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키운 윤석열, ‘대망론’에 쏟아진 말말말

여권 ‘윤나땡’으로 평가절하…野, 환호와 신중함 교차 추 장관, 검찰총장 감찰 시사하며 압박 수위 끌어올려

2020-10-27     이혜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대망론'이 뜨겁다. 여권은 국정감사 이후 존재감이 한층 커진 윤 총장의 정치적 확장력을 차단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야권에서는 청문회를 방불케 한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을 적극 엄호하며 여권 대항마로 키우는 모양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검토하고 있는 데다 가족비리 연루 의혹과 라임 수사 관련 의혹, 검찰 비리와 관련한 리더십 한계 봉착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있는 만큼 윤 총장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에 휩싸여 있다.   

'윤풍(尹風)' 막자…깎아내리는 여권

여권은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윤석열 대망론'에 선을 긋고 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회에서 향후 정계 진출 가능성이 거론된 윤 총장을 맹비난하며 "한때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라는 말이 있었다. 지난 총선 결과 황나땡은 틀리지 않았음이 선명히 드러났다"고 야권을 자극했다.  그러면서 "보수세력에서 황교안 대망론의 새로운 버전으로 윤석열 대망론이 일고 있는 것 같은데, 대망이든 소망이든 생각하는 이들의 자유"라며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군사정권이 아닌 이상 정치 공간에 잘 적응하고 리더십을 세우기 어렵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윤나땡'이라 말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장에서 보인 윤 총장의 태도와 발언을 비판하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처럼 정치는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는 권위주의 시절 검찰의 태도"라며 "검찰총장의 권력에 취해 있거나, 측근이나 가족을 지키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정치검찰의 수장으로 검찰 정치를 직접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한편에서 보면 오히려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석연치 않은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하려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운명의 노예가 된 불행한 영혼의 소리를 내는 것 같다"며 "(운명은) 자신이 속한 조직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을 향해 파상공세를 퍼부은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윤 총장의 '퇴임 후 봉사' 발언에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인 중립과 독립성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조심스러워야 했는데 논란을 본인이 자초했다"고 평했다. 그는 "역대 총장들은 따르기 어려운 지시가 있으면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인의 직을 던졌는데, 윤 총장은 (총장직을) 하고 싶다고 하신다"며 사퇴 없이 정치 가능성을 열어 둔 현직 검찰총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주권재민(民)'이지 '주권재검(檢)'이 아니다"라며 "'칼'은 잘 들어야 한다. '칼잡이'의 권한과 행태는 감시받고 통제되어야 한다"는 짧은 글을 남기며 윤 총장의 정계진출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7월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 연합뉴스

野, '여왕벌·대단한 정치력' 긍정평가 속 신중 기류도

야당은 국감에서는 물론 장외에서도 연일 윤 총장을 두둔하며 여권과 추 장관이 '무리한 검찰총장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구도를 형성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감은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서 추미애 장관까지 모두를 조연으로 만든 정치 블록버스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태섭 의원의 (민주당) 탈당에도 반색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왜 윤 총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대해서는 '변호일도 봉사'일 수 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을까"라며 "상상하기 싫었던 강력한 대안이 등장했기 때문일거다.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범야권의 무게중심이 비대위에서 대선 잠룡들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 잠룡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윤 총장의 정계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역대 검찰총장중 이렇게 정치적인 검찰총장은 전무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여의도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이라고 말했다.  또 "윤석열 총장과 문재인 정권은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젠 문 정권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누구도 윤 총장과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 총장직에 미련 갖지 말고 사내답게 내던지십시오. 잘 모실테니 정치판으로 오십시오"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향후 윤 총장을 영입 추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윤 총장이 검찰 조직과는 전혀 다른 정치 세계를 어떻게 돌파해 갈 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명하복의 분위기가 팽배한 검찰 조직에서 평생을 몸 담았기 때문에 정무적 감각이나 정치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과거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윤 총장 대망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무임승차할 수 있는 대권은 없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국회의원을 하든 대표를 하든 정당에서 훈련과 검증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과거 대선에서도 고 전 총리와 반 전 총장 등이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유력 주자로 급부상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높였지만, 진영 갈등과 정치적 돌파력에 한계를 보이며 결국 '대선' 고비를 넘지 못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총장 겨눈 '감찰카드' 꺼낼까

정치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 대망론에 대한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검토를 시사했다.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이미 두 차례나 발동했던 추 장관은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까지 꺼내들며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은 전날 법무부 종합감사에서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옵티머스 사건이 무혐의 처분 된 것에 의혹이 있다는 여당 측 지적을 받아들이며 "당시 (사건 처리 결과가)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능히 짐작된다"며 "검찰총장의 증언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총장이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며 당시 수사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추 장관은 당시 옵티머스 사건을 맡은 김유철 현 원주지청장이 윤 총장의 측근이고, 옵티머스 고문이던 이규철 변호사가 윤 총장과 함께 국정농단 특검에서 근무했다는 지적에 "로비에 의해서 사건이 무마됐다는 의혹도 제기되므로 감찰을 통해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만일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이 진행되면 라임 사건에서 제기된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의혹과 검사 향응·로비 의혹, 윤 총장 부인과 장모 연루 의혹 사건까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아지게 된다. 추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을 두 차례나 박탈당하며 커진 검찰 내부의 불만과 갈등, 조직 정비도 윤 총장에겐 큰 부담이다.  감찰과 수사 결과 윤 총장이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향후 윤 총장 행보에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더 커지지만 만일 내부 지휘와 수사 진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치명상은 불가피하다. 윤 총장이 말한 '봉사' 방법도 이에 따라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22일 열린 대검 국감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