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 야당이 비판하자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윤 총장도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수사팀이 당시 최강욱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전격 기소하도록 하는가 하면,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검찰 수사를 독려하면서 맞불을 놨다.

추 장관 조치 ‘잘못된 일’ 여론, 과반 넘어

코로나19 확산과 지난 4월 21대 총선으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던 양측은 6월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조사를 둘러싸고 내홍이 불거지자,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지시에 시정조치를 내리면서 재점화됐다. 곧바로 터진 ‘검언유착’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윤 총장과 이 지검장 간 갈등이 불거지자 추 장관은 7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이후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수사와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 등을 둘러싸고 두 사람은 또다시 충돌했다. 추 장관은 또 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윤 총장 가족 및 주변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침묵을 지켜왔던 윤 총장은 지난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감에서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추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윤 총장은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며 정치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정지 조치를 놓고 검찰 내부의 반발은 물론 비판 여론이 거세다. 당장 고검장 6명과 검사장 17명 등 고위 간부급 인사들이 추 장관에게 재고를 요청했고, 평검사들마저 “직무배제 명령은 법치주의 훼손”이라며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론의 평가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11월25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에 ±2.5%포인트)해 2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56.3%에 달했고,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8.8%에 그쳤다.  추 장관이 이처럼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여권 내에선 “불가피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두 사람 간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수사 등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역린’까지 건드리는 수사에  나서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여권 내 인식이 함께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이렇게까지 왔으면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모두 앞으로 각각 정치적 행보를 예정하고 있는 사람들이니만큼 갈라설 수밖에 없다. 이혼을 하게 되면 당연히 재산 분할 소송을 하듯, 이제 정치적 유산에 대한 물러설 수 없는 법적 다툼을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尹, 정치적 행보 노린다면 지금 상황 나쁘지만은 않아”

여당은 일제히 ‘추미애 엄호’에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그간 두 사람 간 충돌에 거리를 둬왔던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추 장관 발표 직전 해당 조치 사실을 전달받은 후 문 대통령에 보고했지만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그간 보여왔던 ‘거리 두기’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이번 조치를 두고 윤 총장이 소송전에 나선 만큼 문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하든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 법원으로 가는 상황인데, 문 대통령이 지금 말을 하면 가이드라인이 돼 버린다.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무장관이 헌정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를 만류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암묵적으로 대통령이 승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자신이 임명하고, 임기가 보장돼 있는 윤 총장의 거취를 직접 언급하기가 부담스러운 만큼 이를 언론에 알리도록 하면서 우회적으로 윤 총장에게 거취를 결단할 시간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추 장관 등 여권은 윤 총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징계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문 대통령이 해임을 결단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서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판사 불법사찰’ 혐의에 대해 “비위 혐의가 아닌 범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른 징계 사유보다 ‘판사 사찰’ 부분의 불법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지금은 대통령이 나설 타이밍이 아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청와대도 향후 문 대통령이 결단을 해야 할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총장이 향후 정치적인 행보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면 현재의 상황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윤 총장이 여권으로부터 ‘찍어내기’를 당하는 모습이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및 중도층에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데다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윤 총장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 상승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어찌 됐든 윤 총장이 이번 사태로 야권의 핵심 인물로 더욱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지율까지 상승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1월26일 법무부 청사 앞에 추 장관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힌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주변은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으로 뒤덮였다. ⓒ시사저널 최준필

결국 문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이란 전망도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앞으로 전개될 상황도 셈법이 복잡하다. 향후 절차의 핵심은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이 결과에 따라, 두 사람 중 한쪽으로 ‘힘의 균형추’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측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장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이니만큼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집행정지 재판의 쟁점은 추 장관의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윤 총장 측은 현행 검찰청법에 따라, 총장의 임기가 2년으로 보장돼 있는 점을 적극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장관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이유로 총장을 직무배제해 사실상 임기를 단축시키는 것은 독립성을 해치고, 사법 근간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논리다. 추 장관 조치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확대하고 있는 검찰 내부와 시민단체, 야권도 동일한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감찰을 통해 윤 총장의 비위 혐의가 일부 확인됐는데도, 총장 직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은 공공복리를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가족과 측근 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인 데다, 대면 감찰을 수차례 거부한 전력을 들어 윤 총장의 직무 복귀 자체로 수사와 감찰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울 수 있다. 윤 총장이 받고 있는 혐의 중 ‘재판부 사찰 의혹’을 어떻게 돌파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유례없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던 사찰 의혹을 기습적으로 꺼내들었다. 발표 직후 보란 듯이 대검도 압수수색을 했다. 윤 총장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또 다른 반격 카드를 준비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그는 현업에 복귀하지 못한 채 직무정지 상태로 본안 소송에 대응해야 한다. 윤 총장은 집행정지 신청 후 하루 뒤인 11월26일 법원에 추 장관의 집행정지 명령을 무효화해 달라는 직무정지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본안 소송은 윤 총장 임기(2021년 7월까지) 내로는 결론이 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만일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윤 총장 손을 들어준다면, 검찰 수장으로 즉시 복귀한 뒤 징계 절차와 소송에 대응하게 된다.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게 될 집행정지 신청 결과는 12월 첫째 주 내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징계위는 12월2일 진행되는데, 둘 중 어느 쪽 결과가 먼저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징계위에서는 추 장관 의사대로 ‘해임 처분’ 의결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최종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 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에서 견책을 제외한 감봉, 정직, 면직, 해임 중 하나가 결정되면 대통령에게 제청한 뒤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직무배제 취소 소송과 별개로 징계 결과에 불복해 윤 총장이 추가로 소를 제기하면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전개된다. 1년간 이어져온 ‘법·검 갈등’이 끝을 모른 채 또다시 이어지는 것이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조정자’로서 역할을 어떻게 해낼지에 따라 추후 국면의 방향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