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 “《스타트업》은 내 인생 돌아보게 한 작품”

청춘의 아이콘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남주혁

2020-10-31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요즘 남주혁을 보고 있노라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거침없이 배역을 맡고, 거침없이 그 배역을 해 보인다. 그의 성장이 특별한 이유는 그와 비슷한 색을 가진 또래의 배우가 없기 때문이다. 2013년 모델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연기자로 전향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드라마 《후아유 - 학교 2015》에서 주연을 꿰찼다. 곧바로 예능 《삼시세끼 고창편》(2016)과 《역도요정 김복주》(2016~17)를 통해 대중적인 스타가 됐다. 이 모든 일이 데뷔 3년 만에 일어났다. 흔한 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루키’가 바로 그였다. 루키 중에서도 피지컬이 완벽한 모델 출신이라는 프리미엄과 배우 못지않은 훈훈한 마스크가 더해진 그는 차승원과 조인성, 강동원을 잇는 모델 출신 톱배우로 거론됐다. 인기가 올라가자 진통도 따랐다. 인성에 관한 무성한 소문과 함께 열애설도 동시에 터져 본의 아니게 ‘이슈 메이커’가 된 찰나의 시간도 있었다. 지나고 보면 라이징 스타들이 겪는 가벼운 성장통이었다. 이후 남주혁은 화면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되자 연기의 폭도 더욱 넓어졌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며 선택한 의외의 역할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대중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이 그의 연기를 눈여겨본 것도 이쯤이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확연하다. 영화 《안시성》(2018)에 이어 드라마 《눈에 부시게》(2019), 《보건교사 안은영》(2020)과 《스타트업》(2020)으로 이어지는 그의 지난 3년간의 행보는 그가 할 수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동시에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이었다. 《안시성》으로 그는 영화제의 거의 모든 신인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눈이 부시게》는 또 어떤가. 누가 뭐래도 그의 인생 캐릭터이자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작품을 보는 혜안까지 겸비한 그는 현재 장르를 불문하고 굵직한 시나리오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배우가 됐다. 올해 27세인 그는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
ⓒ넷플릭스
현재 남주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과 tvN 《스타트업》으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이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미스터리를 해결해 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다. 극 중 남주혁은 안은영의 손을 꼭 잡고 기를 충전해 주는, 자칫 무심해 보이지만 호기심 많고 선한 인물을 연기한다. 《안시성》에서 그를 눈여겨봤던 《보건교사 안은영》의 연출가 이경미 감독은 “남주혁이라는 배우로 인해 홍인표가 이렇게 더 매력적일 수 있구나 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됐다”고 작업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상대 배우 정유미도 “만나보고 싶은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촬영하는 내내 든든했고 순발력이 뛰어나 나에게도 자극이 된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제 막 방영을 시작한 tvN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샌드박스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남주혁은 어린 시절 수학올림피아드 최연소 대상을 수상하며 천재로 화제를 모았던 남도산 역할로 출연 중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몇 년째 별다른 성과 없이 부모님의 투자금만 까먹고 있는 스타트업 삼산텍의 창업자이자 좌뇌형 인간인 남도산의 유일한 취미는 뜨개질이다. 동갑내기 청춘스타 배수지 외에도 김선호와 강한나가 출연한다.  

남주혁 “남도산은 미완성의 캐릭터, 함께 채워나가고 싶었다”

《피노키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집필한 박혜련 작가와 《호텔 델루나》를 연출한 오충환 감독이 지난 2017년 방송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후 오랜만에 합을 맞추는 작품이다. 2년 전부터 박혜련 작가와 기획을 시작했다는 오충환 감독은 “개인적으로 남주혁씨가 출연한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를 인상 깊게 봤다. 한데 작가님도 그 드라마 속에서 체크남방을 입은 모습에 깊은 영감을 받은 것 같다”며 “개발자로서 사람들과 만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이 배우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그의 의상은 대부분 체크남방이다. 최근 《스타트업》과 《보건교사 안은영》의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남주혁을 만났다.

《스타트업》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남도산’은 완성되지 않은 친구라고 느꼈다. 2% 부족한 걸 함께 채워나가고 싶었다. 나와 나이대도 비슷한 친구여서 실제 내가 느끼는 여러 감정을 이 친구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물론 직업은 다르지만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선택하게 됐다.”

이른바 ‘너드미(Nerd+美·한 분야에 깊이 몰두하는 데서 나오는 매력)’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사실 도산이를 보면서 내 과거와 미래를 생각했다. 무언가 나와 같은 지점에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도산이라는 캐릭터에 몰두하기 위해 나 자신을 많이 바라봤던 것 같다. 사실 너드미를 고안하기 위해 고민을 하진 않았다. 그냥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이더라.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편안하게 연기했다.”

동갑내기인 배수지와 호흡을 맞춘다.

“같은 나이대 배우를 만나면 지금 나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기대감이 높았다. 특히 청춘 로맨스극이라 더욱 그랬다. 사실 초반에는 떨어져 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어느 지점에서 만나 호흡을 맞추니 그때 케미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이에 배수지 역시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시너지가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특히 남주혁씨는 도산 그 자체였다. 특별하게 뭔가 하지 않아도 이미 도산에 빙의되어 있는 것처럼 순수함 그 자체였다. 덕분에 나 역시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오충환 감독은 “배수지와 남주혁을 캐스팅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너무 예쁘다. 예쁜 두 사람이 작품 안에서 반짝반짝 빛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에피소드라기보다는 함께 출연 중인 (김)선호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극 중 역할인 도산과 지평의 관계를 생각하면, 선호 형이 현장에서 많이 힘들 것 같다. 도산이 대사부터 캐릭터까지 좀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함께 붙는 장면에서 NG를 내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선호는 “남주혁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모든 연기가 진짜처럼 느껴져 같이 연기하는 나도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툭 튀어나오는 대사가 너무 진짜여서 ‘진짜 도산이잖아’ 하고 멍하게 바라만 보다가 끝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의 관전 포인트는?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사들과 많이 위로받을 수 있는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소재가 신선했고 젤리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특히 홍인표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홍인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소원으로 할아버지가 남긴 학교에서 한문교사로 일하면서 학교를 돌본다. 겉으로 봤을 때는 차갑게 보일 수도 있지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 사람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보건교사 안은영과 만나면 말이 많아지는 캐릭터다.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경미 감독과 함께 작업한 소감도 궁금하다.

“이경미 감독님과 꼭 작품을 함께 해 보고 싶었던 터라 제안을 주셨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다. 실제로 만나본 감독님은 현장에서 편히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정말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니신다. 그 모습을 보고 ‘아, 정말 멋진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너무 기대되고 설레고 동시에 긴장되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